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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이 서울 시장이라면 '용산 참사'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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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이 서울 시장이라면 '용산 참사' 없었을까?

[도시 주인 선언·26] 강제 퇴거 금지법 제정하자 ③

지난 9월 1일 뉴타운·재개발 지역 주민들이 '뉴타운 재개발 중단 및 주거권 쟁취를 위한 국민 운동 본부'라는 단체를 만들고 출범 기자 회견을 하였다.

그 동안은 주로 세입자들이 일방적으로 내쫓기는데 항의를 했었다. 그런데 이들은 뉴타운 재개발 지역의 집주인들이다. 이날의 기자 회견은 뉴타운·재개발 지역의 집주인이 뉴타운 재개발 사업을 '살던 집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사업으로 규정하면서 주거권 쟁취를 주장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내 집을 가진 집주인조차도 쫓겨난다는 재개발 사업에서 세입자들의 처지는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상가 세입자들은 대책이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우리는 2009년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서 5명의 시민이 국가 공권력에 의해 사망한 충격적인 사건, 용산 참사를 기억하고 있다. 용산 참사의 원인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도심 상가를 재개발하는 도시 환경 정비 사업에서 충분한 보상 없이 쫓겨나게 된 상가 세입자, 상인들이 현실 보상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서울에서도 규모 있는 상권에 해당하는 용산역 앞에서 수억 원을 들여 장사하던 상인들에게 2500만 원만 주고 내쫓을 수 있는 법이 문제 발단이 된 것이다.

상인들이 다른 곳에서 장사를 시작하려면 새로운 가게를 임대해야 하고, 거기에 권리금과 인테리어 비용 등 목돈이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그동안 확보해 둔 단골손님과 거래처는 대부분 잃게 된다.

"동네 상권이 무너지면 문 닫는 상가가 속출하게 되고 흉흉해진 동네 분위기 탓에 집값도 떨어집니다."

대형 할인점, SSM(대기업 소유 슈퍼마켓) 입점 저지를 호소하던 상인들의 말이다. 그만큼 상권, 상가 분위기는 입지가 중요하지만 입주 상인들의 노력에 의해서 상당히 좌우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개발 사업으로 쫓겨나는 상인들은 자신의 노력의 결과물에 대한 전반적인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4개월분 영업 보상만 받을 수 있다. 가계를 열기 위해 투자한 권리금과 인테리어 비용은 보상하지 않는다. 4개월분의 영업 보상만으로는 다른 곳에서 다시 장사할 수 없고 사실상 폐업 상태가 되지만 상인들이 손해를 감내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지금의 법이다.

전면 철거 방식으로 진행되는 재개발 사업은 기존 시설의 철거와 주민의 퇴거를 동반한다. 이 과정이 토지 등 소유자만의 참여로 이루어지면서 지역 상권을 구성하고 있는 세입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갖지 못하고 일방적 희생을 강요당하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정당한가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용산 참사로 인해 토지 등 소유자의 재산권·개발권만 인정되고 세입자에게는 어떤 권리도 용인하지 않는 현행 재개발 사업이 정당한가를 둘러싼 논쟁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하지만 용산 참사가 2년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 이렇다 할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도심 재개발을 둘러싼 소유자와 세입자의 갈등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 제대로 된 법 개정이 없다면, 박원순, 박영선, 나경원 등 서울 시장이 누가 되더라도 도심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은 피할 수 없다. ⓒ뉴시스

이 같은 논란은 얼마 전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된 홍익대학교 앞 칼국수 집 '두리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두리반 주인은 5년째 영업해오던 가게를 단돈 300만 원만 주면서 나가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이에 다른 곳에서라도 비슷한 수준의 가게를 열 수 있을 정도의 보상을 요구하는 끈질긴 투쟁을 하면서 그곳은 도심 재개발에 저항하는 상가 세입자 투쟁의 상징이 되었다. 그리고 2년여의 끈질긴 투쟁과 지역 사회의 중재로 두리반은 이주 대책에 합의하고 다시 가게를 열게 되었다.

용산과 달리 두리반은 도심 상가 개발을 둘러싼 땅주인과 세입자 사이의 갈등 해결의 한 모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두리반의 사례는 아주 예외적이다. 여전히 개발 사업을 둘러싼 땅주인, 개발 업자의 재산권 행사와 세입자의 영업권이라는 두 권리가 충돌에서 세입자의 권리는 인정받지 못한다.

그 대표적인 곳이 용산 참사가 일어났던 용산4구역과 사업 명칭도 같은 명동 도시 환경 정비 구역이다. 명동 3구역 카페 마리를 중심으로 철거 용역 업체 직원과 그곳 상인 간의 충돌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제2의 용산 참사가 우려되는 곳이다.

명동3구역 상인들은 4개월분 영업 보상금 370만 원 내지 1400만 원만 받고 수년 동안 생계를 이어오던 상가를 비워야할 처지다. 용산 참사를 당한 상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명동의 상인에게도 수억 원의 권리금과 인테리어 비용 등은 보상에서 제외되었다. 상인들은 권리금을 보상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주하는 곳의 '권리금'을 추가 부담해야 하고, 무엇보다 새로운 가게를 개업하기 위한 '인테리어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데 영업 보상만으로는 폐업할 수밖에 없으니 장사를 계속할 수 있을 만큼은 보상해 달라고 주장하면서 투쟁하고 있다.

재개발 지역 상가 세입자는 주거 이전비와 임대 주택을 제공받게 되는 주거 세입자와 달리 4개월 휴업 보상뿐이다. 그 외에 재개발 이주로 인해 소실되는 권리금, 이주에 따라 기존 가게에서 형성된 단골손님, 상권 등이 모두 보상에서 제외된다. 우리나라 상가 재개발은 대책 없는 상가 세입자 내쫓기, 즉 강제 퇴거를 기반으로 진행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현재의 재개발 사업은 상가 세입자들에게 특히 더 가혹하다.

우리나라 법에서 재산 가치나 권리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권리금은 영업권에 대해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거래라 할 수 있다. 세입자들의 잘못도 아닌 개발 사업으로 인해 강제 이주 당하는 상가 세입자들이 새로운 곳에서 적어도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이 가능하도록 보상 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절실하다. 이주에 따른 금융 비용 및 이주 장소에서의 광고비까지 보상하고 있는 영국 등 외국 사례와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이주 후 새롭게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수준으로의 회복이 필요하다.

공익 사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권리의 침해와 손실에 대한 보상을 통해 종전 상태로의 회복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신이 잘못한 것도 없는 사람에게서 생계 기반을 박탈하기 위해서는 다른 곳에서라도 비슷한 수준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 상식이 통하지 않는 재개발 사업을 바로 잡는 것이 우리 사회 숙제다.

명동 제3구역이 제2의 용산이 될 것인지, 제2의 두리반이 될 것인지 그 선택은 우리 사회 전체의 몫이다. 언제나 인파로 넘치는 명동거리의 가치가 과연 상가 소유자만의 것이고, 그곳에 세 들어 장사하는 상인들과 그곳을 찾는 시민들과는 무관한 것인가? 지금의 개발 사업이 정당한지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정치권에서 시작되고 있는 뉴타운·재개발 사업 제도 개선 논의에서 이 점이 진지하게 다뤄져서 재개발 지역을 삶의 터전으로 하는 모든 사람들이 대책 없이 쫓겨나는 일이 없어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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