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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남한-북한, 공멸로 가는 '핵의 3각 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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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남한-북한, 공멸로 가는 '핵의 3각 지대'!

[토론회] 동북아, 탈핵은 과연 가능한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일본의 뿌리 깊은 결함을 드러냈다.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나고 나서야 일본은 과거 히로시마, 나가사키, 체르노빌 사고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일본 내 탈핵 여론이 힘을 받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그러나 일본인으로서 직접 경험한 일본의 탈핵 운동에 대해 들어볼 기회는 많지 않았다. 후쿠시마 사고 2주기를 맞아 일본의 대표적인 반핵 지식인으로 꼽히는 후나바시 하루토시 호세이 대학 교수(사회학부)와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12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는 <프레시안>이 후원하는 토론회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 사회의 변화와 한일 탈핵 운동의 과제'가 열렸다. 이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후쿠시마 사고 후 일본 사회의 변화를 논의했다. 이들은 동아시아를 핵 없는 땅으로 만들기 위한 초석으로 한·일 양국이 협력해 탈핵 운동의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모았다.

▲ 10일 오후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후쿠시마 대재앙 1주기 시민문화행사'에서 사고 생존자인 아베 사유리(왼쪽)와 딸 아베 유리카가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피해자 1700명 "610억 보상하라"

2만 명에 달하는 사망자와 실종자를 낳은 대재앙을 겪고 난 일본의 현재 상황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우선 2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피해 지역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분분하다.

후나바시 교수는 "현재 일본인들이 방사능 오염에 맞서 건강권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문부과학성이 공간 선량(생물체가 받은 방사선의 양)을 20밀리시버트로 결정했지만 부모들의 항의로 학교에서의 목표치는 1밀리시버트로 대폭 낮췄다"며 "많은 사람이 홀바디(Whole body·전신 스캐너)로 개인 계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후나바시 교수는 "현재 피해 지역 주민들에 대한 보상 문제가 큰 논란"이라며 "원상 복구를 요구하는 피해자들과 도쿄전력 간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또 피해 지역으로 귀환하겠다는 사람과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사람으로 나뉘어 복잡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후쿠시마 사고 2주기를 맞아 후쿠시마 사고 피해자 1700여 명이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을 상대로 원상 회복을 요구하며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은 이들은 우리 돈 약 610억 원에 달하는 배상 청구 금액을 요구했다. 후쿠시마 사고 피해자가 정부를 상대로 피해 보상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일본 원자력손해배상법은 핵발전소 사고 발생 시 사업자인 전력 회사가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번 소송에서 피해자들이 승소한다면 원자력손해배상법의 당위성이 흔들릴 수 있다. 후나바시 교수는 "앞으로 보상금을 둘러싸고 많은 재판과 소송이 일어날 것이다. 모두 긴 싸움이 될 것 같다"고 예측했다.

'핵발전소 제로' 외쳤지만 2달 만에 재가동

같은 재앙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었다. 후나바시 교수는 "일본 내에서 핵발전소를 폐기하고 신·재생 에너지를 도입하려는 노력이 활발해졌다"고 밝혔다.

일본은 신·재생 에너지의 보급을 늘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해 7월부터 발전 차액 지원 제도(Feed In Tariff, FIT)를 도입했다. 이는 전력 회사가 의무적으로 태양광 발전 잉여 전력을 일반 전력보다 비싼 가격으로 매입하는 제도다. 2010년 일본에서 신·재생 에너지에 의한 전력 생산 비중은 1.2퍼센트에 불과했지만 현재 경제산업성은 2013년까지 신·재생 에너지의 발전 비중을 전체 생산전력의 13퍼센트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핵발전소가 재가동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5일 일본 내 모든 핵발전소가 가동을 중지했지만 두 달 뒤인 7월 후쿠이 현의 오이 원자력발전 3·4호기가 재가동을 시작했다. '핵발전소 제로 일본'의 목표는 폐기됐다. 일단 재가동이 시작되자 핵발전소에 우호적인 목소리가 다시금 힘을 얻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시행된 일본 중의원 총선거에서 민주당이 의석인 230석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57석을 획득하며 참패한 것도 이러한 정책 혼선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13일 발간된 <일본 중의원 총선 결과 분석 및 자민당 정권의 주요 정책 전망>(국회입법조사처)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에도 당장의 대안 없이 탈원전을 선언하였다가 번복하는 등 원자력 정책의 방향 및 원자력 대체 에너지 사용에 대해 혼선을 가져온 점"이 패인이었다고 분석했다.

후나바시 교수는 "특히 아오모리·후쿠이·니가타 현 등의 경제계에서 핵발전소 유지를 강경하게 주장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방 경제 발전'을 앞세워 중앙 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핵발전소 가동과 유지를 주창하고 나선 것이다.

전력 회사, 언론·과학·정치계 장악

최악의 참사로 꼽히는 체르노빌 사고에 비견되는 사고를 겪고도 좀처럼 탈핵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후나바시 교수는 우선 "지역 독점, 총괄 원가 방식, 전원(電源) 3법 등 전력 회사에 유리한 제도가 있다. 이 제도를 앞세워 경쟁은 배제한 채 막대한 이득을 전력 회사에 보증해왔다"고 말했다.

