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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의 내전과 미-중 경쟁, 결국은 '쩐(錢)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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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의 내전과 미-중 경쟁, 결국은 '쩐(錢)의 전쟁'

[서정민의 '인샬라 중동'] 임박한 대선·총선도 파행 예고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넓은 땅을 차지한 나라 수단. 끊임없는 전쟁과 질병으로 시름해온 수단에 대한 TV 시리즈가 최근 방영됐다. <아리랑TV>의 '아리랑 투데이'는 수단의 역사적 변화 현장을 밀착 취재해 5부작을 3월 22일부터 26일까지 내보냈다. 수단의 현재 상황, 24년 만에 치러지는 대통령 직접선거, 그리고 수단과 한국과의 관계를 심층적으로 다뤘다.

아프리카의 한 나라에 대해 이렇게 5부작이 방영되는 것은 우리 방송사에 처음인 새로운, 그리고 긍정적인 시도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최대국가가 30여 년간 내전을 치르게 된 배경에 대해 좀 더 깊게 다루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다.

보다 더 집중적으로 조명했어야 하는 부분은 '경제적 이권'이다. 돈을 둘러싼 갈등이 수단 내전과 정치적 불안의 가장 큰 변수라는 것이다. 정치적, 민족적, 그리고 종교적 이유보다는 수단의 자원을 둘러싼 국내외 행위자들 간의 갈등이 현재 수단의 상황을 가장 적절히 설명할 수 있다.

난항 겪는 선거

<아리랑TV>가 수단 밀착취재를 결정하게 된 배경은 오는 11∼13일 예정된 대선과 총선 그리고 지방선거다. 이 세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게 되고 선거 결과는 향후 수단의 미래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변수가 된다. 방송은 투표소 설치 등 기본 준비도 부실한 상태에서 과연 선거는 무사히 치러질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방송의 우려대로 현재 선거 준비는 난항을 겪고 있다. 우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의 유력한 대항마였던 남부 수단의 대선 후보가 선거 출마를 거부해 24년 만에 치러지는 수단 남·북 동시 선거가 파행 위기에 몰렸다.

수단 남부의 준자치지역을 관할하는 조직인 수단인민해방운동(SPLM) 소속 후보 야시르 알만은 3월 31일 성명을 내고 수단 정부의 조직적 부정선거 준비와 내전지인 서부 다르푸르 지역의 불안정성 등을 이유로 대선 후보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알만의 후보 사퇴는 11∼13일 예정된 동시 선거를 늦춰야 한다는 야당들과 국제단체의 요구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서방은 남부의 정치세력이 제기하는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서방 정부와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G)은 지난달 30일 유권자 등록이 조작되고 있고, 다르푸르 지역의 수많은 난민이 투표권 행사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이번 선거 연기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HRW)도 지난주 성명을 통해 "수단인들이 자신들의 지도자들을 자유롭게 뽑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 수단 선거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알-바시르 대통령은 야당이 선거를 거부한다면 내년에 예정된 수단 남부 지역 주민의 분리독립 국민투표를 취소하겠다고 위협하며 이번 동시 선거를 강행할 뜻을 밝히고 있다. 알-바시르 대통령은 또 동시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는 국제선거감시단의 요청을 거부하며 내정간섭을 하면 감시단을 추방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 수단의 알-바시르 대통령(가운데 검은 티셔츠)이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사상 최초로 기소된 현직 대통령

알-바시르 대통령이 선거 강행을 주장하는 이유는 우선 선거일정이 합의로 도출된 정통성을 가진 것이기 때문이다. 북부에 기반을 둔 알-바시르 정부는 2005년 1월 150만 명의 사망자를 낸 20년간의 남북 내전을 종결짓는 평화협정을 남부의 반군조직 수단인민해방운동(SPLM)과 체결했다. 평화협정의 합의사항에 따르면 이번 달에 동시 선거를 치르고, 내년 1월에 남부 지역 주민의 분리독립 국민투표를 시행하기로 돼 있다.

