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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3각 대립 속 '인적청산론'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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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3각 대립 속 '인적청산론' 격돌

오세훈 의원 "의원직 당직 지구당직 버리겠다"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이 ‘5.6공 출신, 인권탄압.비리 관련자’를 지목, 집단으로 인적청산론을 제기하면서 또한차례의 격돌에 불을 붙였다.

‘청산 대상’으로 지목된 중진 의원들은 언론을 의식, 지나친 반발을 자제하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재선그룹 의원들은 ‘원칙에는 공감하나 방법은 잘못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 연찬회>

***오세훈, “의원직 당직 지구당직 버릴 각오다”**

남경필 원희룡 오세훈 의원 등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은 4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당 의원연찬회에서 지난달 말 제기한 ‘60대 용퇴론’을 철회하는 대신, 영남권 중진이 대부분인 5.6공 군사정권 출신들의 ‘아름다운 퇴장’을 요구했다.

이날 공격의 ‘선봉’에 선 것은 남경필 의원이었다.

남 의원은 성명을 통해 “60세는 자른다는 부분만 빼고 문제의식은 그대로다”라며 “노 대통령을 경망스런 개구리라고 놀리고 있을때 국민들은 한나라당을 흉물스런 두꺼비라고 손가락질 한다”며 당의 구태를 비난했다.
그는 “5공에서 정치를 시작해 6공을 지나온 선배들의 용퇴를 바란다”며 갑자기 최병렬 대표를 겨냥, “지역구에서 용퇴하고 진취적인 20대 여성에게 자리를 내줘라”고 요구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연찬회 중간에 나온 남 의원은 “우리 의견에 모든 의원들이 공감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소장파는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얘기할 각오가 돼있다”고 말했다.

‘기득권을 포기한 문제제기’는 오세훈 의원이 구체적으로 내놨다. 오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선배들의 용퇴를 요구하면서 나만 기득권을 갖고 있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의원직, 당직, 지구당직을 버리겠다고 말했다”며 용퇴의 기준에 대해 “5.6공의 탄생과 인권신장에 역행하는 시대적 과오를 저지르는데 핵심적으로 관여한 분들”이라며 말했다.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위원장직을 내놓을 예정이라는 오 의원은 “용퇴 기준에 대해 소장파의 일치된 견해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최 대표의 용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그는 “노 코멘트”라고 답했다.

***원희룡, “소기의 목적을 위해 동지들과 함께 가겠다”**

‘60대 용퇴론’의 장본인인 원희룡 의원은 “60세가 기준이라고 말한 적도, 그런 취지도 아니었다”며 공식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국민의 70%가 40대 이하임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절반 이상이 60대 이상이고 특히 영남에 집중돼 있다”며 연령과 지역편중 문제를 또다시 제기, ‘과감한 인적쇄신과 세대교체’를 주장했다.남경필 의원도 "전체 인구 대비 10%에 불과한 60대 이상이 한나라당 의원 중 55%를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원 의원을 거들었다.

최병렬 대표에 의해 당 기획위원장으로 임명됐던 원 의원 역시 당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오늘 아침에 말씀드렸더니 대표가 난감해 하더라”면서 “오세훈 의원의 3가지 포기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국민들이 한나라당을 향해 수구당 노인당이라고 거침없이 질타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이것이 비민주적, 냉전적, 권위주의적, 지역정당이라는 구태이미지를 덧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선그룹, “소장파 원칙 동의하나 상처받는 방법은 곤란”**

소장파들의 이같은 문제제기에 그동안 다소 다른 목소리를 냈던 김문수, 홍준표 의원 등 재선그룹은 ‘인적청산 원칙에는 동의하나 상처받는 방법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재선의원 주축의 ‘국민우선연대’ 홍준표 의원은 ‘한나라당 정풍운동 6대 방안’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내고 강남 7개 지역구(강남 갑.을, 서초 갑.을, 송파 갑.을, 양천 갑) 후보 교체, 영남 지역구 후보 대폭 교체, 전국구 전원 신인으로 교체, 대표.총무.공천심사위원 전원 비(非)강남, 비영남 지역구 출마, 지역구 세습공천 금지, 당내 각급 선거 후보 경선시 금권.타락선거 추방 등을 주장했다.

홍 의원은 이 입장이 김문수 의원 등 재선 6명이 작성했다고 밝혔고 이날 연찬회에서는 김문수 의원에 의해 발표됐다.

