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북한이 '핵카드'를 다시 꺼냈다고?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북한이 '핵카드'를 다시 꺼냈다고?

北, 남-북-미 관계 '선순환' 구조 강조에 '눈길'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고 폐연료봉 재처리도 마무리 단계이며 추출한 플루토늄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선호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공개된 이러한 사실에 대해 일부 언론들은 북한이 다시 핵카드를 꺼내들었다고 보도했다. 대결 자세에서 협상국면으로 들어선 듯 보였던 북한이 태도를 또 한 번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비교적 차분했다. 문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 및 1874호에 역행하는 태도를 보여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대응이다.

아울러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 편지에는) 기본적으로 새로운 내용이 없고 지난 6월 13일 외무성 성명을 업데이트한 정도의 수준"이라며 "추가적 도발을 새롭게 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北, 오히려 누그러진 태도 내비쳐

실제로 이번 서한을 북한의 추가 도발로 볼 수 없는 대목은 여러 가지다.

형식적인 면을 볼 때, 북한의 서한은 유엔 제재위원회의 요청에 따른 회신이지 위기 상황을 만들기 위해 자발적으로 한 행동이 아니었다.

북한은 최근 이란 수출용 무기를 실은 북한 선박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억류된 사건에 대해 유엔 제재위가 요구하자 이에 대한 응답 차원에서 이번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에 있어서는 정부 당국자의 말대로 6월 13일 북한 외무성의 성명 이후 진척 상황을 업데이트한 것일 뿐, 새로운 게 없다.

북한은 6월 "우라늄 농축 기술개발이 시험단계에 들어섰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또한 당시 "3분의 1 이상이 재처리됐다"고 언급한 폐연료봉에 대해는 이번 서한에서 "재처리가 마무리되고 있다"고 했다. 플루토늄을 무기화하겠다는 건 6월이나 지금이나 같은 말이다.

북한의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게 있다면 강경했던 태도가 다소 누그러졌다는 것.

우선 6자회담에 대한 어조가 바뀌었다. 지난 4월 외무성 성명에서 6자회담에 "다시는 절대로" 나가지 않겠다고 천명한 북한은 6월 성명에서도 "이제 와서 핵포기란 절대로, 철두철미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이번 서한에서 북한은 "우리는 우리 공화국의 자주권과 평화적 발전권을 난폭하게 유린하는 데 이용된 6자회담 구도를 반대한 것이지 조선반도 비핵화와 세계의 비핵화 그 자체를 부정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뒤집어 읽으면, 자신들의 '자주권과 발전권'을 보장할 경우 회담 참여가 가능하다는 소리다.

또한 북한이 "세계의 비핵화"를 언급한 것은 오바마 미 행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핵무기 없는 세계'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핵군축 협상을 하겠다는 의사로 해석되어 험난한 협상 과정을 예고하는 측면도 있지만, '오바마 행정부의 목적에 동의하며 그걸 이루기 위해서라도 우리와 협상해야 한다'는 설득조로 들린다.

아울러 지난 4월 29일 외무성 성명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을 하겠다던 북한은 이번 서한에서 운반체 개발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

"북미-남북 관계 개선 동시 이뤄져야" 강조 눈길

그렇다고 핵카드를 완전히 접은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의 4일자 평양발 보도를 보면 현재 조성된 대화 분위기를 깨뜨리려는 것은 분명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조선신보>는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도 확연히 드러냈다.

<조선신보>는 이 기사에서 "조미(북미), 북남의 관계개선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조선반도의 대립구도 청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조선신보>는 이어 "긴장완화를 지향한다면 북, 남, 미국의 엉클어진 이해관계를 풀고 서로 맞물리도록 해야 한다"며 "종전처럼 북-미.남의 대결관계가 지속된다면 평화 논의는 없다"고 전했다.

신문은 지난달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과 특사 조문단의 서울 방문 등을 "8월의 사변"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의 이같은 행보는 "(남한) 실용정부의 전략적 결단을 촉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신문은 특히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대북 제재로 인해 "6자회담의 구도는 허물어졌"기 때문에 "앞으로 핵문제를 주제로 조선반도의 안보문제가 다시 논의될 경우 북남관계의 진전 상황은 중요한 변수"라며 "남측의 진로선택이 주목"된다고 언급했다.

북한이 남-북-미 관계의 '선순환' 구조를 강조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북한이 미국하고만 협상하고 남측과는 관계를 단절한다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쓰지 않겠다는 '전략적 결단'을 내렸음을 암시한다. 이명박 정부가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하며 태도를 바꾸지 않더라도 남쪽에 내민 손을 거두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핵 연계론' 부쩍 강조하는 MB 정부

이처럼 북한의 대화 의지가 뚜렷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핵 문제가 선행돼야 남북관계를 풀 수 있다는 '핵 연계론' 입장을 최근들어 부쩍 강조하고 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지난 2일 국회 토론회에서 "7월 이후 강경일변도의 북한 태도에 변화가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6자회담, 핵문제에 대한 태도가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 변화가 아닌 전술적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남북관계가) 더 전향적으로 나가느냐, 마느냐를 판단할 수 있다"며 "북한 변화가 남북관계의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 장관은 다음날에도 한 행사에 참석해 "남북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할 수 있느냐 여부는 여전히 북한에 달려있다"고 밝힌 뒤 핵문제를 포함한 북한의 변화를 촉구했다.

또한 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등에 관한 남북 당국자간 회담도 먼저 제안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보수 언론들은 최근 북한의 태도 변화가 뚜렷해지면서 '비핵화 없는 남북관계는 허구'라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내보내며 정부의 운신 폭을 좁히고 있다.

북한이 통미봉남 전략을 당분간은 쓰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정부가 정세 변화에 소극적으로 대응한다고 해서 한국이 곧바로 '동북아의 외톨이'가 되지는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북아 비핵지대화'를 공약으로 내건 일본의 민주당이 선거에서 압승하고, 북한이 "세계의 비핵화"를 언급하며 미국과 일본에 협상 신호를 보내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의 태도가 그러하다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잃고 정세 변화에 끌려가기만 할 것이라는 지적은 계속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