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의원들은 23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이끌어갈 한나라당호의 새 선장으로 박근혜 의원을 선출했다.
박 후보는 이날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임시전당대회에서 실시한 대의원 투표와 전날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합산한 결과 5천44표 가운데 51.8%인 2천6백14표를 획득, 1천4백53표(28.8%)를 얻는데 그친 홍사덕 후보를 압도적 표차로 따돌렸다.
결선투표까지 가는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탄핵정국을 주도한 홍사덕 후보가 맥없이 물러남으로써 향후 탄핵정국에 대한 한나라당의 대응방식에 변화가 초래될지 주목된다.
한편 탄핵철회를 주장한 김문수 후보는 6백7표(12%)로 3위, 박진 후보가 2백10표(4.2%)로 4위, 권오을 후보가 1백60표(3.2%)로 5위에 머물렀다.
***"선동과 조작정치 계속하면 국민의 심판 받을 것"**
박 대표는 대표 수락연설에서 "한나라당은 그동안 후진적인 정치문화에 휩쓸려 적지않은 과오를 저질렀고 무능한 정권의 실정에 안주해 반사이익만 노렸지 능동적으로 헤쳐나가려는 모습이 부족했다"며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린데 대해 거듭 용서의 말씀을 드린다. 변명 안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어 "감성과 선동이 아닌 냉철한 이성으로 무엇이 이 나라가 갈 길인지 판단해야 한다"며 "급진적인 모험주의 세력이 권력을 잡았다면 합리적인 안정세력이 견제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총선전략에 관한 일단의 구상을 내비쳤다.
박 대표는 "지난 1년간 나라 사정과 국정 실패를 되돌아봐야 한다"며 "선동과 조작에 의한 편가르기 정치를 계속하면 우리 정치를 과거로 되돌리는 것으로 역사와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박 대표는 "한반도 평화정착 및 지역과 이념으로 찢기고 갈라진 이 나라의 통합을 위해 신안보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한 1단계 조치로 "이번 총선에서 법정 선거비용을 준수하고 모든 선거비용을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겠다"며 불법대선자금 문제 등으로 뒤집어쓴 '차떼기' 이미지 불식에 주력했다.
박 대표는 또 "부정비리 연루가 확실하면 스스로 의원직을 사퇴하는 풍토를 만들겠다"며 "검찰에 기소되면 당원권을 정지시키고 유죄가 확정되면 즉시 영구 제명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한편 서청원 석방결의안 처리로 인한 비난여론을 감안, "내가 대표로 있는 한 방탄국회는 결코 없다"며 "비리 옹호를 위해 방탄국회를 소집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체제, 순항할까?**
박 신임대표의 임기는 오는 6월 정기전당대회까지 3개월에 불과하나, 부과된 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당장 탄핵 후폭풍으로 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에 내몰린 상황을 타개하고 총선에서 승리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가 놓여있다. 특히 수도권은 물론 전통적 텃밭인 영남권 일부에서도 열린우리당의 지지도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와 총선까지 20여일밖에 남지 않은 단시일 내에 이를 역전시켜야 하는 과부하가 걸려있다.
이에 따라 당 안팎의 모든 시선은 박 대표가 던질 '역전 카드'에 맞춰져 있다. 박 대표는 금명간 당을 선대위 체제로 전환, '전당대회 효과'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함께 박 대표는 호화당사라는 지적을 받아왔던 중앙당사를 포기하고, 임시 당사에서 당무를 시작, 모든 기득권을 포기했다는 의지를 내보일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 대표가 경선기간 동안에도 수세정국에 직접적인 충격을 가할만한 공세적 이슈를 제시하지 못했던 점을 미루어 탄핵 후폭풍에 휘말린 정국 상황을 타개할만한 뾰족한 대안을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열린우리당의 상승세를 막기 위한 일차적 전술은 소위 '거여(巨與) 견제론'을 내세운 감성적 호소에 주안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함께 전통적 지지층을 재결집 시키기 위해 '노무현 심판론'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특단의 대책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기존의 '친노-반노' 구도만을 강조할 경우, 악화된 여론을 고스란히 떠안고 총선을 맞게 될 수도 있다.
당장의 관건은 탄핵 철회론을 둘러싼 당내 다양한 주장을 어떻게 수렴하느냐가 박근혜 대표의 향후 정국 대응을 엿볼 수 있는 가늠자다. 탄핵의 정당성을 지속해 주장할 경우, 후폭풍이 총선까지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탄핵철회를 수용할 경우 '골수 지지층'마저 기회주의라는 비판과 함께 등을 돌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와 관련 박 대표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60%이상의 국민이 탄핵에 찬성하지 않는데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다"며 탄핵철회론을 수용하지 않을 뜻을 거듭 확인했다.
박 대표는 "대통령 말 한마디 얼마나 무서우냐. 유능한 CEO한분이 자살했다"며 남상국 사장의 자살 건을 환기시킨 뒤, "선관위에서 6:2로 판결한 것까지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면 어떤일이 벌어지겠느냐"고 덧붙였다.
한편 당 내적으로는 영남 보수중진들과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간의 고질적인 불협화음을 어떻게 융화시켜 내느냐도 박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다. 그러나 박 대표가 당내에서 특정 계파에 소속되지 않는 '무색무취'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그의 리더십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박근혜 대표는**
신임 박 대표는 박정희 전대통령의 장녀로 유명하다. 박 대표는 1998년 대구 달서군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정치에 입문했고 16대 때 재선에 성공했다. 2002년에는 이회창 전 총재를 "제왕적 총재"라고 비난하며 한나라당을 탈당,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해 당 대표로 지내다가, 대선 직전 당대당 통합형식으로 한나라당에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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