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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정치 막는 석기시대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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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정치 막는 석기시대 법률

현행 선거법 "인터넷 매체 대선보도 모두 불법"

프레시안은 신문인가 아닌가? 프레시안에 게재된 대선주자들의 인터뷰나 각종 대선 관련 기사들은 과연 불법인가 합법인가?

인터넷 언론매체를 통한 대선 보도, 인터넷 공간에서의 대선주자 정치활동 합법성 여부가 쟁점이다.

우선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들과 선거관리위원회 사이에 사이버활동에 대한 선거법상의 유권해석을 놓고 대립이 벌어졌다.

대선주자들은 인터넷 정치활동이 일반 유권자들의 상향식 정치참여와 인터넷 매체들의 발달로 인해 자연스럽게 이뤄진 현상으로 보는 반면, 선관위 측은 대선주자 개인 홈페이지를 제외한 인터넷 상의 좌담회, 인터뷰, 기사 등이 편법적인 사전선거운동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대학로 오프라인 카페 ‘넷가’에서 ‘people475닷컴’ 주최로 열린 민주당 김근태 고문 인터넷 좌담회의 경우 선관위 직원들이 미리 동영상 촬영을 제지하여 음성만 인터넷상으로 중계됐다.

김 고문측은 지난 2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항의서한을 보냈다. 김 고문 측에 따르면 선관위 관계자와의 사전논의 과정에서도 인터넷 좌담회는 후보의 선거운동이 아니라 유권자의 정치참여 행위이기에 선거법상의 위반이 아니라는 자문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행사 자체를 원천봉쇄하려고 하는 등 과도한 제지를 한 것은 다른 주자들과 ‘형평’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17일에 같은 장소에서 좌담회를 가졌던 노무현 고문도 선관위 직원들이 사전선거운동임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2차례 보내고 좌담회의 인터넷 중계를 중단시킬 수도 있다고 주의를 주자 “일상적인 정치적 견해도 표명하지 못하면 정치인이 할 수 있는 게 뭐냐”고 강하게 항의한 바 있다.

이 행사를 주관했던 ‘피플475닷컴’은 서울시 선관위에 의해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고발됐다. 이만량 대표는“고발됐다는 통보를 받고 대선후보 좌담회 계획은 일단 중단한 상태”라로 말하고 “앞으로 선관위의 법 적용이 좀 더 시대의 흐름에 맞게 고쳐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행 선거법, 정치인 개인 홈페이지 이외는 모두 불법**

이에 대해 두 행사를 직접 제지한 서울시 선관위의 지도요원 유면곤씨는 “사이버라는 이유로 유별나게 단속하는 것은 아니고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불법적인 사전선거운동을 단속한다는 차원에서 조치를 취한 것이고 특히 이번 경우 후보 개인의 홈페이지가 아닌 일반 사이트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점이 제지 이유였다”고 밝혔다.

현행 선거법상으로는 대선후보들에 대한 토론회나 인터뷰는 정기간행물법에 의해 등록된 언론사와 방송법상에 허가를 받은 보도기관만이 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현재 인터넷 매체들은 언론사나 방송국이 아니라 정보통신사업자로 등록되어 있어서 대선 후보들과 좌담회나 인터뷰를 시도할 경우 모두 불법 사전선거운동이 된다는 것이 선관위의 단속 근거다.

이러한 법 해석에 따르자면 본지 프레시안이 그간 보도한 대선주자들의 인터뷰 및 각종 대선 관련 보도행위는 모두 불법이 된다. 하지만 프레시안은 그간 선관위 등 행정기관으로부터 어떠한 제지나 통보도 받은 바 없다. 프레시안 뿐이 아니다. 인터넷만 열면 이런 식의 불법은 부지기수로 많다.

이미 여러 인터넷 매체들이 엄연한 언론기관으로 사회적 공인을 받고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도 현행법은 이러한 현실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첨단 정보통신시대 현상을 구석기시대 법률로 재단하는 격이다.

***선관위, "문제는 있지만 아직 토의가 끝나지 않았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들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기는 했다. 그러나 “아직 이 사항에 대해 내부 토의가 끝나지 않아 공식입장을 말할 수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대선후보들의 인터뷰를 기획중인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 정치부의 이한기 팀장은 “인터넷 언론들이 이미 현실적으로 언론기능을 수행하고 있는데도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단속 위주로 활동하는 것은 법을 너무 네가티브하게 적용하는 면이 있다”고 전제하고 “현재 선관위가 선거법에서 인정되지 않으면 모두 불법이라는 식의 소극적인 자세로 법적용을 하고 있는데 선거법의 기본취지와 목적을 생각할 때 좀더 현실적이고 열린 유권해석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법 개정이 필요하며, 개정될 때까지는 현실을 감안한 유연한 법 적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사이버 정치는 정치에 대한 국민적 냉소와 무관심을 줄이고 적극적인 참여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의 새로운 정치형태로 기대되고 있지만 현재 선관위의 유권해석 방향으로 볼 때 앞으로 많은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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