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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CCTV보다 힘이 센 강북 '양심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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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CCTV보다 힘이 센 강북 '양심 거울'

[도시 주인 선언·32] 주민이 지키는 마을!

우리는 하루에 몇 번 CCTV(closed-circuit television, 폐쇄 회로 TV)에 노출되고 있을까?

아파트에 거주하는 나는 아침 출근길에 엘리베이터 앞과 아파트 골목에서 CCTV를 만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버스와 지하철, 지나다니는 보도, 은행뿐만 아니라 회사 건물의 외진 곳에도 '안전'이라는 명목 하에 CCTV가 설치되어 있다. 이렇듯 CCTV는 우리 생활 곳곳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급속하게 증가하는 CCTV

▲ 강남구에 설치된 방범용 CCTV. ⓒ김슬기
범인 검거에 결정적인 증거 자료로 활용되는 등, 범죄 수사에 있어 CCTV는 절대적인 존재이다. 또 CCTV는 지역의 안전을 담당하는 '안전 지킴이'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CCTV가 많은 지역=치안이 잘 되어 있는 지역'이라는 인식을 주곤 한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지역 주민이 방범용 CCTV의 설치를 원하고 있고, 이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0년 9월에 서울시 방범용 CCTV는 7810대로 전국의 방범용 CCTV의 59.1퍼센트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신형 방범용 CCTV의 한 대 설치 비용은 약 1200만 원 정도로 많은 예산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공공장소에 설치되는 방범용 CCTV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설치 및 관리를 하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규모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차이는 지역 간 치안 서비스의 격차를 가져오고, 상대적으로 치안이 취약한 지역으로 범죄가 옮겨가는 이른바 '풍선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러한 지역적 차이는 서울시 안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강남구를 중심으로 소위 '강남 3구'라고 불리는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에 설치된 방범용 CCTV는 다른 자치구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 중 서울시에서 가장 방범용 CCTV가 많은 지역은 강남구로, 2010년 1월 기준 강남구의 CCTV 개수는 522개이다. 이는 광진구(239대), 송파구(196대), 서초구(303대) 등 인접 지역에 비해서도 약 1.5배 이상 높다.

반면에 강북구(52대), 도봉구(51대), 관악구(88대)는 상대적으로 방범용 CCTV 설치 대수가 적은 지역으로 나타났다. 각 자치구들은 이러한 격차를 줄이기 위해, 민원 지역과 범죄가 빈번히 발생하는 장소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방범용 CCTV를 설치하고 있으며, 최첨단·고사양의 CCTV 설치를 통해 치안 격차를 해소하려고 한다.

▲ 서울시 각 동의 방범용 CCTV 대수 분포 현황(2010년 1월 기준). ⓒ서울지방경찰청·서울시

CCTV가 많은 지역은 안전하다?

그렇다면, 지역 사회에서 방범용 CCTV는 제 역할을 하고 있을까? 나는 지역의 치안과 안전을 담당한다는 기존의 생각에서 조금 더 나아가보고자 한다. 일단, 방범용 CCTV가 어떤 과정을 통해 우리 지역에 설치되는지 그 과정부터 알아보자.

▲ 방범용 CCTV 설치 과정. ⓒ김슬기
실제로 CCTV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민원인이 설치를 요청하면 그 지역을 관할하는 경찰서에서 그 지역의 범죄 발생률 및 발생 유형을 비롯한 다양한 요소들을 분석하여 장소와 개수를 정해준다. 그 이후에 지역 주민의 승낙을 받는데 주민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를 하게 되면 설치를 할 수 있다. 즉, 방범용 CCTV를 설치하는데 있어 '지역 주민-자치구-경찰서'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지역 주민은 자치구 홈페이지를 통해서 주로 민원을 청구한다.

나는 지역 사회 내에서 방범용 CCTV가 어떠한 역할과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 서울시 내에서 방범용 CCTV 설치가 가장 많은 강남구와 적은 지역 중 하나인 강북구를 중심으로 주민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강남구의 경우 CCTV가 공공성을 높이는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으며, CCTV가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다수의 안전 및 행복을 위해서 CCTV가 주는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구술자 : 거리나 공공장소에 CCTV 설치에 대한 여러 기사를 보기는 봤어. 나는 양쪽 입장이 다 이해는 돼. 하지만, 나는 CCTV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야. 왜냐하면 우리 사회가 아직 범죄로부터 해방되고 안전하기 때문에 개인이 좀 찍히더라도 그런 불편을 서로를 위해서 감수해야지. (강남구, 남, 50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방범용 CCTV는 지역 이미지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강남구의 많은 구술자들은 삶 속에서 방범용 CCTV에 익숙해진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방범용 CCTV가 없는 지역에 대해 안전 불안감을 느끼는 구술자도 있었다.

