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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냐? 차베스냐?"…중남미 주도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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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냐? 차베스냐?"…중남미 주도권 논란

[남미 정세] 차베스 도전 속에 미묘한 신경전

중남미 지역에 대한 주도권을 놓고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한 저울질이 한창이다.
  
  현재 상황은 중남미 대륙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방대한 국토와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 신흥 경제대국의 입지를 바탕으로 역내 대표주자를 자임하는 룰라 대통령에 대해 막대한 석유자본을 이용한 경제지원을 내세워 영향력을 갈수록 확대해가는 차베스 대통령이 도전하는 모습이다.
  
  룰라 대통령은 오는 29일의 결선투표에서 재선 고지에 오를 경우 브라질을 중남미의 리더국가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히고 있다. 그러나 차베스 대통령의 도전이 결코 만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최근 브라질 언론 보도를 통해 나타난 전문가들의 전망은 "재선을 앞둔 룰라 대통령이 중남미 지역을 선두에서 이끌어가겠다는 야심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으나 2기 룰라 정부 대외정책의 가장 큰 도전은 차베스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내용으로 요약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그 근거의 하나로 볼리비아 문제를 들고 있다.
  
  볼리비아 정부가 자국 내 에너지 산업에 대한 국유화 선언을 통해 브라질 국영에너지회사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에 상당한 손실을 입히고 있는 이면에 차베스 대통령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브라질은 볼리비아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강경입장만 되풀이할 뿐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 베네수엘라의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가입이 가져올 부정적인 효과를 놓고 브라질 국내는 물론 회원국 간에도 적지않은 논란을 낳고 있으나 브라질 정부가 이를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미주대화 연구소의 피터 하킴 소장은 미국 워싱턴 소재 우드로 윌슨 국제센터가 주최한 한 행사에서 "스페인계 중남미 국가들이 브라질을 '동지'보다는 '적'으로 인식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중남미 지역상황이 좋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시 말해 많은 수의 중남미 국가들이 "브라질이 자신들을 지배하려 한다는 생각을 은연 중에 갖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브라질 문제 전문가인 케네스 맥스웰 교수도 "브라질은 중남미에서 코끼리같은 존재"라면서 "스페인계 중남미 국가들은 미주대륙 국가들이 일반적으로 미국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인식과 마찬가지 관점에서 브라질을 바라보고 있으며, 따라서 브라질을 따르기 원치 않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 내에서도 중남미 리더국가 구상에 대해 반대의견이 나오고 있다.
  
  페르난도 엔리케 카르도조 전 대통령(1995~2002년)은 26일 프랑스 좌파 일간 리베라시옹과의 회견에서 "룰라 대통령이 차베스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중남미 지역에 대한 브라질의 영향력을 오히려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비난했다.
  
  카르도조 전 대통령은 "브라질은 중남미에서 항상 중량감 있는 국가였으며, 이런 사실은 말로 표현할 필요조차 없었다"면서 "그러나 룰라 대통령이 계속 이 같은 발언을 하면서 브라질은 영향력을 점차 상실하고 있으며, 이제 중남미에 대한 주도권은 둘로 나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르도조 전 대통령은 이어 브라질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시도가 아르헨티나나 멕시코와의 관계를 해칠 수 있으며, 볼리비아와의 천연가스 협상도 페트로브라스가 손실을 입지 않는 선에서 진행할 수 있었으나 그러지 못하는 바람에 관계만 악화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향후 브라질의 외교적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현재의 상황이 얼마든지 반전될 수 있다는 견해도 많다.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가톨릭대학(PUC) 국제관계연구소의 모니카 헤르츠 교수는 "브라질과 룰라 대통령이 맞고 있는 도전은 고위 외교당국자들이 어떤 정책을 취하는가에 따라 극복될 수 있는 문제이며, 브라질은 충분히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헤르츠 교수는 브라질 국책은행인 경제사회개발은행(BNDES)이 중남미 각국의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점을 예로 들면서 "인접국에 대한 효과적인 경제 지원은 곧 브라질이 역내 리더국가가 되기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한편 유럽 지역의 전문가들은 실용좌파인 룰라 대통령의 재선이 브라질의 역내 영향력 유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의회 메르코수르 위원회의 조제 이그나시오 살라프랑카 부위원장은 "메르코수르는 파라과이를 제외하고 모두 좌파 성향의 국가들로 이루어져 있다"면서 "이는 올해 브라질 대선에서 우파 대통령이 선출될 경우 블록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며, 특히 차베스 대통령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그나마도 룰라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야 브라질이 베네수엘라를 받아들인 메르코수르의 회원국들을 다독거리고 이를 바탕으로 중남미 지역에서 주도권을 계속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다.
  
  살라프랑카 부위원장은 그러나 "룰라 대통령이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인 것은 사실이지만 외교정책에서 카리스마가 항상 필요불가결한 요소일 수는 없으며, 각자의 이해관계를 지키려는 입장을 해칠 수도 있다"고 말해 역내 주도권을 둘러싸고 중남미 지역에서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올해 대선에서 재선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는 룰라 대통령으로서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노력 등을 통한 국제무대 데뷔에 앞서 중남미 지역의 주도권 행사 문제를 먼저 챙기는 것이 선결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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