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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천안함 외교, 빚만 잔뜩 졌다"

서재정 교수 "미국이 국익 챙기는 동안 한국은 '동맹의 덫' 걸려"

"한국 정부는 지난 두 달간 천안함에 올해에 외교·안보·통일 역량을 총투입했지만 원하는 결과는 얻지 못하고 많은 빚만 졌다."

한반도 전문가인 서재정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13일 이명박 정부의 천안함 외교에 대해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서 교수는 이날 저녁 한반도평화포럼(공동대표 임동원·백낙청) 주최 월례토론회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은 한국 정부 외교 전략의 총체적 실패"라며 이같이 평가했다.

왜 실패이고 어떤 빚을 졌는가? 서재정 교수는 네 가지 이유를 들었다. 우선 안보리에서 한국 정부가 원하던 실질적인 대북 제재 조치를 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보리 의장성명은 4항에서 "이번 사건 책임자에 대해 적절하고 평화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10항에는 "적절한 경로를 통해 직접 대화와 협상을 가급적 조속히 재개하기 위해 평화적 수단으로 한반도의 현안들을 해결할 것을 권장한다"고 되어있다. 서 교수는 이를 "안보리는 한국이 원하던 제재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대화와 협상을 촉구했다"고 해석했다.

두 번째 이유는 천안함 논의에서 러시아와 중국을 배제하는 우를 범했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이 실수를 만회하고 러시아를 대북 제재에 동조하게 하기 위해 러시아의 독자적인 조사를 수용하는 무리수를 뒀다"며 "그것은 중국을 두 번 배제한 모양새가 되어 안 그래도 불편했던 한중관계가 더욱 악화됐고, 민군 합동조사단의 결과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레버리지를 러시아라는 한 국가에 통째로 넘겨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러시아는 이미 충분한 효과를 보고 있고 천안함은 앞으로도 러시아에는 꽃놀이패로, 한국에는 원죄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 번째는 중국과의 관계에 깊은 상처를 남긴 것이다. 서 교수는 "미국 항공모함이 참여하는 서해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중국이 유달리 강경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단순히 서해상에서 훈련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천안함 사태 이후 한중관계의 난기류가 본격 표출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네 번째는 미국과의 관계. 서 교수는 "미국의 지지는 바야흐로 아프가니스탄 파병 및 세계 방위군이 되라는 청구서로 되돌아왔다"고 말했다.

▲ 서재정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 ⓒ프레시안 자료사진

"의장성명 직후 미국 발언, 천안함 사태 이전과 복사판"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미국의 이중적인 태도다. 미국은 천안함 사태에 대한 대응에서 겉으로는 한국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것 같으면서도, 서해 훈련에는 주저하고 있고 심지어 이명박 정부의 대북 심리전을 만류했다고 알려져 있다.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서재정 교수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응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지지 및 대북 강경책이라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미국이 보여주는 대응의 복합성과 그 뒤에 담겨 있는 국가전략의 기제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오바마 행정부는 한국 정부의 (천안함 관련) 발표와 대응책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독자적으로 북의 행위를 비난하거나 적극적인 대응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며 "미국의 대응이 '동맹국에 대한 지지'에 방점을 찍고 있지 '북에 대한 처벌'은 강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미묘하지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은 한미 대 잠수함 합동훈련의 시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된 천안함 사건 처리 문제 등에서 '한국이 주도하면 따르겠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서 교수는 "미국의 이런 대응은 작년 북의 핵실험에 대해 보였던 강경함에 비해 극히 제한적인 것"이라며 "동맹국에 대한 예우는 최대한 해주되, 미국 국가 안보에 최대의 위협이 되는 핵무기 확산을 악화시키지는 않겠다는 미국의 국가 이해를 정확히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 5월 26일 서울에서 북한에 도발 행위를 중단하라는 요구를 하는 동시에 "비핵화 의무를 이행하는 조치를 즉시 취하고 국제법을 준수하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이를 "(대북 압박과 핵 확산 방지라는) 투 트랙을 추구하는 미국의 본심을 드러낸 것"이라며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막기 위해 동원되는 군사·외교적 노력에 다른 요소들이 방해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천안함 정국'은 가능한 빨리 종결짓고, 테러와의 전쟁 및 대량살상무기에 초점을 둔 국면으로 전환하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안보리 의장성명 직후 북한은 6자회담과 평화협정 문제를 던졌고 미 국무부 대변인은 6자회담 전에 북이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는데 국무부 대변인의 말은 천안함 사태 직전 발언과 복사판"이라며 "이는 북미관계는 천안함 이전 상황으로 이미 돌아간 것이다. 북미 양국이 출발점을 확인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흔드는 청구서, 무엇이 적혀 있나?

