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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없는 정당은 정당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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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없는 정당은 정당 아니다

<전문가분석> 색깔논쟁이 무의미한 시대 열어야

오늘날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가지고 있는 모든 나라에 좌ㆍ우파 정당들이 존재한다.

유럽의 경우 다양한 정치적 이념을 지닌 정당들이 선거에 참여해 경쟁하고 있고, 다수의 좌파 정당들이 선거에서 승리하여 집권하였다. 미국의 경우에도 지역 수준에서 다양한 좌파 정당들이 있다. 아프리카와 남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상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사회라면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에 따라 정당들이 조직되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파건 좌파건 모든 정당들은 이념정당이다.

오늘날 좌ㆍ우파 정당의 경쟁은 색깔논쟁이 아니라 정책대결이다.

특정한 정치적 이념에 기초한 정책이 무엇인가가 중요하지 이념 자체는 관심거리가 되지 않는다. 정책으로 나타나지 않은 이념은 죽은 이념이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 대결은 산업, 재정, 조세, 노동, 복지, 환경, 국방, 외교, 교육, 여성, 과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된 정책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정책을 제시하는 정당들엔 선거의 패배라는 대가가 돌아온다. 70년대 서구 좌파정당들이 제대로 정책적 대응을 하지 못해 80년대 들어 우파 정당들이 선거에서 약진했다. 그러나 우파 정당들이 집권 후 실정을 거듭하면서 90년대 좌파정당들이 거의 모든 유럽 국가들에서 집권에 성공했다.
정치와 경제 체제를 혁신, 다수 국민의 복지를 증진시킬 수 있는 정책능력이 있는 정당과 후보자들만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

남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민주화 이행을 거치면서 정당들의 능력은 정책 능력에 달려있다. 아르헨티나의 우파 정당이나 페론주의 정당이나 모두 정책 능력이 부재했기 때문에 국가가 최악의 나락으로 곤두박질했다. 선동정치가 지배, 정당과 정치인들이 무책임한 말을 남발하여 저질 정치가 발전했다.

페루의 후지모리도 선동정치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정치인으로 3번이나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권위주의와 정책적 무능력으로 페루를 혼란에 빠뜨린 채, 페루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귀국하지 않는 역사상 최대의 희극이 발생했다. 아르헨티나와 페루의 사례는 색깔 논쟁과 같은 선동 정치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그리고 무모한 것인가를 잘 보여준다.

오늘날 근대 정당체제에서 색깔 없는 정당은 정당이 아니다.

유럽의 경우 거의 1세기 이상 유지된 좌ㆍ우파 정당 구도에서 색깔 논쟁은 무의미하다. 중요한 것은 정책이다. 누가 유권자들의 삶의 질을 더 잘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는가가 관건인 셈이다.

말장난에 지나지 않은 색깔 논쟁은 부질없는 짓이다.

한국에서 정책 대결 대신에 색깔 논쟁이 난무하는 것 자체가 한국의 정당들과 정치인들이 무책임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반증하는 것이다,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극복하는 길은 무모한 색깔 논쟁을 접고, 정책 대결로 나아가는 것이다. 책임을 질 수 있는 정치인은 남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정치인이다.

21세기 들어서 한국 정치가 구태를 벗고 진정으로 국민을 두려워하고 책임을 지는 정치로 거듭나기 위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언제까지 한국의 정치는 지난 세기의 색깔 논쟁을 계속할 것인가?

21세기에는 정치인들이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를 혐오하게 만드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더 이상 국민들이 떠나고 싶지 않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하여 어떤 정책을 제시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이다.

2002년 대통령 선거는 21세기를 여는 선거답게 정당과 후보자들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2002년 월드컵에서도 모든 색깔의 나라들이 참여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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