수단 정부는 또 이번 동시 선거를 앞두고 서부의 다르푸르의 최대 반군조직인 정의평등운동(JEM)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등 이 지역의 정치적 안정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수단해방군(SLA) 등 다른 여러 반군조직이 여전히 정부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어 내전이 이어지고 있다. 2003년 2월부터 발생한 다르푸르 내전으로 30만 명이 사망하고 27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유엔은 파악하고 있다.

알-바시르 대통령이 선거강행을 관철시키려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의해 기소된 사상 최초의 현직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선거를 통해 국민이 지지하는 합법적인 대통령이라는 것을 국제사회에 재천명하고 싶은 것이다. ICC는 지난해 3월 다르푸르 내전과 관련해 전쟁범죄 등 6가지 혐의로 알-바시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데 이어 최근 그의 죄목에 '집단학살' 혐의를 추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때문에 국제사회는 17년간 수단을 통치했던 알-바시르 대통령이 24년 만에 치러지는 직접선거에서도 승리할 것인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ICC의 기소와 체포영장 발부에도 불구하고 수단 북부에서 그는 여전히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불에 기름 부은 유전

영국과 이집트로부터 독립해 1956년 1월 1일 출범한 수단공화국은 쿠데타로 점철된 현대사를 가지고 있다. 특히 1989년에는 당시 준장 우마르 알-바시르가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하게 된다.

알-바시르 혁명위원회는 정통성 확보를 위해 이슬람을 국가이념으로 사실상 적용하기 시작한다. 이에 남부에 거점을 둔 반정부 조직인 수단 인민해방군이 봉기하면서 내전은 더욱 본격화된다. 알-바시르는 남부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1993년 10월 대통령직에 오르게 된다.

수단 전체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권이 출범하면서 내전은 끊이지 않는다. 그 정치적 투쟁의 이면에는 '검은 황금' 석유가 있었다. 1990년대 초부터 수단 북부에서 추가적인 유전이 발견되고 남부에서도 많은 석유 매장량이 확인되기 시작했다.

수단은 현재 아프리카 5위의 산유국으로 석유가 전체 국가 수출의 95%, 정부 수입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개발되는 유전지대는 남부 수단에 집중돼 있으며, 현재 23개 광구 중에서 4개 광구에서 석유가 생산 되고 있고 나머지는 탐사가 진행 중에 있다.

재정적 기반이 될 수 있는 유전을 보유하게 된 남부 반군세력은 어떻게든 북부로부터의 분리 독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반면 북부는 연방제를 유지해 남부의 자원을 '국가발전'을 위해 이용하고자 하고 있다. 유전을 둘러싼 남북의 긴장이 유지되면서 이번 선거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강대국 각축장이 된 수단

유전 개발은 수단 내부의 갈등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경쟁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수단의 내전을 방관해 오던 미국은 지난 수년간 적극적으로 수단 사태에 개입하고 있다. 2007년에는 존 네그로폰테 미 국무부 부장관이 직접 나서 다르푸르 사태 중재안을 관철시켰다.

미 국무부 부장관이 전격적으로 나서 수단 정부와 담판을 지은 데는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다. 수단 경제를 장악하다시피 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의도다. 중국은 이미 수단 내 대부분의 유전 개발권을 차지했다. 이집트가 그토록 반대해왔던 나일강 상류 발전 및 담수용 댐도 몇 개월 후 중국 업체에 의해 완공될 전망이다.

수단의 '중국화(Chinization)'를 막기 위한 노력 중 하나가 바로 알-바시르 대통령 몰아세우기다. 다르푸르 사태에 책임을 물어 현직 대통령인 그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이례적인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물론 인권적 측면의 고려도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테러지원국 이슬람 국가 수단의 '불량정권'을 제거하고, 중국의 수단에 대한 경제적 장악을 막겠다는 서방의 의지가 적지 않게 담겨 있다.

여기에 반이슬람 담론도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다. 수단 남부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기독교가 확산하는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 보고서는 남부 주민의 약 70% 이상이 기독교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국제 기독교 단체들의 지원과 선교활동도 수단 남부에 집중되고 있다. 수단 남부가 분리 독립되면 아프리카 대륙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슬람 남하현상을 막을 수 있는 완충지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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