홍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나도 5공때 검사 임용됐고 명실상부한 5.6공의 핵심은 최병렬 대표다. 이런 사람들 다 나가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국감 끝나고 대정부질의때부터 제기해도 될 것을 벌써 내놓으면 상처와 반발만 낳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제 5.6공 핵심은 5명 이하다. 지역구에서 자기 후계자를 찾고 있는 이 분들이 소장파 말에 발끈해 다시 한번 더 하겠다고 U턴하고 있다”며 “소장파들이 역풍을 자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 의원은 그러나 “오세훈 의원의 3대 포기 선언은 대단한 것”이라고 격찬하고 “우리도 소장파와 마음만은 같으니 접점을 찾을 때가 올 것”이라고 말해 인적청산을 위한 초.재선 연대가 가능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중진, 발끈하면서도 전선 확대 자제 분위기**

한나라당 중진 의원들은 소장파와 재선그룹의 공격에 대해 발끈하면서도 논란에 끼어들 경우 전선만 확대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판단으로 용퇴론 직후보다는 한층 자제된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의 중진의원들은 이날 침묵을 지켰다.

영남출신 중진급인 김광원 의원(경북 봉화)은 그러나 “산에 나무도 10년, 20년, 60년 낙락장송이 다 있는데 대들보는 제일 큰 나무를 쓰고 서까래는 10년생 나무를 쓴다”면서 “지금 대들보감을 다 베어내자는 것이냐”고 ‘용퇴론’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당 지도부도 행자부 장관 해임건의안에서 보여진 당의 ‘단합’을 깨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 최 대표는 인사말에서 “공천 물갈이에 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은 좋고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나쁘지 않으나 특정인을 지정해서 하는 것은 조심스럽게 해달라”며 “60세 이상은 안된다, 뭐는 안된다 하는 것은 내분을 부추기고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존 한나라 이미지론 수도권 위태 판단, 지구당 갈등 대리전 성격도**

소장파 의원들이 인적청산을 공세적으로 제기하는 배경에는 우선 한나라당의 수구.보수적인 이미지로는 내년 총선에서 또다시 패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텃밭’인 영남 지역에서는 지역구도에 힘입어 승리할 수 있지만 결국 승패를 가르는 수도권에서는 수구적 이미지가 결정적인 패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적청산론을 제기하는 면면을 보면 권오을(경북 안동), 심규철(충북 보은·옥천·영동)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도권 출신이란 점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이들은 영남 출신의 민정계는 전원 살아남고 자신들은 전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갈등은 한편 영남 출마를 준비하는 정치신인들, 지구당 문제를 둘러싸고 입당파 의원들과 갈등을 빚는 현 지구당 위원장들을 위한 대리전의 성격도 잠복해 있다.

소장파들은 중진들이 자신들과 세대.정서를 같이하는 386 정치신인들과 연이은 야당생활에 동고동락했던 당 인사들에게 자리를 내어 줌으로써 당의 수구 이미지를 극복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려 하고 있다.

당이 대선전 민주당과 자민련에서 이적한 의원들의 지역구를 사고지구당으로 지정한데 반발하고 있는 기존의 원외위원장들도 소장파를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소장파들의 ‘60대 용퇴론’에는 입당파 의원 중 60세 이하는 원유철 의원 하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소장파들은 입당파 의원들의 ‘철새’ 이미지는 씻을 수 없는 오점임을 부각시키며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입당파 의원들은 최근 언론 노출을 피한 채 수시로 만남을 가져 이에 대한 대응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편파 방송 때문에 비공개로 하겠다”**

한편 이날 연찬회를 비공개로 하겠다는 발표를 하는 과정에서 홍사덕 총무가 “방송이 거두절미해서 문제의 핵심을 빗겨나가는 편파보도를 한다는 의원들의 우려가 많다”고 말해 논란이 벌어졌다.

방송 기자 일부는 “그럼 기자가 의원들 말을 그대로 전달하는 속기사냐. 자르고 내보내고하는 것이 언론이다”고 반발했다.

논란이 일어나자 홍 총무는 “어제 의총 보도만 봐도 맹형규 의원의 발언은 핵심이 아니었는데 그것만 나갔다”고 근거를 제시, 기자들과 약간의 설전을 벌였다. 남경필 의원은 “싸우는 모습이라고 모두 불리한 것은 아니니 공개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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