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北 '다음 행동' 뭘지 예측할 시간에 차라리 대화나서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北 '다음 행동' 뭘지 예측할 시간에 차라리 대화나서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반도포커스'] '한판 붙자' 불안한 기싸움의 한반도

4월에 남북 모두 바쁜 정치일정을 보냈다. 남쪽은 19대 총선을 치렀고 향후 4년간 국회를 이끌어갈 새로운 국회의원을 선출했다. 결과는 예상과 달리 여당의 과반 확보였지만 여야 모두 팽팽히 맞서는 호각지세를 형성했다. 전체 의석은 여당이 앞섰지만 수도권에서는 야권이 승리했고 전체 득표율도 야권연대가 여당을 앞섰다. 4.11 총선의 정치적 결과를 바탕으로 이제 여야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건곤일척의 한판 승부를 준비해야 한다. 북쪽 역시 당대표자회(4.11)와 최고인민회의(4.13)를 잇따라 열고 김정은 체제로의 권력승계를 제도적으로 마무리했다. 김정일 위원장을 영원한 총비서와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추대하고 후계자 김정은 부위원장을 노동당 제1비서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선출함으로써 수령 사망 이후 권력승계를 완료했다.

그러나 남과 북의 정치일정 속에서 오히려 한반도 정세는 악화되고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했고 유엔 안보리는 즉각 의장성명으로 규탄했다. 북한 외무성 역시 안보리 성명을 배격하면서 미국과의 2.29 합의에 구속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에 더하여 남과 북은 정면충돌의 치킨게임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불안한 한반도 정세를 보면서 새로 구성된 19대 국회와 새로 등장한 김정은 체제를 맞아 향후 남북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전망해보는 것은 그래서 지금 시기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4월 중 진행된 북한의 권력승계 과정은 당과 국가기관이 나름대로 제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대표자회를 열어 정치국 상무위원회와 정치국 비서국 및 당중앙군사위원회를 재정비하고 김정은 체제를 떠받치는 주요 핵심 엘리트들을 당내 주요 직책에 배치했다. 물론 국방위원회도 개편해서 김정은 체제를 담당해 갈 새로운 국방위원으로 꾸렸다.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을 영원히 총비서와 국방위원장으로 모시기 위해 북한은 당대표자회에서 당 규약을 개정하고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을 수정함으로써 형식적이지만 제도적 절차적 정당성에 충실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김정일을 김일성의 반열에 김정일주의로 격상시키기 위해 당 규약 서문을 개정하고 헌법 서문을 수정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나름 국가기관이 제도화되고 있음은 국방위원회 보선을 통해 국방위 산하 각 기관의 수장이 새롭게 교체 임명되었다는 데서도 드러난다. 국방위원회는 공화국 전반의 무력과 물리력을 관장하는 국가기관으로서 그 산하에 인민무력부, 인민보안부, 국가안전보위부가 소속되어 있고 따라서 이를 담당하는 수장이 바뀔 경우 당연히 자연스럽게 국방위원도 교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새로 국방위원에 선출된 이명수와 김원홍은 그래서 인민보안부장과 국가안전보위부장이라는 직위를 갖고 진입한 것이 된다. 때문에 국방위원에서 누락된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1부부장은 신임 보위부장에게 국방위원직을 넘긴 것이지 이를 두고 숙청이라고 분석하는 것은 국방위원회의 제도적 특성을 잘못 안데서 비롯된 오해의 가능성이 크다. 김정각이 국방위원에 잔류한 것 역시 최룡해가 신임 총정치국장이 되었지만 그는 신임 인민무력부장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권력승계 과정을 통해 북한은 당 기능 정상화와 세대교체를 시도하고 있음도 파악된다.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 시기에 선군정치의 강조는 부득불 군부의 입김이 강화될 수밖에 없었다.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과정에서도 핵심적 주도 역할은 주로 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후계 구축과정에 최고 실세로 떠오른 리영호 총참모장이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권력승계를 마무리하면서 북한은 최룡해를 최측근 실세로 배치하고 인민군 총정치국장에 임명했다. 군 인사가 아닌 당출신 최룡해를 정치국 상무위원, 비서,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및 국방위원에 포진시킴으로써 리영호를 제치고 명실상부한 김정은 체제의 명실상부한 2인자로 자리매김한 것은 군에 대한 당적 지도와 당 우위의 당군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최룡해(62)와 김원홍(67) 장성택(66) 등 60대의 실세 등장은 혁명원로와 군원로 대신 김정은 체제의 핵심으로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의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결국 당국가기관의 제도화, 당 기능 정상화와 세대교체의 특징을 통해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는 북한의 정치체제가 상당한 안정성과 지속성을 가지고 진행될 것임을 짐작케 한다.

