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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만 큰 한나라, 머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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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만 큰 한나라, 머리가 없다

정치력 부재로 잇따른 惡手, 민심 놓쳐

요사이 한나라당이 하는 일마다 실패다. 교원정년 연장안은 밀어붙이려다 스스로 물러섰고, 검찰총장 탄핵안은 강행했지만 통과시키지 못했다.

이뿐이 아니다. 당초 한나라당이 추진하려던 법안도 어느 것 하나 확실하게 결론을 낸 것이 없다. 방송법이나 남북교류협력법 개정도 당초 주장보다 크게 후퇴한 상태고, 건강보험 재정통합 문제 역시 여야가 실행시기를 연기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거야(巨野)의 위력을 바탕으로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쥐겠다는 한나라당과 이회창 총재의 전략이 출발부터 엇박자를 놓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재보선 패배와 DJ 총재직 사퇴로 금방 죽을 것 같던 민주당이 살아나는 모습이다. 당권.대권 분리, 상향식 공천제, 집단지도체제, 국민참여 경선제 등을 연이어 내놓으며 변화를 바라는 민심을 장악해 가고 있다.

11월 하순 실시된 한겨레신문의 여론조사에서는 전달 재보선 직후의 조사에 비해 양당 후보 가상대결의 격차가 크게 줄어 들었다. 10월 11.7%, 29.7%였던 이회창-이인제, 이회창-노무현 지지도 차이가 7.1%, 13.4%로 줄어든 것이다.

급기야 KBS가 TN소프레스에 의뢰해 이달 5-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이회창-이인제 0.7% 차이, 이회창-노무현 5.6% 차이라는 접전양상까지 나타내기에 이르렀다.

한나라당이 정국운영에서 연속 악수를 두어 비판을 자초하는 사이 민주당은 미래지향형 정치설계도를 제시하면서 지지도를 끌어 올렸다는 해석이다. ‘거야(巨野)의 오만’과 ‘소여(小輿)의 사즉생(死則生)’이 낳은 결과라고나 할까.

이를 두고 정가에서는 한나라당이 과반에 한 석 부족한 거대야당으로 몸집은 커졌지만, 커진 몸집을 제대로 놀릴만한 머리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아냥 섞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민심 파악 못하고, 정치력도 부재**

문제의 핵심은 민심 파악과 자민련과의 관계설정에 있다고 분석가들은 말한다.

교원정년 연장은 민심의 거센 반발을 자초했다. 방송법 개정문제 역시 “정치중립적이어야 할 방송위원을 의석수 만큼 챙기고야 말겠다는 것이냐”라는 비난을 샀다. 그리고 받을 비난은 다 받은 끝에 스스로 물러서는 초라한 모습을 보였다.

또 민주당이 ‘총재가 빠져버린 위기 탈출’을 위해 당내민주주의 활성화 차원의 다양한 구상들을 역동적으로 내 보인데 반해, 한나라당은 당내 비주류 쪽의 ‘불만 섞인 비판’의 모습으로 연일 불협화음을 연출했다.

당권.대권 분리, 상향식 공천제 등 따지고 보면 같은 내용을 말하는 것인데도, 민주당에겐 득이요 한나라당에겐 실이 되고 만 것이다. 당 지도부가 민심향배에 맞게 기민하고 조직적인 대응을 못한 탓이다.

자민련과의 관계설정에 있어서도 한나라당은 최악의 정치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DJP 공조 파기 이후 양당은 한-자 공조를 선언했다. 그런 한편 한나라당은 김용환, 강창희 의원 영입을 비롯, 대전충남, 충북지역 전 의원 및 지방의원 입당을 계속 추진했다. 공조를 하겠다는 것인지, 자민련을 고사시키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한 이중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특히 4일 대전에서 열린 대전중구 지구당 임시대회는 한나라당의 자민련에 대한 이중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상징적 사례다. 검찰총장 탄핵안 제출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탄핵안 통과에 반드시 필요한 자민련의 심장부에 칼을 꽂아 버린 것이다.

강창희 부총재를 위원장으로 선출한 이날 대회에는 정기국회 회기중임에도 불구하고 이회창 총재 등 당 지도부와 1백여명의 소속 의원이 참석, 1만여명이 운집한 거당적 행사로 치러졌다.

대회에서는 “이회창” “대통령”이란 구호가 터져 나왔고, 이 총재도 “과거 선거양상을 보면 충청지역 국민들의 선택이 결론을 짓기 때문에 이 지역 국민의 마음을 잡는 게 중요하다”며 충청지역을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JP와 자민련이 공을 들인 교원정년 연장안을 상의 없이 철회시켜 가뜩이나 볼이 부은 JP로 하여금 ‘몽니’를 부리도록 의도적으로 유도한 형국이다.

***자민련과의 2중적 관계 설정 실패**

이를 두고 한나라당내에서는 ‘자민련의 몽니 부리기’가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견해도 대두되고 있다. 이 총재도 “자민련의 반대로 (검찰총장 탄핵안이) 부결되면 우리 당이 국회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는 점을 국민들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야의 오만’, ‘거야의 밀어붙이기’라는 부정적 여론을 해소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물론 그런 측면도 충분히 감안할 수 있다. 대통령도 정치일선에서 빠져 버린 마당에 한나라당이 선거까지 남은 기간 정국운영의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쓸 경우 선거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다. 그래서 1명만 영입하면 되는 원내 과반수 확보를 일부러 미루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한 자민련의 ‘몽니’가 계속될 경우 야당 공조를 못하게 된 한나라당에게도 타격이지만, 오히려 자민련과 JP에게는 더 큰 타격이 가해져 충청권 장악이란 목표 달성에 더 유리해 질 것이란 판단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계산은 전문가들의 몫이며, 시간이 흐른 후 한나라당 의도대로 충청권 장악이 성공했을 때에만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 이전에 “136석의 한나라당이 15석의 자민련에 놀아났다”는 정가의 비아냥이 먼저 터져나오게 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이처럼 한나라당의 최근 행보는 민심 잡기에 실패하고, 취약한 정치력을 스스로 드러내 보임으로써 재보선 승리, 여권 분란으로 모처럼 잡은 호기를 오히려 위기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앞으로 한나라당은 몇가지 과제에 응답을 해야 할 것이다. 우선 의원 영입을 통해 확고한 원내과반수를 만들어 국회를 좌지우지하는 길을 택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또한 앞으로 점점 거세질 민주당의 당내 민주주의 확산 바람에 맞서 어떤 당내 변화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한번 꺽여 흐르기 시작한 민심의 속도는 대단히 빠르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뜻이다. 한나라당이 과연 어떤 선택들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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