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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초 외국인 영국중앙은행장, 재무부의 희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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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초 외국인 영국중앙은행장, 재무부의 희생양?

[해외시각] "혼란 초래한 자들, 곧 비난하기 시작할 것"

세계 최초의 중앙은행으로 31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중앙은행의 후임 총재에 캐나다인이 임명됐다. 영국이 중앙은행 총재로 외국인을 임명한 것은 사상 최초다.

영국 경제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면 영국 정부가 자존심을 버리고 외국인을 중앙은행 총재에 임명한 것일까.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지난 26일 하원 의회에 출석해 내년 6월 임기가 끝나는 머빈 킹 총재의 후임으로 현역 캐나다 중앙은행장인 마크 카니(47)를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카니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고, 폴 터커 부총재의 내부 승진 등 최소한 자국내 인물이 후임 총재에 임명될 것으로 확실시됐기에 의원들조차 깜짝 놀랐다.

외국인 임명에 "놀랍지만, 현명한 결단" 초당적 찬사

하지만 곧바로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사심없이 과감하면서 현명한 결단"이라면서 이번 임명에 초당적인 찬사를 보냈다.

영국 중앙은행은 앞으로 금융감독청(FSA)도 흡수할 예정이어서 후임 총재는 통화정책은 물론 금융 감독권까지 행사하는 '경제대통령'의 위상을 갖는다. 이런 자리에 카니를 영입하기도 쉽지 않았다. 남의 나라에 큰 기대를 받으며 어려운 과제를 감당한다는 것은 심적으로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오스본 장관은 지난 2월 멕시코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중앙은행장 회의에서 카니를 만난 이후 9개월에 걸쳐 설득을 하며 '삼고초려' 끝에 모신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본 장관은 카니를 설득하기 위해 3가지 조건을 들어줬다. 법으로 정해진 8년 임기를 다 채울 필요 없이 5년만 하겠다는 요구, '군주'처럼 절대권위를 행사한 머빈 킹 현 총재의 연봉 30만5000파운드(약 5억3000만원)보다 많은 48만파운드(약 8억3000만원) 제공, 카니의 결정을 만류하는 아내와 네 딸을 위해 집값이 비싼 런던에 살 수 있도록 이사와 주거에 드는 비용을 모두 대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오스본 장관은 "카니는 영국 중앙은행이 요구하는 금융시장 경험과 강력한 지도력을 겸비한 현존 최고의 적임자"라고 극찬하면서 이렇게 영입에 공을 들인 이유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카니가 남의 나라 축구팀 감독으로 영입돼 성공을 거둔 외국인, 예를 들어 '영국의 히딩크'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27일 <파이낸셜타임스>의 영국통 칼럼니스트 필립 스티븐스는 '마크 카니를 위한 영국 생존 가이드(A British survival guide for Mark Carney)'라는 칼럼을 통해 "경제를 엉망으로 만든 자들이 당신을 환영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면서 "그들은 곧 당신에게 실망스럽다고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내용이다.<편집자>

▲ '현존 최고의 중앙은행장'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영국의 차기 중앙은행 총재에 임명된 마크 카니 캐나다 중앙은행장. ⓒAP=연합

"카니, 조만간 '밥값' 하는지 추궁당할 것"

나는 벌써부터 마크 카니가 안쓰럽게 느껴진다. 카니를 영국 중앙은행 총재에 임명했다는 소식에 모두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나중에 슬픔의 눈물로 끝날 뿐이다.

정치인과 이코노미스트, 금융인들은 입을 모아 카니가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영국의 경제를 지금의 혼란에 빠뜨린 자들로, 캐나다 중앙은행장이 영국을 구해줄 인물이라고 장담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카니를 직접 만나본 적이 있다. 그는 금융위기의 원인과 결과에 대해 통찰력을 보여깊은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영국을 구해줄 메시아가 될 운명을 지닌 인물이라는 느낌까지 받지는 못햇다.

카니는 실망을 주게 돼있다. 영국 경제가 조만간 회복세를 보이는 일종의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지금 카니에게 찬사를 보내기 바쁜 자들은 카니가 '밥값'을 하고 있는지 따지기 시작할 것이다.

언론은 카니가 받는 '밥값'이 얼마인지 들출 것이고, 의원들은 금융규제를 보다 강력하게 하지 않는다거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이 원할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비난하기 시작할 것이다.

"재무부, 잘못되면 중앙은행 탓할 것"

여기에서 카니가 내년 여름에 영국의 중앙은행 총재 임무를 시작하면서 유념해둘 3가지 조언을 하겠다.

첫째, 현대화하라. 머빈 킹 총재는 '태양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18세기 군주처럼 중앙은행을 운영해 왔다. 정치인들과 언론에서는 카니가 보다 성과에 기초한 업무평가 체제를 중앙은행에 도입할 것을 기대할 것이다.

두 번째, 재무부를 믿지 말라. 영국의 중앙은행은 재무부의 통제하에 놓인 현체제에서 제대로 된 정책을 별로 내놓지 못했다. 재무부는 사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결정하면서 재정정책은 예산책임국(OBR) 소관으로 넘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상황이 잘못됐다고 해도 재무부의 고위관료들은 끄떡없다. 그들은 중앙은행 탓으로 돌린다.

세 번째, 주변의 비난에 흔들리지 말라. 지금은 당신을 '슈퍼맨'처럼 묘사하는 언론들은 얼마 못가 당신에게 제공되는 거주비용에 대해 시비를 걸고, 사생활을 캐고, 왜 영국인을 총재에 임명하지 않았는지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할 것이다. 잉글랜드 축구팀 감독을 맡았다가 실패자로 낙인찍힌 외국인들에게 물어보라.

자기들이 한 발언에 대한 일관성과 관계없는 의원들은 전임 총재가 약속한 경기부양 통화정책을 왜 쓰지 않느냐고 따질 것이다.

신문을 읽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당신은 진짜 메시아라도 성공하기 어려울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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