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보수적 남편 싫어 돈 많은 남자 좋아"…중동 '이혼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보수적 남편 싫어 돈 많은 남자 좋아"…중동 '이혼붐'

[서정민의 '인샬라 중동'] 산유국 이혼율 30% 이상 왜?

이슬람에서는 이혼이 어렵고 또 여성에게 불리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급증하는 이혼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가장 개방된 곳으로 간주되는 두바이의 경우는 이혼율이 약 50%에 달한다. 보수적인 산유국인 쿠웨이트 법무부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이혼율은 35.4%로 1990년대의 10년간 연평균 이혼율 31.0%에 비해 4.4%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최근 발표했다.

전체 이혼의 65%는 결혼 후 5년 이내에 이뤄졌으며, 평균적으로 매일 30쌍이 결혼하고 10쌍이 이혼하고 있다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특히 최근에는 '보수적인 남편이 싫다'는 이유만으로 이혼 소송을 제기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부부가 산책을 하고 있다.

위자료가 이혼율 증가 원인?

이슬람권에서는 결혼할 때 계약서를 작성한다. 증인의 입회하에서 남녀가 서명하는 계약서에는 이혼을 할 경우 여성에 대한 보상조건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몇 해 전 이란의 한 가정법원은 한 이란 남성에게 만 년 동안 매월 금화 한 닢을 부인의 위자료로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혼 시 1500만 달러 상당의 금화를 위자료로 받기로 하는 조건이 계약서에 있는 것을 바탕으로 내린 판결이다. 남편이 이를 지불할 능력이 없는 것을 파악한 법원은 할부로 갚으라고 판결한 것이다.

쿠웨이트의 경우에도 이혼 여성에 대한 보상은 명확히 법으로 보장돼 있다. 종교공동체 '움마위원회'는 1984년 관련법 개정을 통해 이혼 여성에게 충분한 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규정했다. 이혼 여성의 경우 관련법에 따라 주택, 자동차는 물론 매달 위자료와 함께 운전기사와 가정부 고용 비용까지 전 남편으로 받을 수 있다. 여성이 미래에 대한 재정적 부담 없이 이혼을 결심할 수 있는 배경이다. 이 때문에 최근 쿠웨이트의 종교단체들은 이혼율을 줄이기 위해 법 개정을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다처제의 부작용

아직도 남아 있는 일부다처제의 전통도 이혼율을 높이는 한 이유가 된다. 이슬람법은 모든 아내를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남성에게 최대 4명의 아내를 두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잦은 전쟁으로 늘어나는 고아와 미망인을 구제하기 위해 복혼을 장려했던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를 따르는 전통이다.

현재는 일부다처제를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둘 이상 부인을 둔 경우는 중동 전체 결혼 가정에 2%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실증이 날 경우 남자가 여러 명 부인 중 한 명과 이혼을 하고 또 결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성의 경우도 남편이 공정하게 대해주지 않을 경우 이혼을 요구한다. 사우디에서는 2007년 4월 110살의 노인이 30살 신부와 결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80살 연하의 여성과 두 번째 결혼을 한 것이다.

이처럼 불가능해 보이는 결혼이 이뤄지면서 자연히 이혼율이 높아지게 된다. 행복이나 사랑보다는 어려운 경제적 환경의 가정에서 딸을 기혼자에게 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결혼관에도 약간은 문제가 있다. 경제력을 지나치게 밝히는 것이 중동 여성의 일반적인 결혼관이다. 부자나라로 알려진 석유부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들도 돈 많은 남편감을 선호한다.

사우디 일간 <알-와탄>이 수년전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18~24세 미혼 여성 100명에게 이상적인 남편상을 물어본 결과 70%가 나이가 많아도 돈이 많은 남성을 배우자로 선호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50%는 아버지뻘 정도로 나이가 많아도 재력 있는 남성을 배우자로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국제 및 연애결혼의 증가

국제결혼이 성행하는 것도 이혼의 배경이 된다. 이슬람권은 예상 외로 국제결혼에 관대하다. 돈 많은 걸프 남성들은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부인으로 외국 여성을 선호한다. 왕족들조차 서양 여성을 부인으로 맞아들인다.

관광국가 이집트에서도 문제는 심각하다. 고대 유적도시인 남부의 룩소르에서는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지 말자는 이색 캠페인이 벌어질 정도다. 이집트의 경우는 걸프지역과 좀 다르다. 이집트 청년들이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혹은 해외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외국인 여성 관광객과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유럽 출신 50대 전후 여성들과 이집트의 20대 청년 간 결혼이 이뤄진다. 성적 욕구가 채워지고 경제적인 여유를 갖게 되면 이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근 연애결혼이 증가하는 것도 늘어나는 이혼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성급한 결혼 후에 경제적 이유로 이혼하거나 몰래 결혼한 이후 부모의 강력한 반대로 갈라서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 휴대폰 등 통신이 발달하면서 최근 이슬람권에서도 젊은 남녀 간의 만남이 유행하고 있다. 엄격한 이슬람 국가 이란에도 '번개팅'이 있을 정도다. 당국이나 종교기관의 눈을 피해 사전에 채팅이나 메시지로 연락을 취한 뒤 도심의 특정장소에서 차를 몰고 와 데이트 상대를 찾고 사귄다는 것이다.

계약결혼의 관행

마지막으로 특정 종파에서 허용하는 계약 결혼도 이혼으로 대부분 이어진다. 이슬람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시아파는 이런 결혼을 용인한다. 다수인 수니파는 이를 금지하고 있다. '무트아'로 알려진 이 계약 결혼은 혼외정사를 엄격히 금지하는 시아파 이슬람권에서 행해지는 오래된 관습이다.

남녀가 서로 합의에 따라 정해진 기간 부부로 살 수 있다. 계약 결혼 기간은 1시간에서 90년까지 임의로 정할 수 있다. 하객이나 참관인 없이 이슬람 성직자(예배 인도자)에게 인정만 받으면 바로 결혼이 인정돼 지참금 등 돈이 많이 필요한 정식 결혼 절차를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계약 결혼 중에 아이가 생기면 계약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남성은 양육비를 대야 한다.

이란의 내무부 장관은 2007년 6월 늘어나는 독신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계약결혼을 합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전통적인 종교 교리 상(시아파는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가 한 때 이를 허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용인을 하고는 있지만 합법화할 경우 성매매를 정당화한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이슬람권에서도 이혼은 이제 큰 사회적 문제다. 이집트에서는 여성 살인범의 40%가 남편을 살해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남편과의 부부싸움 중에 혹은 부당한 이혼에 대한 복수로 발생하는 살인이다. 아주 사소한 문제로도 이제 이혼 소송이 제기되고 있다. TV에 등장한 미모의 여배우를 놓고 부부싸움을 벌이다 이혼한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 전통사회에서 개방적인 그리고 서구화된 사회로 변모해가면서 중동도 이제 한국처럼 이혼문제가 사회적 골칫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