구술자 : (CCTV로 인해) 지금 당장 맘에 편안을 느끼지만 길들여지고 있다는 느낌을 가끔은 받고는 해요. (…) 다른 사람들은 CCTV 없어도 잘 지내는데, 저는 없으면 불안해지거든요. 7년 간 CCTV가 많은 지역에서 살다 보니까. 솔직히 7년이 짧은 시간은 아니잖아요. 많이 익숙해진 거 같고..어쩌면 그래서 제가 다른 사람들보다 CCTV를 잘 보는지도 몰라요. (강남구, 여, 20대)

면담자 : CCTV가 있다면 좀 안전한 느낌을 받으세요?
구술자 : 네 안전한 느낌을 받아요. 물론 CCTV가 완벽하게 범죄를 예방해주지는 않지만, CCTV 때문에 더 나쁜 짓을 하려고 하다가도 찍힌 다는 것을 아니까 범죄 예방이 되는 측면도 있고.
면담자 : 혹시 CCTV가 없는 지역에 가신 경험이 있으세요? 만약에 없으시다면 그런 곳에 갔을 때 어떤 느낌이 드실까요?
구술자 : 엊그제 남산 쪽이랑 이태원 쪽에 갔었는데요. 거기는 주택들이 많고 길도 좁고 그러더라고요. 그 때 주차 때문에 좀 고생을 했는데. 솔직히 강남 같으면 CCTV가 있으니까 불법 주차라든지 그런 일이 안 생길 텐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만약 저라면 이런 곳에서 벗어나고 싶고 이사할 거 같아요. 이런 면에서 본다면 강남이 좀 더 안전하니까. (강남구, 여, 50대)

2010년에 강북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방범용 CCTV에 대한 기초 자료 협조를 얻고자 강북구에 문의하였다. 전화로 질문과 응답이 오가는 가운데, 나는 강북구에서 설치 대수 및 CCTV의 지역 차에 대한 기존의 인식에 상당히 불만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구술자 : 지금 현재 우리 구에는 (방범용 CCTV가) 55개가 설치되어 있는데 6월까지 추가적으로 45개를 설치할 거예요. 그러니까 논문 다 쓰실 때까지는 반드시 100개가 되어 있을 거니까 100개로 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냥 100개로 알고 계시면 되요.
면담자 : 그래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구술자 : 저희가 이런 설치 대수에 좀 민감해요. 타 지역과 비교했을 때 우리 구가 상당히 부족한 건 사실이거든요. 그렇다고 데이터를 놓고 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아요. 강남구를 제외하고는 다 비슷하거든요. 그런데 자꾸 사람들이 단순히 그 숫자만 놓고 강북은 어떻고 강남은 어떻고 이야기 하는데 솔직히 좀 불쾌해요. 강남 대 나머지 24개 자치구 이렇게 하면 모를까. 강남이 2002년, 2003년부터 설치를 했고 그래서 숫자는 많을지 몰라도 3분의 1 정도는 다 장비가 노후화 된 상태거든요. 반면에 우리들 거는 2008년도에 들어왔기 때문에 장비가 오히려 낫고. 그런데 신문 기사에서는 단순히 숫자만 가지고 비교하고, 그걸 본 주민들은 왜 우리 지역에는 CCTV가 없느냐고 항의를 해요. 자료 보시면 아시겠지만 2006년도부터 꾸준히 설치하고 있거든요. 연구할 때 좀 신경 써 주세요. 단순히 강북과 강남을 설치 대수로만 비교하지 마시고요. 다양한 요소들도 고려해주세요. (강북구, 남, 30대)

강북구에서 진행하였던 몇몇 인터뷰에서는 이런 부분들로 인해 거주 지역에 대해 약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강북구 주민들은 방범용 CCTV 설치 대수의 차이를 통해 지역적 격차뿐만 아니라 강북구가 상당히 범죄에 취약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구술자 : 강북구에서는 CCTV 설비가 제일 좋은 거라고 말하지만 그래도 강남과 비교가 안 돼지. 왜? 기초자치단체가 우선 수입 면이나 재정 면에서 차이가 나는걸. 강남하고 강북이랑 비교할 때도 그런 거야. 아니 백만 원 급여 받는 사람이 천만 원 급여 받는 사람에게 돈 많이 번다고 소리쳐 봤자 아녀. 강남의 가로등을 버스타고 가면서 쳐다보고, 강북을 버스타고 다니면서 가로등을 쳐다보면 질적으로 어떤 게 좋다는 걸 젊은 사람들은 금방 알아. 가격이 몇 배나 차이 나는데. 그리고 대수도 엄청 차이 나지 않아? 결국 이런 차이는 지역 보안과 관련 있을 거 아냐. 아직도 강북은 멀었지. 왜? 따라가려면. (강북구, 남, 60대)

면담자 : CCTV 많은 지역이랑 비교해 보신다면, 현재 사시고 있는 지역은 어떠세요?
구술자 : CCTV 많은 지역 가면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런데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아무래도 도둑도 예방해주고. 그 사람들은 세금을 많이 내고, 우리 동네는 가난하다 보니까 잘 안 해주겠죠? 세금 많이 낸 사람들은 더 혜택을 많이 받아야 하잖아요. 후진 동네에는 그런 거 없죠. (강북구, 여, 50대)

하지만 강북구에서는 지역의 공공성이 CCTV의 설치만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지역 주민과의 유대를 통한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즉, CCTV에 의존하기 보다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지역 안전을 지켜나가겠다는 것이다.

