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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쏘라'는 지침이 해병대 오인 사격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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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쏘라'는 지침이 해병대 오인 사격 원인"

軍 대응 놓고 논란 확산…전문가 "대응체계 문제 드러나"

지난 17일 새벽 발생한 한국 해병대원의 민항기 오인사격 사건에 대해 외신들도 관심있게 보도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이같은 사건이 지난해 이후 계속된 남북 간의 긴장 상태 하에서 일어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AP> 통신은 18일(현지시간) "이 사고는 남북한 간의 계속된 긴장이 위험한 실수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는 지난해 46명이 희생된 천안함 사건 이후 계속 끓어오르는 긴장 속에서 발행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폭스뉴스>와 <미국의소리>(VOA) 방송, 최대 인터넷 매체인 <허핑턴포스트> 등도 관련 사실을 속보로 보도했다.

영국 <BBC> 방송 또한 이날 "지난해 발생한 두 건의 사건(천안함‧연평도) 이후 서해는 특별히 긴장된 상태"라며 "북한이 최근 '심리전'에 대한 보복을 선언한 이후, 현재 남북관계는 어느 때보다도 얼어붙은(frosty) 상황"라고 전했다. 방송은 "이 사고는 긴장이 감도는 남북한 간의 경계선 가까이서 일어났다"면서 "서해상에는 남북한 간에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해상경계선(북방한계선. NLL)이 포함돼 있다"라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도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요미우리>와 <마이니치>, <산케이> 등 일본 주요 일간지들이 관련 기사를 게재했다. <요미우리>는 "교동도는 NLL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약 1.7㎞ 떨어진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신문은 "(군 당국과는 달리) 아시아나 항공 측은 항로 이탈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9일 지난해 두 차례 발생한 북한의 도발로 인해 한국군의 경계태세가 강화된 시점에서 민항기 오인사격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중국어 신문 <명보>(明報)도 천안함‧연평도 사건 이후 남북한 경계지역 부근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빈과일보>, <문회보> 등 많은 홍콩 신문들도 이 사건을 1면 머리기사 또는 국제면 톱기사고 다룰 만큼 큰 관심을 보였다.

앞서 인천시 강화군 교동도에 근무하는 해병대 초병들은 중국 청두(成都) 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오던 한국 아시아나항공 민항기를 북한 공군기로 오인해 99발의 총격을 가했다.

해병대 관계자는 18일 <연합뉴스>에 "어제 새벽 4시께 교동도 남쪽 해안에서 경계를 서던 해병 초병들이 남쪽 주문도 상공을 비행하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를 향해 K-2 소총으로 10분간 대공 경계 사격을 했다"며 "당시 민항기는 K-2 소총의 유효 사거리인 500∼600m보다 떨어진 상공에서 비행하고 있어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항공기의 북쪽 비행 한계선이 주문도 남쪽에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아시아나항공 측에서는 항로를 이탈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초병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여객기가 평소보다 북쪽으로 비행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측은 "공군과 공항관제소를 통해 항로 이탈과 같은 특이사항이 없었음을 어제 확인했다"고 밝혀 논란을 예고했다.

▲ 지난 17일 오인사격 사건이 일어난 인천시 강화군 교동도는 남북이 맞닿은 접경지역으로 한국 해병대가 상시 주둔하고 있는 곳이다. 사진은 지난해 8월 교동도 해안가에서 북한제 지뢰를 탐색하는 해병대 청룡부대 소속 병사들. (사진 속 장병들은 이번 사건과는 관련 없음) ⓒ연합뉴스

인터넷서 '논란'…무엇이 문제인가?

실제로 인터넷을 중심으로 사건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Bohem*** '라는 아이디의 한 누리꾼은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북에서 내려오는 비행기였을지라도 사격하는 동시에 상부에 보고 절차를 병행해야 맞다"며 "민항기가 추락했다면 인명 희생이 크게 났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누리꾼은 "천안함 사고 이후 국방장관이 '선공격, 후보고' 체제로 전환했다지만 아무래도 설득력이 없다"며 "천안함 사고와 같은 과오가 없기를 바랄 뿐"이라고 적었다.

이 글에 대한 댓글에서 누리꾼 '0tnttn****'은 자신이 인근 동검도에서 군 생활을 해봤다며 "한참 독기 올라있는 상태에서 민감하게 대응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고, 'su1312****'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한 누리꾼은 "떨구고 나서 북한 소행으로 몰고 갈려고 그랬나?"라고 빈정거리기도 했다.

또 사건에 대한 군 당국의 최초 대응 태도에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한 군 관계자가 <조선일보>에 "국방부가 조사했으나 특별히 문제될 사안이 아니라는 자체 판단을 내리고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한 것을 놓고,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위험한 일인데도 너무 태만한 대응을 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대응 체계의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난 사건"이라면서 "우발적인 사건에 대한 잘못된 초기 판단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특히 천안함 사건 이후 현장지휘관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응절차가 개정된 것과 관련해 김 교수는 "이번 사건과 같이 정보판단 오류 등 여러 우발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군사 전문가인 김종대 <D&D포커스> 편집장도 "쏠까 말까 물어보지 말고 일단 쏘라는 식으로 교육을 시키니까 이런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 아니겠느냐"면서 "경계 병력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돼 있는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식으로도 합리화가 안 되는 사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편집장은 "서북도서방위사령부가 생긴지 이틀 만에 일어난 일"이라며 "북한이 사령부 창설에 반발하고 있었고 군도 긴장하면서 (이에) 대비하라는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편집장은 "민항기에 위협이 된다는 점에서 점에서 심각한 사건"이라며 "과거 벌어진 호크미사일 오발사고와 함께, 서북 해역의 긴장 고조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드러난 사건"이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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