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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비크가 정신이상 판정 받을 가능성은 희박"

[해외시각]"미친 놈의 소행으로 치부하는 방식은 일시적 위안일 뿐"

무차별 대량학살은 정신이상자만 저지를 수 있는 사건일까? 만일 멀쩡한 정신의 소유자가 대량학살을 저질렀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지난 주말 캐나다의 <내셔널포스트>는 노르웨이의 청소년들을 학살한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32)를 정신병자로 단정하고 사건을 이해하고 넘어가려는 '통념적인 반응'을 경계하는 글을 실었다.

'브레이비크가 제정신이라는 과학적 판정이 나오면 어떻게 될까?(What does it mean if science proves Anders Breivik is sane?)'라는 이 글에 따르면, 학살극이 벌어진 우퇴이아 섬에 경찰이 도착했을 때 이 섬에서만 69명을 죽인 브레이비크는 총을 내려놓고 손을 머리 위에 올리면서 "할 일을 끝냈다"고 말했다.
▲ 학살극을 벌이기 직전 브레이비크가 공개한 무장한 모습의 자기 사진. ⓒAP=연합
학살극은 정신이상자가 저지른 것이라고 믿고 싶은 이유

이처럼 학살을 저지른 뒤 순순히 경찰의 체포에 응하는 태도는 멀쩡한 정신으로 논리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우퇴이아 섬 학살 직전 수도 오슬로 정부 청사의 차량 폭탄 테러로 8명을 죽여 모두 77명의 사망자를 초래한 브레이비크에 대해 그의 변호사 게이르 리페스타드는 "이런 학살을 저질렀다는 것 자체가 그가 정신이상자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브레이비크의 변호사처럼 "학살극을 저지른 자는 정신이상자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야 설명하기 힘든 어처구니없는 사건에 대해 마음의 위안을 주는 해명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런 논리는 사건을 저지른 자를 '정상적'인 우리들로부터 분리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범죄심리학자들은 "끔찍한 일이 벌어지면 범인의 정신상태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그가 정신이상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끔직한 사건은 거의 항상 평범한 개인들의 소행"

토론토대의 범죄심리학 전문가 피터 콜린스 박사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면 많은 사람들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이유에 의해 저질러 진 것으로 해석하지만, 실제와 다른 경우가 보통"이라고 지적했다.

콜린스 박사는 "정신이상이라는 것은 오해가 많은 개념"이라면서 "법에 도입되기 힘든 애매모호한 용어"라고 지적했다.

이스트런던대의 범죄학 교수 앤드루 실키도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현실과 유리된 미친 사이코패스가 저지른 일이라고 설명하려고 한다"면서 "이런 설명은 일시적으로 위안을 주는 유용성이 있지만, 현실은 거의 항상 범인이 평범한 개인들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실키 교수는 "범인이 미친 사람이 아니며, 정신이상으로 저지른 범행이 아니라면 어떻게 되는가"라면서 "이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다뤄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범죄심리학자들이 범인의 정신이상 유부를 판정하는 핵심 기준은 범행 전후의 계획성과 발각을 피하기 위해 얼만큼 치밀한 노력을 했느냐다. 또한 범죄심리학자들은 범인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측면을 인식할 수 있느냐를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이런 판정 기준에 따르면, 브레이비크는 완전히 멀쩡하다. 그는 1500페이지에 달하는 선언문이 상징하듯 자신의 신념을 대중에게 알리는데 집중했다. '2083: 유럽 독립 선언'이라는 제목의 이 선언문에서 그는 자신의 원대한 비전을 역설했다.

또한 그는 학살극을 벌이기 직전 공개한 이 선언문에서 최소한 82일간의 준비과정을 자세히 기록하기도 했다. 무기와 탄약 확보를 위한 활동, 경찰복을 입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그리고 폭발물 원료 구입 과정 등도 밝혔다.

이런 내용들은 그가 자신의 계획이 불법적이고 비도덕한 것이라는 점을 완전히 인식하고 있으며, 이런 측면을 압도할 만한 특별한 합리화가 요구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브레이비크의 이데올로기, 보수 주류 매체에 흔한 '선제적 자기 방어'

그는 노르웨이 노동당을 '이슬람 독재'에 의한 '문화적 학살'로 자신의 사회로 끌고가는 무책임한 정당으로 간주하고 이번 테러 대상으로 선택했다. 나아가 현재의 노동당 지도부와 차세대 지도자로 성장하는 청소년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아 일시적인 것을 뛰어넘는 충격적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다. 청년 노동당원들을 학살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은 노동당의 충원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게다가 브레이비크의 이데올로기는 독특한 것도 아니다. 보수적인 주류 언론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다. 브레이비크가 보여준 논리는 "인식된 위협에 대한 선제적인 자기방어"였다.

제 2, 제3의 브레이비크가 나올 수 있다는 공포스러운 전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편, 브레이비크 사건을 맡은 노르웨이 법원은 브레이비크의 정신상태를 감정하기 위해 두 명의 심리학자를 임명했다. 1일 <AP> 통신에 따르면, 노르웨이 법의학위원회의 타르야이 리그나이스타드 위원장은 "브레이비크는 자신의 행동을 통제해온 것으로 보이며, 법적으로 정신이상 판정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의학위원회는 법원이 임명한 정신과 의사 두 명이 실시하고 있는 브레이비크의 정신감정을 검토하고 승인하며, 판사는 이를 토대로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리그나이스타드 위원장은 "브레이비크가 정신병자가 아닐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면서 "정신이상자의 경우 단순한 일 밖에 할 수 없다며, 브레이비크가 정신이상자라면 오슬로 시내에서 차를 몰고 무차별 발포를 했던 청소년 캠프가 있는 북서부 호수까지 갈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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