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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는 서해긴장, 빨라지는 해법찾기

시민단체의 “공동어로수역” 주장...난제도 산적

꽃게잡이철을 맞아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작년과 같은 최악의 사태를 미리 막자는 각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충돌이 발생한 후 보수 언론의 여론몰이에 주도권을 빼앗겨 ‘뒷북치기’에 머물렀던 과거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해법찾기의 기본 원칙은 ‘평화·통일 지향의 합리적인 해결책 모색’으로, 구체적인 방안은 ‘공동어로수역’으로 요약된다.

<사진: 서해>

***“남북 모두 해결방안이 아니라 의지가 없는 것”**

참여연대와 평화네트워크, 평화통일시민연대 등 16개 시민단체는 5일 오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NLL의 평화적 관리를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NLL 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남북한의 경제적 이익 증대와 우발적 충돌 방지, 군사적 신뢰구축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환경 조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제하고 서해어장에 대한 공동어로화를 하루빨리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를 위해 ▲북한은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NLL 월선을 즉각 중단할 것 ▲남한은 NLL에 대한 경직된 태도를 버리고 기본합의서에 입각해 협의를 준비할 것 ▲‘호혜주의’에 입각해 공동어로화에 나설 것 ▲수역 관리 함정을 ‘비무장’으로 바꿀 것 ▲남북 민간 선박의 NLL 통과를 허용 할 것 등을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NLL의 평화적 관리를 위한 ‘방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남북 당국자의 ‘의지’가 없다고 지적,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가 지혜를 모으는 것이 두 차례의 교전으로 꽃다운 목숨을 잃은 남북한 해군 장병들의 넋을 진정으로 위로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기자회견>

이에 앞선 지난 3일 이들 시민단체들은 NLL의 평화적 관리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개최, ‘공동어로수역’ 지정의 시급함을 역설한 바 있다.

공동어로수역에 대한 관심은 정치권에까지 번지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장영달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성명을 발표, “꽃게철만이라도 남북 동일면적의 공동어로수역을 설정하자”고 주장했다. 일부 의원들은 이를 위한 국회 결의안을 준비중에 있으며 5일부터 시작된 대정부질문에서도 언급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변화된 남북관계 환경이 위기의식 높여**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발걸음이 이처럼 빨라지고 있는 것은 새정부 들어 달라진 남북관계의 환경에서 비롯된 위기의식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99년과 작년의 두차례 서해교전이 확전으로 가지 않은 것은 ‘작전계획 5027’을 비롯, 남한쪽에서 취할 수 있는 군사적 억지력이 강력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햇볕정책과 남북정상회담으로 조성된 남북 화해 무드가 기본적인 억지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지난해 교전 이후 5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된 교전수칙, 북핵문제 재발후 더욱 민감해진 국내외 여론 등이 확전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더군다나 지난달 한미정상회담 이후 쏟아지고 있는 정부측의 자극적인 발언은 그동안 어렵게 이어져왔던 화해 분위기마저 흔들어 놓을 태세다. 이런 환경에서는 서해에서의 사소한 마찰도 한순간에 위기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는데 “경고 사격후 물러나지 않을 경우 나포도 가능하다”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4일 발언은 그같은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평화적 해결책을 모색하기 보다는 ‘대응’에만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확실한 근거도 없이 “북한 어선의 NLL 월선은 남한측의 대응을 떠보기 위한 의도적인 행동으로 보인다”는 일부 언론의 추측성 보도도 보수적인 여론이 형성될 수 있는 무시못할 요소다.

***‘공동어로수역’ 앞에 놓인 난제**

그같은 위기의식으로 신속히 제시되고 있는 공동어로수역 안(案)에도 몇가지 어려운 과제들은 있다.

시민단체들의 5일 기자회견에서는 “새로운 해상분계선이 설정될 때까지...(중략)...남북한 어선 모두가 조업할 수 없는 NLL 이남과 어로한계선 이북을 공동어로구역으로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NLL의 존재와 향후 재논의 가능성을 동시에 인정하고 있는 것인데 이는 ‘NLL 사수’ ‘공동어로화는 북한의 의도에 넘어가는 것’이라는 국내 보수적 여론의 공격을 받기 쉽다. 북한을 공동어로화를 위한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것은 난제중의 난제다. 북한은 NLL의 존재 자체를 인정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산적한 과제속에서도 서해어장 공동어로구역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새만금 간척사업 등 서해어장 생태환경의 변화로 NLL 부근 꽃게 어획량은 해마다 늘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현상태로 소모적인 논쟁만을 계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동어로구역은 단순한 분쟁의 억제를 넘어 분쟁지역을 평화지역으로 일변시킬 수 있는 ‘적극적인(positive)’ 방안으로 평가된다. 서해어장의 공동어로구역화를 대선공약으로도 제시했던 현 정부가 과연 어떤 대응책을 마련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NLL과 부근 해역의 합리적인 성격규정을 도출할 성숙한 사회적 논의도 긴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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