이처럼 미국이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며 철저하게 국익을 챙기는 동안 한국은 "동맹의 덫에 더욱 깊숙이 걸려들고 있다"는 게 서 교수의 분석이다. 미국의 지지를 얻은 만큼 돌려줘야 하는데 '포괄적 전략동맹'이라는 명분으로 한국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미국이 올 2월 발표한 4개년국방검토(QDR) 보고서에 나온 4가지 전략 목표와 그 이행을 위한 수단이 가진 양면성에 '한국의 짐'이 숨어 있다고 분석했다. QDR의 4가지 전략 목표는 △현 전쟁의 승리 △분쟁 방지 및 억지 △다양한 위기 상황에서 적국 격퇴 능력 구비 △미군 능력의 보존과 향상이다.

서 교수는 이들 전략 목표에 대해 "부시 행정부의 전략보다는 국제 안보의 안정성에 기여하는 면이 있으나 동시에 대테러전의 지속·확산으로 세계의 불안정성을 제고할 가능성도 있다"며 "한반도와 관련해서도 일면으로는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에 유리한 면이 있는 반면, 6자회담에 걸림돌이 될 부분 및 '동맹의 덫'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공존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미국이 현재의 전쟁, 즉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승리를 추구하는 데에서 양면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테러전의 전선이 확산되고 미군이 분산 배치되면 한반도에 동원가능한 군사력이 상대적으로 제한될 것이고,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한반도 안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다.

반면 동맹국의 역할을 강조하며 한국이 아프가니스탄 등의 분쟁지역에 파병할 것을 요청하는 횟수와 강도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만약 한국 정부가 이에 부응하여 파병하는 경우 한국은 테러와의 전쟁에 끌려들어가는 '동맹의 덫'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명박-오바마 조합은 최악의 조합"
오바마는 왜 이명박의 '포로'가 됐나?

한반도평화포럼의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북 핵협상에 적극적일 것 같았던 오바마 행정부가 왜 이명박 정부의 '포로'가 되었는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참석자들의 주요 발언을 정리했다.

ⓒ프레시안

서재정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 :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이렇게 된 것은 우선 북의 행위 때문이다. 작년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은 오바마 행정부 대 대화파의 입지를 폭파시켰다.

둘째, 행정부 안에 대북정책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학장으로 있는) 보스턴에서 시간을 다 보내고 있고 성김 6자회담 특사의 활동 여건은 제한됐다. 그러면서 대북정책이 다른 사람들의 손에 넘어갔는데, 북한 자체와 북미협상의 전사(前史)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비확산의 입장에서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일부는 중국 전문가라면서 중국을 압박해 북을 강요할 수 있다는 환상을 유포했다.

셋째, 워싱턴에서 한반도 전문가라고 자칭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그중에서 진짜 전문가는 없고 냉전적인 시각에 사로잡혀 있으며 많은 이들이 한국 정부의 자금을 지원 받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입장과 정치색에 따라 발언의 내용과 수위가 좌우된다. 그러다 보니 워싱턴에서 반북 여론이 강화됐다.

