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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TV토론, 크루그먼이 봤다면…

<해외시각> 경제민주화, 재벌 탐욕 통제하면 된다고?

10일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서 후보들이 가장 뜨거운 설전을 벌였던 주제가 '경제민주화'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 등 세 후보 모두 경제민주화를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경제 질서 확립'이라는 취지로 표현했지만, 어떻게 이런 시장질서를 확립할 수 있을지 접근하는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박근혜 후보는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보상과 대가를 받을 수 있고 자기의 꿈과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으로 말하는 재벌개혁은 총수 일가의 탐욕을 통제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으로,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재벌은 온갖 특혜로 성장하고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막더니 이제는 그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어 시장경제의 장점을 죽이고 있기 때문에 재벌개혁을 빼놓고 경제민주화를 말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재벌의 순기능, 노동자 희생이 발판이라면?

이정희 후보는 아예 재벌개혁이 아니라 재벌해체라는 표현을 썼다. 그만큼 구체적인 방법에서 문재인 후보보다 강도가 높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문재인 후보는 재벌이 그래도 순기능이 있다고 말한 것에 비해, 이정희 후보는 재벌의 순기능이 있으려면, 경영실패로 능력이 드러난 아들 이재용씨가 삼성의 부회장으로 최근 승진한 것에 보듯 능력이 없는 오너 일가의 경영권 세습 같은 것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보들의 경제민주화 논쟁과 관련,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뉴욕타임스> 고정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이 쓴 '로봇과 약탈적 자본(Robots and Robber Barons)'은 재벌같은 대기업이 지배하는 경제에서 박근혜 후보처럼 경제민주화를 '총수 일가의 탐욕 통제' 수준으로 이뤄낼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해 주목된다. 미국 경제 얘기지만, 재벌이 지배하는 국내 경제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이 칼럼은 "경제가 안좋은데 재벌을 함부로 건드리면 안된다"는 박 후보의 말에, 이정희 후보가 "서민이 위기지, 재벌들은 돈을 쌓아두고 있다"고 반박한 내용을 설명해주는 듯하다.<편집자>

▲10일 경제를 주제로 한 2차 TV토론에서도 박근혜 후보와 이정희 후보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완전히 대조적인 공방을 펼쳤다.. ⓒ뉴시스

경제가 위기라는데 재벌 수익은 사상 최대인 이유

미국 경제는 여러 지표로 볼 때 여전히 매우 침체돼 있다. 하지만 기업의 수익은 기록적인 수준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가? 간단하다. 국민소득에서 기업의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치솟는 반면, 임금 등 노동자에게 귀속되는 비중은 감소하기 때문이다.

나눠먹을 파이는 말하는 것처럼 커지지 않는데 자본은 노동자에 대한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더 많은 몫을 차지하며 실적을 올리고 있다.

노동자 사이에서도 상당한 임금격차가 벌어진다는 문제도 여전하다. 하지만 이 시대의 경제에서는, 성공적인 업무기술을 가진 이들을 포함한 노동자의 희생을 대가로 기업의 수익이 올라가고 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두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테크놀러지가 노동을 소외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독점적인 시장권력이 급격히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로봇이 테크놀러지를 상징한다면, 시장권력은 '약탈적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 첨단산업에서 테크놀러지가 노동자들을 전부, 또는 거의 대체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해외공장으로 나갔던 일부 첨단제조업은 최근 미국으로 되돌아고 있는데, 그 이유는 더 이상 아시아의 값싼 노동자가 필요없게 됐기 때문이다. 컴퓨터의 경우 핵심부품인 마더보드는 기본적으로 로봇으로 만들고 있다.

MIT 교수 에릭 브리뇰프슨과 앤드루 맥아피 공저 <기계와의 경쟁>에서 두 교수는 번역과 법률 조사 같은 업무를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이런 변화가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전같으면 고도의 업무기술력과 고임금에 속하는 업무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 충격적이다. 업무의 테크놀러지화의 어두운 충격이 잡무 노동자들에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혁신과 개선이 많은 노동자, 아니 노동자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인가? 절대 그럴리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럴 수 있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이미 두 세기에 걸쳐 이런 가능성을 인식한 학자들이 있다.

19세기 초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르도는 비교우위론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1817년에 비교우위론을 설파한 같은 책에서 리카르도는 산업혁명기에 새롭고 자본집약적인 기술 발달로 노동자들이 상당기간 더 소득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

법인세 인하와 상속세 폐지, 누가 원하는가?

약탈적 자본은 어떤 타격을 주는가? 반독점 제도는 레이건 정부 시절 크게 붕괴돼 지금까지 회복된 적이 없어서인지, 요즘 시장권력에 대해 비판적인 언급이 별로 없다.

하지만 <뉴아메리카파운데이션>의 배리 린과 필립 롱맨은 기업집중이 노동에 대한 수요를 정체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기업들은 독점력을 사용해 가격을 올리고, 이득을 직원들에게 나눠주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노동자의 소득이 자본으로 이전되는 문제는 아직 국가적인 의제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지금 일어나고 있으며 심각한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

예를 들어 법인세를 낮추려는 로비가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기업의 수익은 노동자를 희생시켜 치솟고 있는 때에 누가 법인세 인하를 원한다는 것인가?

상속세를 낮추거나 없애려는 압박도 마찬가지다. 기술이나 교육이 아니라 금융자본이 소득을 결정하는 세상으로 되돌아가면 부의 상속도 쉽게 만들어져야 하는가?

이런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다. 로봇과 약탈적 자본이 우리 사회를 기괴한 곳으로 만들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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