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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마침내 '6자회담'을 다시 입에 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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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마침내 '6자회담'을 다시 입에 올리다

원자바오와 회담…"북미회담 지켜본 뒤 '6자 포함 다자회담' 진행"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5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우리는 (이미) 조미(북미) 회담결과를 보고 다자회담을 진행할 용의를 표명했다"며 "다자회담에는 6자회담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고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6일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원자바오 총리의 숙소를 방문해 면담한 자리에서 "조선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다. 조미 양자회담을 통해 조미사이의 적대관계는 반드시 평화적인 관계로 전환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조선반도 비핵화 목표를 실현하려는 우리의 노력은 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지난 4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자신들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비난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하자 6자회담 불참을 선언했다. 그 후 7월 27일 외무성이 "대화 방식은 따로 있다"고 강조하는 성명을 발표하던 때까지 북한은 6자회담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던 북한이 '북미 양자회담 결과를 보고'라는 조건을 달긴 했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입을 통해 6자회담을 다시 언급하게 되면서 북핵 협상은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5일 저녁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만나고 있다. ⓒ신화통신=뉴시스

中, '6자회담 복귀해야 북미 대화도 잘 돼' 설득

김 위원장이 6자회담에 대한 지난 반년 간의 입장을 바꾼 것은 8월 초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과 그 후 이어진 북미 물밑접촉 결과, 앞으로 있을 북미 양자대화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는 필요성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클린턴 방북 이후인 8월 16일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을 평양에 보내 6자회담 복귀를 설득했다. 또한 9월에는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부총리급)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북한에 파견했다.

다이빙궈 위원에게 이미 "양자 및 다자대화를 통해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던 김 위원장은 원자바오 총리와의 이번 만남에서 그 '다자대화'에는 6자회담이 포함된다고 말함으로써 중국의 손을 들어줬다.

원자바오 총리는 이번 방북에서 김영일 북한 총리와 경제·무역·교육·여행 등에 관한 협정에 서명하고 무상원조도 두둑이 챙겨 주는 등 북한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총력전을 폈다.

선물보따리를 풀어 놓은 원 총리는 6자회담 복귀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북미 직접대화에 반대하는 미국 내 강경파와 한국·일본의 목소리를 이겨낼 수 없다는 논리로 김 위원장을 설득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에 따라 마침내 김 위원장이 6자회담을 입에 올리자 원 총리는 "북한이 한반도의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고 있고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의 틀 안에서 대화를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 목표를 실현하겠다는 입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원 총리는 이어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고 동북아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며 북한의 발전에 적극 공헌하기 위해 다른 각 분야에서도 북한과 공동 노력을 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일, '북미 대화 중심' 및 '회담 변형에 관심' 분명히 해

그러나 김 위원장의 말을 세밀히 뜯어보면 앞으로 북핵 협상이 '북미 양자회담 뒤 6자회담 재개'라는 단순한 수순을 밟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첫째, 김 위원장은 "조미 양자회담을 통해 조미사이의 적대관계는 반드시 평화적인 관계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문제는 북미간의 이슈이며 북미 대화가 모든 협상의 중심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북미 대화에서 '평화적인 관계로의 전환'에 대한 깊숙한 논의가 진행되고 합의의 틀이 마련되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고, '6자회담은 고무도장이냐'는 나머지 참가국들의 불만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둘째,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이란 말은 김 위원장이 '6자'와 '다자'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으며 무게중심은 '다자'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북한이 어느 시점에선가는 6자회담에 참여함으로써 중국의 체면을 살려 주겠지만 실은 6자회담을 변형시키는데 더 관심이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북-중-미 3자회담, 남-북-미-중 4자회담, 혹은 '2+4+6 회담'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북한이 '6자회담은 부시 시대의 유산'이라며 협상틀의 변화를 꾀할 경우 거기서 배제되는 나라들의 저항이 나올 수 있어 또 다시 교착 국면이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의 6자회담 조건부 복귀 선언에 따라 북미 양자대화는 추진력을 얻게 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북미 대화를 통해 큰 틀의 합의가 이어질 경우 회담 형태가 다소 바뀌더라도 대세를 거스르기는 힘들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북중 우호의 해' 폐막식 치러져

한편, 김 위원장과 원 총리는 이날 회담에 앞서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북중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북중 우호의 해' 폐막식에 참석해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을 관람했다.

15만여 명의 북한 주민들로부터 기립 박수를 받으며 5.1경기장에 입장한 원 총리는 폐막식 연설에서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끊임없이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총리는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이제 역사적으로 새로운 기점에 섰다"면서 "우리는 북한과 함께 중북 전통 우의를 공고히 발전시키고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일 북한 총리도 연설에서 "북중 우의를 공고화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북한 당과 정부의 확고한 의지"라면서 "북한은 중국과 우호협력관계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원 총리는 이날 오전 평남 회창군에 위치한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묘를 참배했다. 이어 오후에는 동평양대극장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만나 양국 관계 발전 방안 등을 논의했다.

원 총리는 2박 3일간의 북한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6일 귀국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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