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러시아 한국대사관이 외교 목적에 사용해야 할 외교활동비를 술값으로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지난해 8월과 10월 두 차례 실시한 감사원의 주러시아 대사관 특별 감사 결과 드러난 이같은 사실은 이달 말경 발표될 예정이다.
특히 이같은 사실은 본지가 지난해 10월 보도한 러시아내 한인 성매매업소 추방 운동을 벌이고 있는 모임인 '러시아.여성.인권'(러여인, http://cafe.daum.net/rushuman) 등 현지 교민들의 줄기찬 제보와 폭로에 기반한 것이며, 이들은 대사관 직원들이 이들 성매매 업소 업주들과의 유착 의혹까지 제기했었다.
또 지난해 6월 러시아 공영방송(채널 러시아)에서 불법 한인 성매매 업소를 집중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했을 뿐 아니라 러시아 최대 인권단체인 '메모리알'이 지난 10일 러시아 대통령 직속 국가인권위원회 의장에게 한국인 성매매 실태 문건을 전달하고 대책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더욱 확산될 우려도 있다.
***盧대통령 방러 전후 두 차례 특감, 외교비로 회식하기도**
주러대사관 비리는 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앞둔 지난해 8월 국무총리실,감사원,경찰청 등으로 구성된 정부합동점검반이 암행감사 형식으로 처음 조사됐다. 지난해 10월 정기 해외공관 감사때 또 한차례 감사가 있었다.
주러대사관은 외교활동비를 한국에서 방문한 고위 공무원이나 군 간부 등의 접대비로 사용한 데다 대사관 직원의 회식비로도 유용한 게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교민들의 제보 중에 대사관 직원들이 불법 한인 성매매 업소와 관계를 유지하면서 소위 '2차 비용'을 계산하는데 사용됐다는 내용도 있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종합한 최종 보고서가 이달 안으로 작성돼 징계 대상자와 징계 수위 등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불법 회계직원 더 이상 외교부 동료 아니다"**
한편 이규형 외교부 대변인은 7일 브리핑을 갖고 "외교부는 감사원 감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감사결과가 통보되지 않은 시점에서 징계 여부를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으나 감사결과가 통보되면 회계투명성 제고 지침에 따라 엄격한 징계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2004년 1월 회계 투명성 제고 지침을 수립했고 이 지침에서 불법 또는 부당한 회계 처리와 관련된 직원에 대해서는 더이상 외교부 동료로서 간주할 수 없음을 천명하고 관련 규정에 따른 가장 엄격한 제재를 시행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지난해 8월 외교부도 자체 조사에 착수한 바 있으나 감사원 감사와 시기가 중첩돼 특별히 조사를 하지는 못했고 민원에 대한 현장 상황 및 대사관의 대처사항 등에 중점을 두고 조사를 벌였다"며 "공무로 적절치 않은 활동 등에 대해 지적하고 개선토록 했다"고 말해, 자체 조사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두 차례 감사이후 정태익 러시아 대사를 본부대사로 불러들이고 김재섭 신임 대사를 발령낸 것과 관련해서는 이 대변인은 "오비이락"이라며 "교체가 이 문제와 직접 관련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정 대사는 이미 지난해 8월 정기 공관장 인사에 포함돼 있었으나 노무현 대통령 방러로 인해 교체를 두어달 늦춘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변인은 또 러시아 현지에 나가 있는 유학생들이 마피아로부터 신변위협까지 당했다는 불만과 관련해서는 "지난 12월 중순 확인한 바 있었으며 민원인이 충정에서 여러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실제상황과 다른 상황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대사관, 성매매 업소 근절 요구 묵살**
한편 이같은 비리가 밝혀지는데 모스크바대 유학생들이 주축이 돼 한인 불법 성매매 업소 추방 운동을 벌이고 있는 러여인의 역할이 컸다. 이들은 지난해 1월부터 외교통상부와 청와대 홈페이지 등을 통해 불법 한인 성매매 업소 실태를 폭로하며 정부에 대책을 촉구해왔다.
하지만 정작 가장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던 주러대사관은 냉담한 태도를 보였다는 게 러여인 측의 주장이었다.
주러대사관 영사과는 지난해 6월 청와대 민원에 대한 답변서를 보내와 "대사관 직원들에게는 유흥업소 출입 금지령을 내렸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대사관 측은 러여인 측의 지속적인 대책 요구에 "한국인들이 운영하고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한다 하더라도 형식상 러시아인(마피아)의 명의로 되어있어 잘못했다가는 러시아측과 외교 마찰이 생길 수 있다"며 더 이상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또 지난해 9월 러시아를 방문한 노 대통령이 모스크바대에서 특강을 할 때 특강 장소 앞에서 성매매 업소 실태를 알리는 전단지를 대사관 직원들이 모두 회수해 가기도 했다고 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