총괄 원가 방식은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드는 모든 비용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일본 전력 회사는 전기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많을수록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었다. 전원 3법은 핵발전소가 들어서는 지방자치단체에 막대한 교부금(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지난 2011년 일본의 전원 3법 교부금 예산은 1110억 엔에 달한다. 약 1조2000억 원(3월 13일 환율 기준)의 돈을 핵발전소 입지 지방자치단체에 써온 것이다.

후나바시 교수는 "일본 경제 산업성은 예산 조사에 좌우되지 않는 거액의 예산을 전력 회사를 위해 조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예산은 "핵연료 머니" 혹은 "원자력 발전 머니"로 불리며 전력 회사의 든든한 아군 노릇을 했다. 이어서 그는 "이렇게 얻어진 막대한 경제력이 정보 조작력, 정치력으로 바뀌어 여론 조작을 가능하게 했다. 또 정치권을 움직여 왔다"고 비판했다.

후나바시 교수는 특히 언론과 전력 회사 간의 은밀한 동업 관계를 꼬집었다. 그는 "'핵발전소 안전 신화'를 뿌리내리게 한 것은 언론의 책임"이라며 "1980년대부터 전력 회사들은 2조 원에 달하는 광고비를 언론에 뿌리면서 언론을 조작해 왔다"고 강조했다.

▲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서울환경연합 여성위원회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2주기 추모' 행사에서 "핵발전소가 한국을 둘러싸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무적의 '핵발전소 복합체'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후나바시 교수는 "정부의 눈치를 보며 정책에 맞는 의견만 제시하는 과학자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핵의 위험성에 대해 침묵하거나 심지어 나서서 찬핵 여론을 조장하는 과학자들에 대한 비판이었다. 또한 그는 "이제 법원의 변화도 필요하다. 일본 법원은 핵발전소를 중지시키자는 소송을 전부 다 기각해 왔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윤순진 서울대학교 교수(환경대학원) 역시 "한국에는 핵 발전의 위험성을 이야기하는 핵공학자나 핵기술자가 없다"며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전공자가 핵 발전이 위험하다고 밝히는 경우가 있지만 한국 사회에는 여전히 그런 사람이 없어서 아쉽다"고 토로했다.

후나바시 교수는 전력 회사, 언론계, 정치계, 법조계가 한데 뭉쳐 핵발전소 변혁을 가로막는 이 구조를 "원자력 복합체"라고 명명했다. 그는 "전력 회사는 핵발전소의 입지를 선정할 때 지자체에, 핵발전소 찬성 주민에게, 언론에, 과학계에, 거액을 준다"며 "이 복합체의 구조는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이 '원자력 복합체'를 '핵 마피아' 또는 '원자력 마피아'라고 부른다.

핵발전소 복합체의 구조가 변화하지 않고 있는 상황은 지난해 집권한 아베 정권의 핵 관련 정책만 봐도 명백하게 드러난다. 후나바시 교수는 "아베 정권은 에너지 기본 계획을 검토하는 전문가위원회 위원 27명 중 15명을 바꿨다. 그중 핵발전소에 반대하는 위원 7명 중 5명이 탈락했고 핵발전소 건설을 다시 시작했다"고 우려했다.

"지속 가능한 사회 위해 핵발전소에서 벗어나자"

수십 년간 견고한 결속력을 유지해온 원자력 복합체를 해체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그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형성하기 위해 핵발전소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결정권을 둘러싼 공정함이 보장되며 분배와 부담이 공평하게 이뤄지는 방향으로 사회를 변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후나바시 교수가 말하는 "분배와 부담"은 "도쿄가 대량의 전력을 사용하면서 핵발전소는 지방에 두는"상황을 뜻한다. 한국 역시 서울의 전력 자급률은 3퍼센트에 불과해 지방에 핵발전소가 들어서면 여기에서 나오는 전기를 서울로 보내기 위해 지방에 송전탑까지 들어선다.

이에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이인근 서울시 환경정책과장은 "거대 도시 서울이 지방에서 보내는 전력을 무분별하게 쓰는 행태를 바꿔야 한다"며 "그래서 후쿠시마 사고 이후 서울시부터 행동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현재 에너지 절약과 신·재생 에너지 생산 확대를 통해 핵발전소 1기에 해당하는 전력을 생산하겠다는 '원전 하나 줄이기'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서울의 전력 자급률을 20퍼센트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아울러 후나바시 교수는 "원자력 복합체의 저항력은 강력해서 투쟁은 어렵고 장기화할 것"이라며 "그러나 국내외적으로 연대해 탈핵 운동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적으로 연대한 탈핵 운동과 관련해 윤순진 교수는 최근 촉발된 북한의 핵무기 도발 역시 반핵 운동에 당위성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이 핵발전소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북한이 핵무기 개발하는 것만큼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리는 점이 중요하다"며 "우리가 핵발전소를 가지고 있으면 북한이 우리가 가진 핵발전소만 공격해도 핵무기 이상의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다. 그러므로 한·중·일이 어떻게 반핵 운동에서 연대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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