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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위성 앞둔 한반도, 두 수만 내다보면 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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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北위성 앞둔 한반도, 두 수만 내다보면 답이 보인다

[한반도 브리핑] 종말을 향해 치닫는 '전략적 인내'

북의 '미사일'과 '인공위성'은 충돌을 향해 치닫고 있는가?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가 4월 12부터 16일 사이에 '실용위성'을 발사한다고 발표한 직후부터 한국과 미국 등은 이를 '미사일'(내지는 미사일과 같은 기술)이라고 규정하며 '말 대 말'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말싸움은 4월이면 불가피하게 '행동 대 행동'의 단계로 접어들 것이다. 더욱 위험한 진짜 싸움으로 격화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협상을 위한 마지막 진통이 될 것인가?

'광명성 3호'를 궤도에 올리기 위해 운반로켓 '은하-3호'를 북은 쏘아 올릴 것인가? 당연히 쏠 것이다. 좋건 싫건 북은 지금까지 '한다면 하는' 일관된 모습을 보여 왔다. 북의 행동이 예측하기 쉬운 이유이다. 북의 이러한 행동이 싫다면 한국이나 미국은 이를 하지 못하게 할 당근이나 채찍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당근도 없고 채찍도 없다. 지금 같은 정치적 상황에서 발사를 취소하면 인공위성을 대신 올려주겠다거나 경제적 보상책을 제공하겠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남북간 경제교류·협력과 북미 교류가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추가적 제재를 취할 여지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북이 발표한 대로 인공위성 발사를 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그렇다면 북이 로켓 발사를 한 이후 어떤 정국이 펼쳐질 것인가?

북의 로켓 발사는 모순적 측면이 존재한다.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의 중지를 요구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와 상충될 수 있지만, 과학적·경제적 목적 등의 우주 탐사는 모든 국가의 권리라고 규정하고 있는 우주조약(The Outer Space Treaty)과는 합치하기 때문이다. 뒤집어서 말하면, 북의 로켓 발사가 "중대한 도발 행위"라고 주장하는 것은 안보리 결의에 근거를 둘 수 있지만 국제조약의 위배가 될 수도 있다.

법리적으로는 국제조약이 안보리 결의보다 상위법이겠지만, 국제정치의 현실은 꼭 법리적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결국은 현실에서의 역관계가 이 모순의 해결 방식을 규정할 것이다. 현실이 불편하더라도 있는 현실은 있는 그대로 보자는 현실주의의 입장에서 보자.

이명박 정부와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은 소위 '전략적 인내'라는 명목 아래 지난 수년간 개점휴업 상태에 있었다. 남과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북이 핵을 포기하고, 과거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개혁과 개방을 하면 그때서야 대화와 교류를 하겠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봉쇄와 압박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참여를 끌어내는데 실패하면서 결과적으로 북에 대해 그나마 가지고 있던 레버리지만 까먹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개최와 관련해 "다음 세대에게 평화롭고 안전한 세상을 물려주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고 했지만, 정작 한반도는 더욱 위험하고 불안한 세상으로 뒷걸음질 쳤다. 바로 머리 위에 있는 북핵 문제는 지난 4년 동안 더 심각해졌다. 이제는 북에 대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레버리지도 없고,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태로 떨어졌다.

반면 북은 '전략적 인내' 덕분에 거저 벌은 지난 4년간 참으로 바쁘게 지냈다. 대형 발전소들을 완공하고 탄광을 정상화해 에너지 부문을 되살리고, 제철과 화학 등 중화학공업을 개비한데 이어, 최근에는 경공업과 농업, 서비스업의 확충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고, 러시아와의 관계도 냉전 이후 최상의 상태라고 할 만하다. 국내정치적으로는 노동당 체제를 복원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을 계기로 오히려 김정은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체제를 급속히 강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북은 최근의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역으로 이용해 김정은 부위원장의 대중성과 정당성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즉 한미 군사훈련 기간 중 김정은 부위원장이 최전방, 심지어 판문점까지 방문해 현지지도하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군사 지도자로서의 정당성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한미 군사 당국은 자신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김정은 체제의 공고화에 훌륭한 무대를 차려준 꼴이 되고 말았다. 향후 북의 로켓 발사를 전후해 한미 양국이 도발 운운하며 제재 조치를 취하려 한다면, 북은 이를 역이용해 '호전세력'에 강고하게 맞선 김정은의 이미지를 대대적으로 만들어내며 새로운 지도체제를 안착시킬 것이다.

물론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북은 한·미에 비교할 바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의 추이는 북에 유리하고 한·미에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되어 왔던 것이다. 그것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북이 현재 가동 중인 우라늄 농축 시설과 건설 중인 경수로, 이미 2009년경 완공된 동창리 발사장이다. '전략적 인내'라며 손 놓고 있던 이명박 정부와 오바마 정부가 자초한 결과이다.

▲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만난 한국과 미국의 정상 ⓒ청와대
'2·29 베이징 북미 합의'는 이러한 변화의 한 가운데에 있다. 더 이상 손 놓고 있다가는 문제를 더 키우겠다고 뒤늦게야 깨달은 것이다. 즉 '2.29' 이전의 한·미는 북의 일방적인 변화 내지 심지어는 붕괴를 압박하고 있었다면, 이 합의를 통해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대북 정책기조의 전환을 시사했다. 즉 "북한에 대해 적대적 의도를 갖고 있지 않"고 "주권과 평등에 대한 상호 존중의 정신으로 양자관계를 증진시킬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확언한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6일 한국외대 특강에서 이를 다시 확인했다. "북한 지도층에 직접 이야기하고 싶다. 미국은 어떤 적대적 의도도 없으며 평화에 헌신하고 있다. 우리는 관계 개선을 위해 조치를 취할 의지가 있다." 특강 전문이 없어 "주권과 평등에 대한 상호 존중"이 언급되지 않았는지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제 미국은 행동으로 확인해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북이 4월 로켓을 발사하면 이에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북의 로켓 발사라는 행동에 대해 미국이 "상호 존중"의 행동으로 대응한다면 '2.29 합의'는 급진전될 것이다.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물론 우라늄 농축 활동이 임시 중단되고 우라늄 농축 활동 임시 중지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를 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행동 대 행동'은 다음 단계에서 관계 정상화와 비핵화까지 갈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반면, 북의 로켓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고 보복 조치를 취한다면 북은 "주권과 평등에 대한 상호 존중"의 위반으로 보고 이에 상응하는 행동을 취할 것이다. '2.29 합의'에 포함된 임시 중단 조치와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가 당장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이러한 '행동 대 행동'은 결국 북이 운반 체제까지 갖춘 명실상부한 핵보유국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이제 바야흐로 미북관계는 '말 대 말'에서 '행동 대 행동'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두 수만 내다보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해 취해야 할 조치가 뻔히 보인다. 한편 오바마 행정부가 "상호 존중"의 선택을 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낙동강 오리' 신세가 될 것이고, 이를 포기한다면 한반도 긴장 격화의 부담은 고스란히 이명박 정부의 몫이 될 것이다. 이제 '전략적 인내'는 바야흐로 그 비극적 종말을 향해 치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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