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 3(sub-3.마라톤 풀코스 3시간 이내 기록)'는 거의 모든 동호인 마라토너들의 꿈이다. 그러나 '사이클 황제'에게 이 기록은 꿈이 아니라 '인간 승리'를 향한 분명한 목표였다.
생명의 위협을 받았던 3기 고환암을 이겨내고 투르 드 프랑스(프랑스 도로일주 사이클대회) 통산 7회 우승의 위업을 달성한 뒤 은퇴한 랜스 암스트롱(35.미국)이 6일(한국시간) 페달을 밟지 않고 두 발로 42.195㎞의 도로를 달렸다.
암스트롱은 이날 뉴욕 시내 코스에서 끝난 2006 뉴욕마라톤대회에서 2시간59분36초에 골인해 생애 첫 마라톤 도전에서 3시간 벽을 깼다. 3주에 걸쳐 3000㎞가 넘는 거리를 돌파해야 하는 투르 드 프랑스에서 단련된 체력이 큰 힘이 됐다.
암스트롱은 3만8000여 명의 참가자 가운데 856위로 들어왔다. 사이클 복장을 연상시키는 녹색 상의를 입은 암스트롱이 골인 지점인 뉴욕시내 센트럴파크에 들어서자 시민들은 우승자가 골인할 때보다 더 큰 환호로 투혼의 주인공을 맞았다.
암스트롱은 1996년 암세포가 뇌까지 전이된 상태로 고환암 판정을 받았지만 수 차례 수술 끝에 기적적으로 재기했다. 그리고 투르 드 프랑스에서 영원히 기억될 대기록을 작성했다.
어릴 적 트라이애슬론을 하면서 단축 코스 마라톤을 뛴 적이 있지만 풀코스에는 처음 도전한 암스트롱은 이번에도 정강이 부상이 심해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했지만 웬만한 마라토너 뺨치는 지구력과 강인한 의지로 보란듯이 완주를 해냈다.
암스트롱은 레이스 직후 "의심할 바 없이 마라톤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일 가운데 최고였다. 20년 동안 스포츠에 전념하면서 숱하게 인내심을 시험해 왔지만 이보다 더 힘든 일은 없었다. 투르 드 프랑스의 가장 힘든 순간도 비할 바가 아니었다. 마라톤 풀코스 완주는 사이클 선수 생활을 그만 두기 전부터 꿔오던 꿈이었다. 오늘 그 꿈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암스트롱은 다시 마라톤에 도전하겠느냐는 말에 고개를 흔들었지만 언제든 생각이 변할 가능성은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암스트롱은 이날 레이스를 통해 60만 달러의 암 퇴치 연구 기금을 모금했으며 그의 '페이스 메이커'로는 1980년대 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 알베르토 살라자르(미국), 올림픽 여자마라톤 첫 우승자 조앤 베노이트(미국), 올림픽 5000m를 제패한 '중거리의 제왕' 히참 엘 게루즈(모로코)가 동참했다.
한편 이날 대회에서 우승은 2시간9분58초에 결승선을 통과한 마릴슨 도스 산토스(브라질)가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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