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日총리 "한국인 뜻에 反한 식민지배…통절한 반성"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日총리 "한국인 뜻에 反한 식민지배…통절한 반성"

조선왕실의궤 등 문화재 반환 '행동'으로 명시…위안부 배상 문제는 또 외면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10일 한국만을 대상으로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 담화를 발표했다.

이번 담화는 한일 강제병합 조약의 불법성을 명시하지 않고 강제 징용 피해자나 일본군 위안부의 배상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등 여전히 한계를 드러내지만, 일본 역대 정권의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 가운데서는 가장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간 총리는 한일 강제병합 100주년을 맞아 내각회의를 거쳐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100년 전의 8월, 일한(한일) 병합조약이 체결돼 이후 36년에 걸쳐 식민지 지배가 시작됐다"며 "당시 한국인들은 그 뜻에 반하여 이뤄진 식민지 지배에 의해 국가와 문화를 빼앗기고, 민족의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밝혔다.

간 총리는 이어 "아픔을 준 쪽은 잊기 쉽고 받은 쪽은 이를 쉽게 잊지 못하는 법으로 식민지 지배가 초래한 다대한 손해와 아픔에 대해 재차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죄의 심정을 표명한다"고 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실시해 온 사할린 한국인 지원, 한반도 출신자의 유골 봉환 지원이라는 인도적 협력을 이후에도 성실히 실시해 나갈 것"이라면서 "일본이 통치하던 기간에 조선총독부를 경유하여 반출돼 일본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조선왕실의궤 등 한반도에서 유래한 도서에 대해 한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여 가까운 시일에 이를 반환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간 총리는 또 한일 양국이 21세기에 긴밀한 파트너 관계임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커다란 역사의 전환점을 계기로 한일 양국의 유대가 보다 깊고, 보다 확고해지는 것을 강하게 희구함과 동시에 양국 간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결의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행동 명시한 사죄'에 주목

이번 담화는 세 가지 포인트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먼저 한국을 특정해 사과했다는 점이다.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일본 총리가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나라들 특히 아시아 제국의 여러분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며 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발표한 '무라야마 담화'와의 가장 큰 차이도 여기에 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간 총리가 취임했을 때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起夫) 전 총리가 한일관계를 특별히 당부한 메시지를 남겼던 만큼 민주당 정권이 한일관계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그 뜻에 반하여 이뤄진 식민지 지배'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이는 한일 과거사 문제의 핵심인 100년 전의 한일 강제병합 조약의 강제성을 다소 인정하는 구문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 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1965년 한일기본조약 2조에 대해 '국제법상으로 유효하게 체결됐지만 한국의 독립이나 한국 정부의 수립으로 결과적으로 무효가 됐다'고 풀이하면서 병합조약이 유효하게 체결됐다는 입장을 관철해 왔다.

이번 담화에서도 일본은 조약에 대한 불법·무효화를 분명하게 인정하지는 않고 있지만 일본 전문가들은 "그동안 한국이 원해서, 정당하게 병합이 이뤄졌다고 주장해 온 일본이 '그 뜻에 반했다'고 표현한 점은 진일보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일 강제병합 조약의 '원천무효'를 주장하는 성명에 서명한 한·일 지식인들은 일본이 이번에도 병합 조약의 불법성을 애매하게 처리하면서 결국 문제의 핵심에서 비껴갔다고 지적했다.

다음으로 조선 왕실의궤 등 일본이 강탈한 문화재에 대한 반환 의사를 표명한 것에 주목된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사죄에 뒤따르는 행동을 보여주겠다고 밝힌 데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정부 차원의 문화재 반환 의사를 표명한 것은 1965년 국교정상화 당시 문화재협정에서 일부 강탈 문화재를 돌려준 이후로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문화재를 '반환한다'고 표현한 한국 외교부의 비공식 번역문과 달리 원문은 '인도한다'는 표현으로 되어있어 해석을 두고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소지도 있다.

이 밖에도 전문가들은 일본 보수진영의 격렬한 반대와 민주당 내의 저항, 과거사 사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무릅쓰고 총리가 이번 담화를 관철시킨데 대해 높이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창수 연구위원은 "간 총리가 9월 당 대표 선거에서 지지를 얻지 못하면 총리에서 물러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이런 메시지를 전한 것은 좋게 평가할 수 있다"며 "아쉬운 점은 있지만 이번 담화를 계기로 해 (앞으로의 문제 해결을 위한)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도 "과거사 문제에 대한 속 시원한 해결을 기대했다면 실망했겠지만, 현재 일본 국내 정치를 감안하면서 평가해야 한다"며 "무라야마 담화보다 진전된 것으로 여겨진다"고 평했다.

▲ 한일 강제병합 100주년을 맞아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를 담은 담화를 발표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간 나오토 일본 총리. ⓒEPA=연합뉴스

한편 한국 정부는 이날 김영선 외교통상부 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내고 "이번 총리 담화를 한일간의 불행했던 과거사를 극복하고 미래의 밝은 한일관계를 개척해 나가려는 간총리와 일본 정부의 의지로 받아들인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부가 특히 "일본 정부가 총리 담화에서 밝힌 바와 같이 과거사에서 유래한 인도적 협력을 성실히 시행해 나가고 조선 왕조 의궤 등의 도서를 조기에 반환하겠다고 한 점을 평가한다"고 강조한 점으로 미루어, 향후 문화재 반환 문제가 양국 외교간 중요한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