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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이집트 민주화의 장애물, 군부와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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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이집트 민주화의 장애물, 군부와 미국"

현지 언론 인터뷰…"독재정권에 대한 미국의 '매뉴얼'은?"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권좌에서 몰아낸 이집트에서는 이슬람주의 정당들이 압도적 우세를 보이는 가운데 총선이 치러지고 있다. 3~4일(현지시간) 하원 3차 총선이 진행됐으며 다음 주 중 결선 투표가 예정돼 있다. 상원 선거는 오는 29~30일과 다음달 14~15일의 2차례로 나눠 실시되며 같은달 28일 첫 의회가 열린다.

이는 총선 및 대선을 통해 현재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군이 민간에 권력을 넘기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음을 뜻한다. 하지만 이집트 혁명을 이끈 시위대들은 군이 개혁을 실행하거나 치안을 유지할 능력이 없다며 더 조속한 민정 이양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에만도 군의 조기 퇴진을 요구하는 반(反) 군부 시위가 수 차례 열렸고, 군이 강경 대응하면서 수백여 명의 사상자를 내는 유혈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군은 올해 6월 치러지는 대선 이후 퇴진한다는 입장이다.

세계적인 진보적 지식인 노암 촘스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 지난달 28일 이집트 일간 <알마스리알욤>과의 인터뷰에서 이집트군은 민주화의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촘스키 교수는 한 이집트 혁명 과정에서 미국이 보인 태도도 매섭게 비판했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이집트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이스라엘의 안보와 같은 자국의 이해관계일 뿐이었다는 것이다. 다음은 신문의 영문판 홈페이지에 실린 인터뷰의 주요 내용이다. (
☞원문 보기) <편집자>

▲이집트에서는 다음달 28일 총선을 통해 선출된 의원들이 첫 등원을 한다. 하지만 이집트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 시위대 진압을 위해 보안군이 발사한 최루 가스가 안개 속에 가려진 이집트의 앞날을 상징하는 듯하다. ⓒ로이터=뉴시스

"미국이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경우는 국익에 부합하는 경우일 뿐"

- 군이 주도하는 전환의 시기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리라고 보나? 또 이에 대해 미국은 어떤 태도를 취할까?

"이집트군과 미국은 서로 친밀한 동맹 관계다. 이들이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리라는 것은 사태 초반부터 쉽게 예상됐다."

-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에서 그런가?

"군부는 정치적 통제력을 최대한으로 유지하고 자신들의 경제적 이권을 지키기를 원한다는 명백한 이유가 있다. 미국 정부의 경우에도 다양한 이유가 있다. 가장 좁게 보면, 미국은 이집트의 여론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이같은 여론이 민주주의를 통해 정책에 반영되기를 결코 바라지 않는다.

더 넓은 이유에서 보자면, 보편적으로 민주주의는 권력의 이해관계에는 위협으로 간주된다. 국내에서나 국외에서나 미국이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경우는 단지 미국의 전략적·경제적 이익에 부합하는 경우일 뿐이라는 것은 주류 학계의 확고한 견해다. 애석하게도 이에 반하는 사례는 어떤 사소한 경우라도 없다."

- 하지만 미 정부가 발표한 성명들을 보면 미국은 군부의 잔혹함을 비판하고 민주주의의 번영을 바라고 있다.

"물론 민주주의를 비롯해 온갖 좋은 것들에 대한 수사(레토릭)는 있다. 하지만 어떤 나라가 됐든 이런 언명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주 순진한 태도다. 실제 행동을 보면 아주 최근까지도 (미국의 행동은) 전통적 노선과 완전히 부합한다."

- 전통적 노선이라면?

"과거에도 반복해 일어난 일인데, 미국은 총애하던 독재자가 위기에 처하면 다음과 같은 절차를 따른다. 먼저 가능한 한 독재자를 지지한다. 그러다가 그게 더 이상 불가능해지면 (예를 들어 군대가 등을 돌린다든지 하는) 자신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알리는 성명서를 발표한다. 그리고는 과거의 지배 및 통제 체제를 고수하기 위해 노력한다.

