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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에 울려퍼진 천광청 육성 "위험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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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에 울려퍼진 천광청 육성 "위험에 처해 있다"

[분석] "오바마 정부, 중국 선처 바랄 수밖에 없는 처지"

"나는 지금 베이징에 있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떠나기 전에 직접 만나길 원한다."

"내 어머니와 형제들이 위험해 처해 있다."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미국과 중국 양국 관계의 최대 외교 문제로 떠오른 중국판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 천광청의 육성이 3일(현지 시간) 미국 의회 안에 스피커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울려퍼졌다.

천광청은 중국의 인권 탄압을 국제사회에 고발해 '아시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인권 변호사이자 시각 장애인으로 지난달 말 오랜 가택 연금 상태에서 탈출해 산둥성에서 500km나 떨어진 베이징의 미국 대사관으로 피신한 '기적의 탈주'로 현재 양국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천광청이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휴대폰으로 걸어온 이날 육성은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가 공화당 소속 크리스 스미스 의원의 주도로 열린 청문회에서 사전에 준비한 것이다. 이 자리는 천광청의 의사를 참석자들이 직접 확인하면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 지난 2일 베이징 주재 미 대사관에서 나올 때만 해도 천광청은 미소를 지으며 개리 로크 미국 대사(오른족) 등 미국 정부 관료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미 대사관
"당장 클린턴과 함께 중국을 떠나고 싶다"

미국 의회 청문회에 이렇게 실시간으로 통화 내용이 공개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그만큼 이번 문제는 중국과의 외교 문제뿐 아니라 미국 정치권에서도 대선을 앞두고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천광청이 미국 의회에 전화하기 직전 그를 인터뷰한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천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가족과 함께 중국을 떠나길 원하며, 클린턴 장관이 5일 베이징에서 미국으로 떠나기 위해 타는 비행기에 동승하면 바랄 게 없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천광청이 망명 의사를 확실히 밝힐수록 미국 정부의 당혹감은 커져가고 있다. 천신만고 끝에 미국 대사관까지 피신한 인권 운동가를 성급하고 서투른 방식으로 중국 당국에 도로 내줬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이 극도의 요주의 인물로 감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천광청처럼 탈출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미국이 커트 캠벨 동아태 담당 국무부 차관보를 베이징에 급파해 잘 협상이 됐다면서 어렵게 탈출해 대사관에 들어온 천광청을 내보낸 것이다.

말 바꿨다는 해명으로 수습할 수 없는 상황

국제 외교가에서는 이런 소식이 처음 전해지자 "참 어려운 문제가 쉽게도 해결됐다"고 환영했다. 천광청은 대사관에 나와 탈주 과정에서 다친 몸을 치료하기 위해 베이징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천광청은 병원에 오자마자 돌연 정반대의 말을 하기 시작했다. 자기는 사실 망명을 원했는데, 미국 정부가 억지로 대사관 밖으로 자신을 내보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에 대해 배신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미국은 펄쩍 뛰고 있다. 천광청 스스로 망명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고, 그래서 오히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중국이 어떤 곳인데 이런 탈주극도 벌인 인물이 중국에 끝까지 남아서 인권운동을 하겠다고 하나. 참 용기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본인의 희망을 최우선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그의 뜻에 따라 중국 정부로부터 신변안전을 보장받고 대사관에서 내보냈다는 취지로 해명하고 있다.

전해지는 각종 보도만 보면, 미국 당국자들의 해명처럼 천광청이 말을 바꿨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천광청이 말을 바꿨느냐 아니냐의 논란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친구끼리 심하게 다투다가 한 사람이 경찰에 몸을 피했다가 이젠 다 끝난 일이라며 집에 가겠다고 하는 식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탈출은 많은 사람들이 신변의 위험을 무릅쓰고 지원함으로써 가능했고 미 대사관에 피신한 것이기 때문에, 일단 미국 정부가 신중한 판단을 통해 처리해야 했다. 그러나 미 당국은 대사관에 들어와 망명을 하지 않겠다고 한 사람도 처음이고, 나가서 다시 말을 바꾼 것도 처음이라면서 "전례가 없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미국도 중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배경

상황이 이처럼 꼬이게 된 이유가 1차적으로는 미국의 성급하고 서투른 일처리 탓이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배경에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미국도 감당하기 힘들 만큼 어려운 상황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건처럼 중국의 주요 인사가 미 대사관에 피신한 일은 톈안먼 사태 당시 유명한 반체제 인사 팡리즈 이후 처음일 정도로 이례적이어서 양국의 중대한 외교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처음부터 팡리즈 사건 때처럼 처리했어야 한다고 비판을 하고 있다. 팡리즈 사건 때는 양국의 체면을 고려해서 세간의 관심에서 벗어나기까지 무려 1년 넘게 비밀협상을 하고, 다시 6개월이나 영국에 머물게 한 뒤 조용히 미국으로 넘어가도록 처리를 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번에도 그처럼 처리하고 싶었겠지만, 그렇게 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20여 년전과 지금은 중국의 위상이 매우 달라졌다는 것이다.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미국과 함께 이른바 G2로 불리는 양대 강국으로 떠올랐고, 반면 미국은 각종 외교 문제나 경제 현안에 대해 중국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마침 이번 사건은 경제전략대화(ESD)라는 양국간의 중요한 경제회의(3~4일)를 앞두고 벌어졌다. 여기에 중국이 어느 때보다 강경한 입장일 수밖에 없는 내부적인 상황까지 겹쳤다.

중국은 올해말 공산당 지도부 교체기를 맞아 내부의 권력투쟁이 격화돼 내란까지 벌어질 뻔 했던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혼란스럽다. 덩샤오핑 사후 권력 승계에 대한 후계자 지명의 권위가 현재의 후진타오 국가주석으로 '시효'가 끝나면서 차기지도자로 내정된 시진핑에 도전하는 강력한 세력들이 등장한 것이다.

따라서 지금 중국은 내부 통제에 극도로 민감한 상태에서 벌어진 '천광청 사태'에 대해 "미국의 개입은 내정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롬니 "자유의 어둠이 드리고, 오바마 정부에게 치욕의 날"

이때문에 미국은 되도록 이 문제를 빨리 털어버리고 싶어 오히려 천광청을 설득해 대사관에서 내보내고, 천광청도 경황이 없는 상황이라 일단 밖으로 나갔으나, 막상 병원에 와보니 미국의 관료도 출입이 금지되는 등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현실에 접하면서 심경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처리될 수 있을지는 "전례가 없는 사태"이기 때문에 예측하기도 어렵다. 오바마 정부도 쉽게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공화당의 정치적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오바마 정부가 인권 문제를 너무나 서투르게, 그리고 너무나 서둘러서 처리했다는 것에 집중되고 있다. 마치 겉으로는 인권을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인권이고 뭐고 골치아픈 일을 서둘러 처리해버린 게 아니냐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사실상 공화당 대선 후보인 밋 롬니는 이날 천광청 사태와 관련해 '자유에 어둠이 드린 날이자, 오바마 정부에게 치욕적인 날'이라고 규정하며 오바마 정부를 맹비난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롬니는 "클린턴 장관이 베이징에 오기 전에 협상을 끝내려고 서두르다가 천광청과 가족의 안전을 보장하는 확실한 조치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미 천광청의 신변이 중국 당국에 넘어갔고, 대선을 앞둔 정치 공세가 강한 상황에서 오바마 정부는 중국의 선처를 바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린 형국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도 인권 문제로 국제사회의 눈길이 몰리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물밑 협상까지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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