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MB 외교 노선이 부른 불편한 현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MB 외교 노선이 부른 불편한 현실"

[이수훈 칼럼] 김정일 사망 정국을 보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상황과 관련한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불편함이 하나 둘이 아니다. 국가 안보와 국민 안위라는 기본 책무에 매우 부실하다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난다. 모든 면에서 선제적 대응은 찾아볼 수 없고, 남 따라 장에 가는 시늉에 그치거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대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MB 정부 들어 새롭게 형성된 남북 대치상태에서 우리 안보 상황 대비에 기초가 되어야 할 대북 정보력의 부재가 뼈아프다.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가 사망했는데 그것도 모른 채 일본에 나가 있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맞보는 불편함이 여간 아니다.

이번 사태와 같이 북한에 중요한 일이 일어나도 정부가 그것을 알지 못한다는 것은 우리 국민에게 대단히 불편한 현실이다. 지난해 천안함 사태를 거치고 연평도 포격이라는 도발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튼튼한 안보'만 외쳤지 실제 이후에 발생할 지도 모르는 사태나 돌발 상황에 대한 대비 태세가 전혀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불편한 현실이다.

국정원이나 군 정보기관이 이렇게 취약한 대북 정보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이 하나의 국가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제일의 책무를 담당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는가를 묻게 만든다. 아주 불편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일본과 중국, 러시아가 발 빠르게 조의를 표시하고 미국이 '새로운 리더십'을 인정하는 공식 발언을 했다. 미국은 이 상황에서 북미간 뉴욕채널을 가동해 식량 지원에 관한 실무접촉을 벌였다. 중국은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베이징에 차려진 분향소에 가서 직접 조문을 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고자 하고, 급변하는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 변화에 자국의 이해관계 실현을 위해 선제적으로 행동한 것이다.

한국만 홀로 대단히 피동적이고 상황 추수적인 행동을 보였다. 한반도 새판짜기와 동북아 환경 변화에 대한 전략도 없고, 차제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계기를 찾아보자 이런 생각도 보이지 않는다. 매우 불편한 현실이다.

MB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과 대립각을 세우는 바로 그 순간에도 일본은 중국과의 협력적 관계를 모색하기 위해 치밀한 전략 아래 구체적 행동을 취했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한중 정상간의 통화를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는데 중국 지도부가 퇴짜를 놓는다. 무턱대고 통화를 시도한 것도 무(無) 전략의 산물이거니와, 중국이 이런 외교적 무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한중관계에 깊은 멍이 들어있다는 현실의 반영이라는 데에 더 큰 문제가 있다. 부랴부랴 6자회담 수석대표가 베이징으로 달려간다.

'조의' 정국에서 북미간 대화, 북중간 긴밀한 소통, 중일간 협력의 모색 등 한반도 주변국들간의 활발한 양자 외교가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는 선제적 대응을 할 수 있는 아무 근거가 없다. 중국으로 달려가 '구걸외교'라도 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놓였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무척 속상하고 불편한 현실이다.

왜 이런 불편한 현실이 초래되었을까? MB 정부가 펼친 한미동맹 강화 정책과 대북 강경정책, 그리고 중국을 위시한 북방 국가 경시 정책이 원인이다. 이 외교안보 노선이 문제였던 것이다.

남북관계는 예견한 대로 파탄이 나버렸다. 한중관계는 신뢰에 금이 가고 "전략적"으로 "협력"이 잘 안 되는 파트너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공을 들였던 미국과 일본은 하염없이 우리 편을 들어줄까?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것은 국제관계의 ABC도 모른다는 핀잔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철저히 자신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해 한국과 관계맺기를 해왔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우리만 일방적으로 "영원한 우방"같은 다분히 정서적 비논리로 미국과 일본을 상대한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한미 FTA 반대 운동에서 등장한 '저자세' '굴욕' 같은 어휘를 새겨볼 필요가 있다. 당당하지 못하고 자긍심을 구긴다는 것이다. 이 역시 불편한 현실을 구성하는 한 요소다.

'김정일은 곧 죽는다. 후계구도가 잘 준비되어 있지 않다. 이런 저런 유형의 감당하기 힘든 분란이 발생한다. 북한이 망한다. 그러면 우리가 미국과 합심해서 접수한다.' MB 정부는 아직도 이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어쩌면 김정일 사망이라는 예측이 맞았기 때문에 우리 생각대로 '붕괴' 시나리오가 한층 빨리 현실화되고 있다고 판단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북한의 정황과 주변국들의 행동으로 미루어볼 때 전혀 반대의 시나리오가 읽힌다. 미국도 중국도 원치 않는 것을 한국 정부는 내심 원하고 있다. 그래서 보조가 맞지 않고, 외톨이 신세가 되어 있다. 더더욱 불편한 현실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