김정은 체제는 향후 정책기조를 단기적으로는 유훈계승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공개된 김정은의 공개연설 내용과 4.6 담화의 내용에서 큰 줄기는 김정일 위원장의 선군노선을 계승하고 유훈 통치에 충실하겠다는 것이었다. 1월 신년사의 내용을 연상시킬 정도로 별로 새로운 것이 없는 기존 유훈계승의 입장을 그대로 재확인한 것이다. 후계준비 과정이 충분하지 않았고 각 영역에 대한 김정은의 정치적 장악력과 리더십이 아직은 시작인 단계에서 제도적 장치로서 최고지도자의 직책은 서둘러 확보했지만 이후 정책노선은 여전히 아버지가 제시해 놓은 선군과 유훈을 계승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이다. 아직 권력이 공고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섣불리 자신의 색깔을 드러낸 정책전환의 불확실성보다는 선대수령의 노선을 이어받는 안전성이 당분간은 리더십 확보와 권력장악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김정은의 노선이 유훈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새로운 정책기조를 선택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봐야 한다. 특히 이번 공개연설에서 강성국가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평화'가 더없이 귀중하지만 지금은 '자주'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대목은 경제적 성과를 위해 평화의 필요성을 고민하는 모습으로 해석됨으로써 과거와는 달리 자주와 평화의 길항관계를 연상케 한다. 최근 외신에서 보도되었던 김정은의 자본주의식 경제개혁 가능성이 눈길을 끄는 것도 그 맥락이다. 일단은 권력승계 초기의 정치적 안정을 위해 유훈 계승이 강조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김정은식 정책 브랜드를 제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김정은 체제의 대남정책은 적어도 이명박 정부 임기동안은 강경기조를 지속하고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김정일 사망 이후 여러 차례 공식 입장을 통해 이명박 정부와 '상종불가'를 밝혔지만 권력승계 이후 더욱 적나라하고 노골적인 대남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입에 담지 못할 욕설로 비난하고 대규모 군중대회를 열어 '찢어죽이자'는 구호를 내뱉는 모습은 단순한 상종불가를 넘어 불구대천의 원수로 간주하는 수준이다. 최고사령부 산하 '특별작전행동소조' 명의로 구체적인 공격 대상과 방식을 밝히고 혁명무력의 특별행동 개시를 선언한 것은 퇴로 없는 대결 고조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김정은 체제의 극단적 대남 강경 입장에는 나름의 배경이 존재한다. 이명박 정부와는 결코 상대하지 않겠다는 유훈통치 입장에 더하여 최근 남북이 주고받은 비난과 공격이 감정적으로 상대방을 에스컬레이트 시킨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북을 압도할 최신무기를 강조하고 국방부가 김정은의 집무실 창문까지 타격할 수 있다는 미사일 동영상을 공개한 것은 북한에 심각한 도전으로 간주되었을 것이다. 직후에 북한은 평양군중대회를 열고 상상불허의 고강도로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했다. 비슷한 시기에 이명박 대통령은 통일교육원 특강에서 농지개혁과 인권개선 나아가 쟈스민 혁명을 언급하며 독재정권을 무너뜨릴 구전홍보를 거론했고 이는 북한에게 체제붕괴 시도로 비쳐질 수 있는 대목이었다. 직후에 북한은 대남 공격을 위한 특별작전행동을 개시한다고 공개선언했다.

물론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보다는 단순한 엄포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로켓발사 이후 미국의 대북압박을 피하면서도 미국과의 협상동력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마침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에게 활용하기 좋은 빌미가 되었을 수도 있다. 남북의 군사적 대결을 한껏 고조시킬 경우 미국은 대북압박을 강화하기보다는 한반도의 안정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로켓 실패와 강성대국 진입의 사실상 무산이라는 인민들의 대내적 불만을 외부로 돌리고 김정은 체제 등장에 맞춰 가장 높은 강도로 체제결속을 확인하기에도 지금의 남북대결 고조는 안성맞춤이다. 따라서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남북대결의 심화는 남북의 주고받기식 감정적 대응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북미관계를 겨냥한 북한의 외교적 노림수와 북한 내부의 정치적 필요성이 적절하게 결합된 선택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정은 체제가 등장하자마자 공교롭게 남쪽에서 북의 '최고 존엄'을 겨냥하고 '체제 붕괴'를 의도한 듯한 발언이 나왔고 북한 역시 최고조의 대남 강경모드로 맞대응하면서 남북관계는 돌이키기 힘든 상황으로 악화되고 있다. 물러설 수 없는 상호 강경 입장이 교차할 경우 남북관계는 단순한 긴장고조를 넘어 실제적인 군사적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마저 존재한다. 상호 상승과정에 들어서버린 대결의 악순환은 자동촉발의 위기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퇴로가 없는 강경 대 강경의 치킨게임 양상에서는 누군가가 방아쇠를 당길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통제불능의 한반도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마저 존재한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북한의 특별작전행동이 무엇인지를 예측하는 게 아니라 극한으로 가 있는 한반도 위기를 낮추고 에스컬레이트된 남북의 대결을 완화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어야 한다. 한판 붙자의 밀어붙이기식 맞대응은 긴장을 파국으로 이끌어갈 수는 있을지언정 결코 위기해소와 문제해결의 답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소장 이수훈)가 발행하는 <한반도포커스> 2012년 5·6월호(제18호)에 실린 글입니다. 이번 호의 전체 주제는 '4.11 총선 이후 한반도 정세 : 평가와 과제'입니다.

* 원제 : 김정은 체제 구축과 남북대결: 불안한 기싸움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