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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북 대화 제의 혼선, "잘했지만 효과 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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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북 대화 제의 혼선, "잘했지만 효과 반감"

"케리 방한 지렛대로 한미 양국의 대화 의지 보여야"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 접견을 앞둔 전날 밤 "북한과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향적인 입장 표명으로 평가되지만 메시지가 나온 형식이나 과정에 대해 다소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케리 장관과의 회동, 한-미 외교장관 회담 등을 통해 이런 아쉬움이 보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소속 국회 외교통일·국방위원회 위원들과의 만찬에서 한 발언은 "북한과 대화를 할 것이다. 그 일환으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성명을 발표한 것",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반드시 가동돼야 한다. 상황이 어렵더라도 '프로세스'이므로 항상 진행되는 것" 등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메시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확실히 이명박 정권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평가할 만하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NSC 국장을 지낸 김창수 '통일맞이' 정책실장은 "대화는 무릎 꿇는 것이라는 국내 여론몰이에도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긍정적"이라며 "특히 한미 외교장관 회담 전에 북한에 대해 대화 메시지를 같이 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관련기사 보기 : 朴대통령 "북한과 대화할 것", 유화 제스츄어?)

그러나 메시지가 나온 형식을 놓고는 고개를 갸웃하는 반응들이 나온다. 우선 시점을 놓고 '케리 장관 접견을 앞두고 급조한 것 아니냐'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또 내용의 중대성을 놓고 봤을 때, 각급 회의나 외부인사 초청 오찬 등 청와대 공식 행사가 아닌 여당 의원들과의 비공개 만찬 자리에서 이런 말을 꺼낸 이유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이같은 의문 때문에 류 장관의 성명 발표 이후 통일부와 청와대의 대응에 대해 '성이 안 찬'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류 장관은 기껏 "북한 당국은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서도 "대화 제의라기보다는…"이라며 원칙론으로 되돌아갔었다. 청와대 김행 대변인도 "대화를 제의했다기보다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관련기사 보기 : 류길재 "北, 대화의 장으로 나와라"…2% 부족한 해법)

그러나 박 대통령의 만찬 석상 발언이 나온 이후 청와대의 기조는 돌변해 "(류 장관의 성명을) 공식 대화 제의로 봐 달라"고 했다. 류 장관의 성명이 작성 단계부터 청와대와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 나온 것이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통일부도 뒤늦게 "'공식적'인 대화는 아니지만 대화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사실상의 대화(제의)라는 취지"라며 해명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에 조율되지 않은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힘들여 통일부 장관과 조율해 장관 명의의 성명까지 내 놓고도 이를 다시 부인하는 듯했다가 대통령이 비공식 석상에서 대화 의지를 재강조하는 등 혼선을 빚어 북한이 정부의 의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장애를 줬다는 것이다.

김창수 실장은 "핵 실험 징후를 놓고도 통일부와 국방부 간에 혼선이 있었는데,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 정부 내에서 두 번 연속으로 혼선이 나온 것은 외교안보 시스템에서 통합조정능력의 부재가 드러난 사례"라며 "(대화 제의를) 해 놓고도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실장은 "이쪽에서 혼선을 보이면, 북쪽에서는 메시지의 진의를 확인하기 위해 시간을 더 들일 수밖에 없다"며 "공이 저쪽에 넘어갔다 하는데 확실히 안 넘어갔다. 토스를 불안하게 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준형 교수도 "국내적으로나 미국, 중국에 메시지를 보냈다는 성과는 있다"면서도 "이렇게 대화 제의를 한 것도 안 한 것도 아닌 정도로 북한이 나올 리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만회할 기회가 없지는 않다. 박 대통령과 케리 장관과의 면담, 여기에 이어지는 윤병세-케리 장관 회담이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의 제안에 이어 한 걸음 더 나아간 입장 표명이 나올지 주목된다.

김 실장은 "지금 상황에서는 최소한 긴장을 낮추는 프로그램에 합의해야 한다"면서 "목표는 5월 정상회담에 놓고, 그때까지 어떻게 '톤 다운'을 시킬 것인지에 대해 합의하고 그 출발점으로 한미 외교장관 성명 등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미 양국이 대화에 대한 의지를 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준형 교수는 "한국이 미국을 설득하고 북한에 메시지를 보내는 게 필요하지 않나"라며 "대화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대화 외에는 방법이 없다. 출구전략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미 정부 내에서 대북 대화파로 분류되는 케리 장관의 방한을 북한 위기 해소의 '지렛대'로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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