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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에 홀린 대한민국…여우가 부부 금실을 좋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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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에 홀린 대한민국…여우가 부부 금실을 좋게 해?

[이상곤의 '낮은 한의학'] 부부 금실을 좋게 하는 방법

이명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환자의 내면과 맞닥뜨리는 경우가 많다. 이명은 자신이 내는 소리다. 소리는 대부분 외부에서 들려온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기가 스스로 소리를 낸다. 바람이 대나무 밭에 가면 대나무 소리가 나고 소나무 밭에 가면 소나무 소리가 나듯이, 외부의 음원은 몸속에서 자율신경과 함께 나만의 소리를 만든다.

예를 들면, 조용하다는 것도 자신의 신경이 20데시벨 이내로 귓속의 유모세포를 흔들면서 뇌가 조용하다고 생각하는 것일 뿐이다. 자신의 신경이 유모세포를 더 빨리 흔들거나, 더 늦게 흔들면 뇌는 곧바로 시끄럽다고 인식한다.

이렇게 유모세포를 자극하는 자율신경이야말로 내 마음의 본질이다. 자율신경은 본래 내것이지만 나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심리적 압박을 받으면 자율신경은 왜곡된 주파수를 보이면서 빠르게 혹은 느리게 유모세포를 움직인다. 이런 환자의 심리적 고통을 가장 아픈 주파수로 표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명이다.

이명 환자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 중 가장 흔한 것은 부부 갈등이다. 평범한 사람은 말할 것도 없지만 비범한 위인도 그 고통은 감내하기 힘들었다. 전라도 순천에 살았던 이함형의 부부 갈등을 놓고 퇴계 이황이 편지로 자신의 경험담을 토로한 이야기는 우리 같은 범인에게 위로가 된다.

"나는 일찍이 재혼을 했으나 한결 같이 불행이 심했다. 그러나 나는 스스로 각박하게 대하지 않고 애써 잘 대하기를 수십 년이나 했다네. 그간에 더러는 마음이 뒤틀리고 생각이 산란하여 고뇌를 견디기 어려웠네."

따지고 보면 부처님도 예수님도 공자님도 소크라테스도 세계 4대 성인 중 아무도 부부 금실이 좋은 사람이 없었다. 자의든 타의든 가장 위대한 성인도 이루지 못한 일을 평범한 사람들이 잘 산다는 것은 얼마나 훌륭한 일인가.

부부 금실이 힘들다 보니 요즘은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틈새시장도 있다. 얼마 전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것이 바로 여우 생식기다. 이것을 차고 다니면 부부 금실이 좋아진다는 탓에 몇 천만 원을 호가한다는 소식이였다. 하도 떠들썩하기에 한의학 고서를 찾아보았다.

한의학에서 여우 생식기가 금실을 좋게 한다는 언급은 전혀 없다. 여우는 한자로 '호(狐)'다. 호는 '고(孤)'다. 외롭게 혼자 다니는 짐승이라는 뜻이다. 여우의 본성은 의심이 많고, 이러니 같은 무리와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여름 극장을 장식하는 구미호다.

전설 속 요물인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여우는 본래가 한국산이다. <산해경>은 아래처럼 적고 있다. 인용에서 나오는 청구가 우리의 옛 지명임을 생각하면 구미호의 고향은 한반도인 셈이다. 이렇게 여우의 본질을 구미호 전설로 일찍부터 간파한 나라에서 근거 없는 여우 생식기 열풍이 돌다니…. 우리의 부부 금실에 심각한 문제가 있긴 있는 모양이다.

"청구(靑丘)의 산, 여우가 있으며 구미(九尾)로 능히 사람을 먹는다."

▲ 최근 시작한 드라마 <구미호 여우누이뎐>. 구미호는 한국에서 유래한 요물로 전해진다. 옛사람이 의심 많은 여우의 속성을 나름대로 형상화한 셈이다. 이런 여우가 부부 금실에 좋다는 속설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kbs.co.kr

<동의보감>의 잡방에 여우에 대한 얘기는 없지만, 부부가 서로 사랑하게 하는 방법에 대한 처방이 있다. 두 가지 처방이 있는데 원앙 고기로 죽을 끓여서 알지 못하게 먹이거나, 음력 5월 5일에 뻐꾸기를 잡아 다리와 머리뼈를 차고 다니는 것이다.

이런 처방은 원앙의 금실을 염두에 둔 것이다. 원앙은 암컷이 총을 맞고 쓰러져도 수컷은 암컷의 곁을 떠나지 않는 등의 속설과 함께 부부 금실을 상징하는 새처럼 여겨왔다. 그러나 원앙은 그다지 '원앙스럽지' 않다는 게 전설이다. 실제로 원앙은 매년 상대를 바꾸는 바람둥이다. 허준의 '앗 나의 실수'인 셈이다.

원앙을 넘어선 것은 원앙어다. 조선 후기 학자 김려가 <우해이어보(牛海異語譜)>에 기록한 내용이다.

"이름은 원앙어라고도 하고 해원앙이라고 한다. 생김새는 연어와 비슷하나 입이 작고 비늘은 비단처럼 곱고 아가미는 붉다. 꼬리는 길고 몸통은 짧은 것이 마치 제비처럼 생겼다. 이 물고기는 암컷과 수컷이 항상 붙어 다니는데 수컷이 달아나면 암컷이 수컷의 꼬리를 물고 죽어도 놓아주지 않는다.

낚시꾼은 원앙을 낚게 되면 반드시 쌍으로 낚는다. 이 고장 토박이의 말에 따르면 원앙어의 눈을 뽑아서 잘 말려가지고 남자는 암컷의 눈을 차고, 여자는 수컷의 눈을 차고 다니면 부부간의 금실을 좋게 할 수 있다고 한다."


김려는 경험담도 적었다. 이웃집 젊은이가 거제도 앞바다에 가서 물고기를 낚아 가져 왔는데 물고기가 절반쯤 말랐는데도 오히려 꼬리를 물고 떨어지지 않는 채로 있었다고 묘사한다. 이런 원앙어가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정확히 가늠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부부 금실이 좋은 어류는 무엇이 있을까?

최근에 밝혀진 결과로는 아귀가 백년해로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귀 중에도 심해어인 초롱아귀가 그렇다. 암컷의 몸에 지느러미처럼 작게 달라붙어 있는 이물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수컷이다. 깊은 바다에서 같은 종족끼리 만날 가능성이 적어서인지 악착같이 수컷은 암컷의 피부에 달라붙는다.

작지만 번식기가 되면 아비 역할을 해내 자손을 남긴다. 원앙어는 구하기 힘들고 초롱아귀도 구하기 쉽지는 않다. 여우도 아니고, 원앙어도 초롱아귀도 구하기 힘드니 어떻게 할까? 그저 아귀찜을 안주로 소주로 스트레스를 풀면서, 술기운을 빌려 4대 성인만큼은 하고 있는 자신을 위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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