넷째, 이명박 정부가 미국의 대북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명박-오바마 조합은 최악이다. 이명박 정부는 북과의 협상에 적극 반대하고 있고 오바마 정부는 동맹의 말을 적극 듣겠다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하고 있다. 이런 최악의 조합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오바마의 정책으로 그대로 수용되고 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북핵 문제에 대해 건설적이고 주도적인 이니셔티브가 미국에서 안 나오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 능력은 확대되는 사이클에 들어갔다. 북한이 변화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정책이 아니라 입장이나 태도에 불과하다. 오바마 정부의 정책 수단은 비핵화가 아닌 비확산만을 목표로 한 것이다. (따라서 비핵화에 대한 진의가 의심된다는 뜻)

서재정 : 공식 정책 목표는 비핵화와 비확산 둘 다다. 그러나 그중에 어떤 것 하나만 실질적인 정책 목표냐를 밖에서 판단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기본적으로 북한에 대한 봉쇄를 통해 핵 확산을 막겠다는 것인데, 이는 비핵화의 수단으로도 인식된다. 이명박 정부와 마찬가지로 조금 더 조이고 봉쇄하면 굴복하거나 붕괴할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 같다. 주고받기로 비핵화를 하는 게 아니라 북 정권이 바뀌어야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전략적 인내'라는 말이 나왔는데, 그를 통해 비핵화와 비확산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 미국은 확실히 비확산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가 아니라 비확산으로 가는 조짐이 너무나 뚜렷하다. 2차 핵실험 이후 1년 2개월 동안 미국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오바마 정부는 판을 만들어 줘도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천안함 사건 이후 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는 '천안함이 해결되지 않으면 6자회담을 열 여건이 안 된다'는 이명박 정부의 입장에 동조하고 편승했다. 그걸 볼 때 이미 미국의 정책은 사실상 비확산이다. 다만 그걸 공식화하면 한국과 일본에서 끝 없는 논쟁이 되기 때문에 공식화하지 않을 뿐이다.

서재정 : 비핵화를 위한 정책적 수단에 대한 비판과 비핵화라는 목적에 대한 분석을 분리해야 한다. 오바마 정부의 정책 수단에 대한 평가는 백학순 박사와 이종석 전 장관의 견해에 동의한다. 오바마 정부는 지금까지 협상을 해 보니까 잘 안 되더라, 안 되는 정권과 협상하며 끌려 다니는 것 보다 정권을 바꾸는 게 유일한 대안이다, 라는 학습효과가 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실패로 규정된 수단을 택했다고 해서 비핵화 목표 자체를 포기했다고 확대 해석할 수 있나 싶다. (확대 해석할 수 없다는 뜻)

이종석 : 오바마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적대국 지도자들과의 대화와 동맹 강화를 동시에 강조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돼서는 적대국 지도자들과 대화를 안 했고,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에 너무 심하게 아웃소싱을 했다. 아예 생각이 없다는 것 밖에는 해석할 길이 없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 미국이 북의 핵 능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부분이다. 1차 핵실험은 실패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는데, 2차 핵실험에 대해서도 미국이 상당 기간 무시해도 되는 게 아니냐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비핵화가 아니라) 비확산에 더 신경을 쓰고 있지 않은가 한다.

북한 핵 문제가 정말로 심각하다고 본다면 미국이 그걸 해결하는 건 어렵지 않다. 적대관계 해소하고 관계정상화에 나서면 된다. 문제는 한반도의 긴장이 좀 더 계속되는 게 미국의 국익이라는 판단에 토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묻고 싶다.

서재정 : 미국은 북한의 핵 능력이 당장 안보 위협은 아니라고 보는 것 같다. 그러나 북한이 핵융합 실험에 성공했다는 것은 수소폭탄을 만들 수 게 아니라 핵무기의 소형화가 가능하게 됐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국과 북한 사이에 힘겨루기가 벌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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