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노동자 고 배달호씨 분신사건 이후 45여일이 넘게 두산중공업 노사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노동부 특별조사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각계 대표급인사 3백59명이 정부에게 두산 박용성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참석자 가운데에는 법무장관 후보로 거명되고 있는 강금실 변호사 등도 참여하고 있어 향후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21일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참석자들은‘두산중공업 인권탄압 진상조사 및 손해배상 가압류 해결 촉구 선언’을 통해 “노동부가 두산중공업의 불법적인 노동탄압 행위에 대해 형식적인 조사로 일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하며 “▲교체된 개인 컴퓨터의 원래의 하드웨어나 사내 전산망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 ▲제보자 신분보장 천명과 비공개 증언 청취 ▲노사관련 업무 담당자들의 업무수첩 압수수색을 통해 철저히 진실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또 두산중공업 사측에 대해 “내부 제보자에 의해 공개된 노조관리 문서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부인하고 은폐하려 하고 있다”며 “오히려 회사측이 적반하장 격으로 노조가 자료를 훔쳤다고 고소하는 등의 코미디를 연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손해배상ㆍ가압류 청구소송에 대해서는 “손배 가압류가 노사화합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경제적 약자를 향한 경제적 강자의 폭력이라는 점에서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을 위협하고 있다”며 “손배ㆍ가압류를 통한 노동탄압과 인권유린 행위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의 노력과 함께 관련법을 즉각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두산 박용성 회장은 자신과 20세 미만의 일가족까지 동원해 벌인 부당내부거래, BW를 동원한 불법 증여를 일삼아 와 SK보다 불법이 더 심한 상태일 것”이라며 “검찰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즉각 박용성 일가의 배임, 사기, 불법증여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두산중공업 사태는 전체 노동계와 재계간 힘겨루기 양상을 띠고 있어, 새 정부의 노사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그 처리방향이 주목되고 있다.
다음은 선언문 전문이다.
***두산 중공업 인권탄압 진상조사 및 손해배상·가압류 해결 촉구 시민·종교·민중·인권·사회 단체 300인 선언**
1. 지난 1월 9일 20여 년을 한 공장에서 일한 중년의 노동자가 자기 몸을 불태워 세상에 알린 두산중공업의 충격적인 노동탄압 실태는 단순히 법을 어긴 노동조합 탄압이라는 차원을 넘어, 직장을 가진 시민의 인권을 일상적으로 심각하게 짓밟는 반사회적인 사태였습니다. 임금으로 살아가는 노동자가, 봉건시대 영주에게 당하는 것처럼, 사용자로부터 그가 아는 회사동료, 가족, 선후배, 이웃까지 사찰을 당해야 한다면 그 사회는 이미 정상이 아닌 것입니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 정보부나 경찰 당국이 자행하던 불법 사찰이 우리 사회를 병영적 통제사회로 만들었다면, 대재벌 사용자가 체계적이고 일상적으로 불법 사찰을 저지르는 지금은 과연 어떤 시대로 불러야 할까요? 30여년 전 스물 두 살의 전태일 열사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고 외치며 분신하였습니다. 살아있었다면 전태일 열사와 비슷한 또래인 51살의 배달호 열사가 '피도 눈물도 없는 악랄한 두산'을 유서로 남기며 지난 1월 분신하였습니다. 30년이 지났지만 노동자는 '기계' 아니면 사용주의 '노예'로 취급당하는데, 우리가 얼마나 우리 사회를 변화시켰다는 것인지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2. 회사측은 노조가 1월 23일 언론을 통해 제기한 노조원 사찰자료인 '블랙리스트'를 "노조가 출처불명의 자료로 일방적으로 악선전한다"며 전면 부인하였습니다. 다시 1월 29일 회사측은 "회사 차원에서 직원들의 관리를 위해 리스트를 작성하여 성향별로 분류하고 관리한 사실이 전혀 없으며, 분류결과에 의해 잔업이나 특근시 불이익을 준 사실은 더더욱 없다"고 딱 잡아뗐습니다. 그러나 이런 회사의 발표는 완전한 거짓이었습니다. 2월 5일부터 노동부 특별조사가 진행되자 이름을 밝히지 않은 수많은 제보가 노조에 몰려들어왔습니다. 노조가 공개한 이런 제보와 입수된 자료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노동자들의 보람찬 일터가 아니라 박용성 일가의 지시에 따라 건설된 '두산수용소'였습니다. 민영화 이후 2년 동안 두산중공업 노동자들은 과거 독재정권에 당하던 끔찍한 사찰의 망령에 시달렸다는 것이 명백합니다.