구술자 : 저는 CCTV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사람의 눈이 더 무섭다고 봐요. 제가 사는 지역은 CCTV보다는 주로 순찰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제가 사는 지역 주민들은 거의 20년 정도 이 지역에 사신 분들이라 모두가 다 알고. 그러니까 지역에 대한 애착도 크시고, 자율방범대 그런 것도 잘 되어 있는 편이에요. 밤에 집에 갈 때마다 순찰차라든지 방범대 아저씨 분들을 종종 봐요. 그래서인지 범죄도 많지 않은 거 같아요. 워낙 보는 눈들이 많으니까 못하는 거겠죠. 저는 이런 지역 주민의 눈이 CCTV보다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구술자 G)

다음 도표는 2004~2009년도 서울시 강남구와 강북구의 5대 범죄율과 방범용 CCTV 현황에 대한 시계열적인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의 범죄정보관리시스템(CIMS)에 집계된 5대 범죄(절도, 살인, 강도, 강간, 폭력)의 발생 건수를 근거로 보면 2009년 강남구의 5대 범죄 발생은 총 9039 건으로 강북구에 비해서 약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해마다 방범용 CCTV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범죄율은 전체적으로 증가하거나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 서울시 강남구와 강북구의 5대 범죄와 방범용 CCTV의 시계열적인 변화(2004-2009년도). ⓒ서울지방경찰청

인터뷰 분석 결과 강남구 주민들은 범죄를 예방하는 도구로써 방범용 CCTV를 신뢰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북구 주민들은 지역의 치안을 높이기 위해서 방범용 CCTV보다 자율방범대나 경찰 인력 등 지역 주민과의 연대 및 지역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답사해본 결과 특히 강북 지역은 단독 주택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한 지역에 오랫동안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주민 간의 네트워킹이 잘 되어 있었다. 이러한 요인들은 강북구의 범죄 예방 및 지역 공공성 강화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해석 된다.

넛지(Nudge) 효과를 이용한 양심 거울

인터뷰를 진행하던 도중, 나는 강북구의 한 주민에게서 새로운 의견을 들었는데, 바로 '양심 거울'이었다.

구술자 : 저희 동네는 '양심 거울'이 있어요. CCTV가 있을 만한 곳에 양심 거울이 하나씩 있죠. 저는 오히려 CCTV보다 이런 게 더 좋은 거 같아요. CCTV를 설치하면 누가 나를 감시한다는 생각에 여기를 꺼리는 사람들도 있을 거고, (…) CCTV 같은 경우에는 사생활 침해 문제도 발생하는데 이건(양심 거울) 그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서 좋아요. (강북구, 여, 20대)

강북구 미아동 같은 경우에는 쓰레기 상습 투기 지역에 CCTV 대신 '양심 거울'이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 실제로 나가 강북구 미아동에 설치된 양심 거울을 찾아가 보았는데, 마을의 다른 구역에 비해 양심 거울 주위는 무척 깨끗했다.

▲ 같은 지역 다른 모습 : 강북구 미아동의 양심 거울이 설치되지 않은 구역과 설치된 구역의 극명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김슬기

이러한 사례는 미아동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있다. 은평구는 생활 쓰레기 무단 투기를 근절하고자 2010년 50여 개의 양심 거울을 설치하였다. 주민들은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다가도 거울 속에 그러한 행동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멈추게 된다. 엄격한 단속 방법 대신에 주민들의 양심에 호소한 것이다.

▲ 은평구 구산동의 양심 거울. ⓒ김슬기
최근에는 양심 거울과 함께 꽃 담장 또는 화분을 설치하기도 한다. 2010년 서울시 영등포구에서도 위와 비슷한 방법을 사용하였는데, 당산 1동에서는 10곳의 상습 쓰레기 불법 투기 지역을 지정하여, 대형 화분과 함께 양심 거울을 설치하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누군가를 감시 및 통제함으로써 공공성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의 연대와 긍정적 선택을 유도하도록 돕는 작은 환경의 개입을 통해 지역의 안전을 지켜나가는 것은 어떨까. 어쩌면 후자의 방법이 도시의 객체였던 우리 자신을 도시와 지역의 주인으로써 회복하고, 단절되었던 이웃과의 벽을 허물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러한 대안적 마을 지키기를 통해 지역의 진정한 공공성이 회복되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가 조금은 사람냄새가 나는 따스한 도시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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