예를 들자면, 니카라과의 독재자 아나스타시오 소모사 데바일레, 아이티의 프랑수아 뒤발리에, 한국의 전두환, 루마니아의 차우쳬스크, 콩고의 모부투,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 등등이다. 이와 같은 절차가 무바라크의 경우에 되풀이된다고 해서 놀라울 건 없다."

- 미국이 이스라엘 등 자국 국익을 위해서는 인권과 같은 원칙을 양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가?

"인권과 같은 원칙은 '양보'될 수 없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인권을 옹호한 적이 없으니까. 물론 주요 강대국들의 이익을 위협하지 않는 경우나 적대국가의 인권은 예외다. 여기에 대한 증거는 압도적으로 많아서 일일이 예를 들기도 어렵다.

미국의 권력 핵심부는 중동 지역에 오랜 전략적·경제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고 이를 필수적이라고 여긴다. 미 정부의 정책은 이러한 이해관계를 반영한다. 과거 영국과 프랑스도 강대국이었을 때 (그리고 상대적으로 약화된 지금도) 그랬다. 다른 나라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 미국 내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의회 등이 모두 전반적으로 같은 입장에 있다는 것인가?

"권력 체계는 단일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나 경제계 내부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펙트럼이 넓지는 않다. 물론 합의된 범위를 넘어서려 하는 극단주의자들도 있고, 조직화되고 활동적인 경우의 여론과 같은 외부적 힘도 있다. 그러나 유효한 범위 내에서는 오직 제한된 대안만이 용인된다. 이는 기록을 보면 명백하다."

-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 상원은 2012년도 이집트에 대한 군사 지원금 13억 달러를 '민정 이양 여부에 따라' 제공하도록 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집트에는 인권 침해나 최루 가스의 '오남용' 등의 문제도 있다. 촘스키 교수의 생각은?

"'알려졌다'는 단어가 중요하다. 미국 법에 따르면, 고문이나 심각한 인권 침해 및 기타 범죄 행위 (예를 들어 이스라엘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땅에서 행해지고 있는 제네바협약 위반 행위) 등을 저지르는 국가에 대한 미국의 무기 수출은 금지된다. 하지만 미국의 전략적·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에도 이 법률이 지켜진 적이 있나?"

- 이집트 국영 매체가 벌이고 있는 반(反)혁명적 선전, 특히 지난해 무바라크 퇴진 이후 군과 시위대의 충돌에 대한 왜곡 보도들에 대한 의견은?

"권위주의 정권은 당연히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억압하려 한다. 나치 독일과 같이 성공적인 경우도 있었고 볼셰비키 러시아와 같이 덜 억압적이지만 더 오래 간 경우도 있었다."

- 그러나 사람들이 회의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영 매체는 국민의 관심을 돌리고 여론을 왜곡하는데 효과를 보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여기에는 좀더 근본적인 원인이 반영돼 있다고 생각된다. 가혹한 체제에 맞선 투쟁은 힘이 든다. 먹고살기 힘든 사람들이 가장 먼저 걱정하는 것은 살아남는 문제다. 하지만 투쟁이 계속되는데도 사람들의 구체적인 일상생활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혼란과 불안정이 가중된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안정, 즉 권력에의 복종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이 정의와 자유를 요구하는 투쟁의 탓이라는 선전을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도 부정적 효과다. 이는 역사를 통틀어 봐도 이런 투쟁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 마지막으로 앞서 얘기한 미국의 '전통적 노선'을 고려할 때 우리는 어디에서 희망을 찾아야 할까?

"가장 큰 희망을 주는 것은 크나큰 위험을 무릅쓰고 잔혹한 정권을 몰아내며 전 세계를 고무시킨 타흐리르 광장의 용감한 민중들이다. 오늘날에도 지난 역사에도 이들과 같이 억압과 불의 앞에서 침묵하기를 거부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희망이다. 세계는 이런 방식으로 좀더 나아져 왔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린 속도이지만, 역행하지 않으며, 뜻깊은 많은 승리와 함께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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