3. 자료에 따르면 두산중공업 창원공장 노조원의 2/3가 집중된 주조단조·터빈/발전·화력 사업부 노동자들은 모두 온건을 뜻하는 ☆나 초강성을 뜻하는 ★★★, 아니면 S(회사편), A(중간층), T(노조편) 등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이런 성향분류를 토대로 개개인을 다시 '분위기 선동자'나 '조합지침 신봉자', '판단 불능자' 등으로 나누어 회사편으로 만드는 구체적 '선무활동'을 전개하였던 것입니다. 회사측의 이른바 '선무활동'은 개개인 노동자의 학연, 지연, 군대인연, 이웃 등의 온갖 연고를 동원하여 '짝을 지우고' 가족까지 동원하는 것은 물론, 필요시 '천적을 만들어 설득하라'는 지침을 내리는 등 우리 사회의 인간적 유대를 부정하는, 너무나 참혹하고 비정한 것이었습니다. 노동자 가족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또한, 고향 선배나 학교 후배를 동원한 '노무관리'로 결국 다정한 인간관계까지 파괴당한 노동자의 인권은 어디서 보상받아야 합니까? 이 모든 불행은 우선 회사측이 노조를 지배하려 하고,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노조원에게 불이익을 준 부당노동행위입니다. 그러나 가족과 친구까지 연좌하여 괴롭힌 것은 단순한 부당노동행위를 넘어 노동자의 인권까지 짓밟은 안하무인의 작태였습니다. 돈 많은 기업 경영주는 돈 없는 노동자의 가족을 협박하고 친구관계까지 파탄시켜도 좋은 것인가요?
4. 회사측은 노동부 특별조사가 진행되기 직전인 1월 24일 사장 주재 회의에서 "조합원 성향분석 건 보안유지 철저히 할 것"과 "자료 폐기 또는 정리"를 지시하였습니다. 그런데도 주로 내부 제보에 의해 새로운 자료가 공개되자 '신 노사문화 정립 계획'이었다, '지난해 1월 임원들 회의에서 거론되었으나 실천된 것은 아니다'는 등으로 부당노동행위만은 부인하였습니다. 한편 회사측은 적반하장 격으로 노조가 자료를 훔쳤다며 5명을 절도 혐의로 고소하는 코미디를 연출하였습니다.
그러나 회사가 자료를 아무리 은폐하더라도 관계 당국이 의지만 있으면 밝힐 수 있습니다. 노동부는 지금이라도 △ 교체된 개인 컴퓨터의 원래의 하드웨어나 사내 전산망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 △ 제보자 신분보장 천명과 비공개 증언 청취 △ 노사관련 업무 담당자들의 업무수첩 압수수색 등을 실시하면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습니다. 박용성 회장의 지시까지 모두 확인 가능한데도 관계당국이 형식적인 조사로 일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5. 이 모든 사태는 2년 전의 납득할 수 없는 한국중공업 민영화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최근 SK그룹 대주주가 부당내부거래를 통해 불법적으로 기업 지배권을 확보한 것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면서, 세간에서는 두산은 사례는 같으나 양태는 더 심각하여 다음 차례일 것이라고 꼽고 있습니다(1월 19일자 경향신문 및 문화일보 참조). 박용성 회장은 부당노동행위 노조탄압과 노동자 사찰이라는 인권유린 행위를 '법과 원칙'이라는 말로 포장하였는데, 자신과 20세 미만의 일족까지 동원하여 벌인 부당내부거래, BW를 동원한 불법 증여, 사기혐의에 대하여는 뭐라 할 것인지 궁금합니다.
검찰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즉각 박용성 일가의 배임, 사기, 불법증여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해야 합니다. 차제에 다른 기업에도 경영권을 장악한 대주주가 일반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여 부당이득을 취하지 않았는지 엄정히 수사해야 합니다.
6. 우리는 또한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할 목적으로 자행되는 손해배상, 가압류 청구 소송 등이 최근 2-3년 동안 유행처럼 퍼지면서 노동3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결국 노사화합을 파괴하는 가장 커다란 요인 가운데 하나로 등장하는 현실을 크게 개탄합니다. 손해배상, 가압류 청구 등은 경제적 약자를 향한 경제적 강자의 폭력이라는 점에서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에 대한 위협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손해배상, 가압류 청구 등의 노동탄압, 인권유린 행위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노력을 촉구하며 관련법의 즉각 개정을 정치권에 강력히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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