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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선거혁명을 보는 눈

[김상수 칼럼]<58> 시민과의 연대를 통한 정치혁명

일본의 선거혁명은 세계적 사건

내가 머물고 있는 여기 베를린에서도 일본의 '선거혁명' 소식은 주요 뉴스로 속속 전해지고 있다. 독일의 텔레비전 방송 뉴스와 주요 일간지들은 일본의 총선결과 소식을 하나같이 크게 다루고 있다. 54년만의 정권교체의 의미를 짚고 향후 일본국가의 과제를 들여다보는 이곳 언론들은 곧 있을 독일 총선에 끼칠 영향까지도 해설기사로 내보내고 있다.

'변화'의 주체는 누구인가

나는 작년 11월 5일 여기 <프레시안>에 칼럼으로 썼던 글 "오바마의 등장과 일본 도쿄 시부야 시위"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81105174705&Section=04 에서 "장차 일본 사회에 '변화'를 이끄는 일본 시민들에게서 폭풍의 단서를 예감할 수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일본 총선의 결과가 바로 그 폭풍의 정체였고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정권을 갈아치우는 민의의 결과는 이웃한 한국과 한국인들에게 많은 시사(示唆)를 던지고 있다.

실질적인 민주주의 실현, 그 전환의 기회

반세기가 넘는 자민당 체제의 붕괴는 일본이 민주주의 체제를 실제적으로 가능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비단 정치세력의 교체 차원이 아니라, 지난 100년을 지배해온 일본의 지배세력과 민주주의 세력과의 힘겨운 전쟁을 예고하는 것이며 일본 사회가 경제규모에 맞는 실질적인 민주주의 실현을 과연 가능하게 할 것인가 하는, 중요한 전환의 기회를 일본 스스로가 만들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시민들의 '분노'와 행동(people power)을 견인(牽引)한 선거운동

또한 자민당 54년 지배체제를 끝장낼 수 있었던 근원에는 바로 '변화'를 이끄는 주체인 일본 시민들의 각성이 먼저 일었고, 그런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 민주당 정치인들의 노력들이 주효했다고 할 수 있는데, 바로 이는 한국의 현실정치에서도 귀감의 요소로 받아들이고 제대로 살펴야 한다는데 나는 의미를 둔다.

이런 입장에서 선거의 귀재(鬼才)인 자민당 출신인 전 민주당 대표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가 자민당의 고질적인 습성인 붕당(朋黨)정치와 패권정치의 악습을 뒤로하고 시민들 편에서 시민들의 입장에서 선거운동을 이끌었고, 스스로 시민들에게 견인되는 역할을 자임하는 탄력적인 선거운동 방식을 펼쳤다는 점도 유의해서 볼 일이다. 이는 아무리 능력 있는 정치인이라 하더라도 시민들에 의해 이끌림을 당할 줄도 아는, 시민들의 요구와 상보적(相補的)인 태도가 정치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함을 뜻한다.

특히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대표의 말처럼 총선의 투표일이 일본의 역사가 바뀌는 '혁명의 날'이라고 말한 사실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修辭)를 뛰어넘는 현실의 또 다른 '시작'일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민의를 선거정치를 통해 표출하기까지 "관료정치의 무책임한 정치를 종료하고 국민과 함께 정책을 만들어내는 일본 최초의 민주정치를 만들기 위하여, 정권 교체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그의 설득이 맞닿은 곳이 바로 자민당 일당 폐습정치의 환멸을 경험하고 있던 일본 시민들의 불만에 찬 뇌관을 제대로 건드린 것이다.

차기 총리가 될 하토야마 민주당 대표가 그동안의 선거 과정에서 "일본 정치의 중심을 관료에서 국민으로 바꾸겠다"고 역설하면서 "국가 정책을 관료들 집단이 아닌 정치, 즉 민주당의 주도로 국민의 눈높이에 입각해 재점검 하겠다"는 연설은 시민들 생활 속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정책인데도 정작 시민들 자신은 소외되었던 잘못된 현실로부터, 시민으로의 당연한 자기역할을 찾겠다는 시민들 노력에 불을 댕겼으며 "역사는 관료나 정치가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바로 여기 있는 시민 여러분들이 우리들과 함께 같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라는 그의 선거 유세 연설은 일본의 유권자들에게 시민으로의 자기 각성에 화답한 것이다.

여기에는 "일본의 내일을 우리에게 맡겨 달라, 우리가 책임을 지겠다"는 식의 집권당 총리인 아소 다로의 공허한 연설에 비교하여, 민주당 하토야마 대표가 "역사를 바꾸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우리들은 지금 역사가 바꾸어지는 현장에 있고, 같이 역사를 바꾸자"면서 시민들에게 참여의식을 강조하고 고취한 점이 훨씬 설득력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간 자민당 정치가 파행으로 일관했고 실력은 쥐뿔도 없으면서도 '우리를 따라오라'는 식의 건방진 자민당의 정치 언사는 시민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을 당했고, '우리 모두 일본을 바꾸는 데 같이 나서자'는 연대를 설파한 주장이 시민들의 분노에 행동을 유발시킨 것이고 선거결과로 바로 나타난 것이다.

붕괴되는 일본 우익세력과 한국의 신친일 세력의 함수(函數) 관계는

이번 일본 총선의 가장 큰 의미는 일본 기득권 우익 세력의 붕괴가 시작됐음이 현실로 드러났다는 것에 있다. 일본을 지배했던 정ㆍ관ㆍ언의 끈질긴 유착에 일대 금이 간 것을 의미하며 세습정치와 오야붕과 꼬붕으로 이어지는 흑막의 정치세계가 빚은 고질적인 부패 정체(停滯) 세력에 일대 타격을 일으키면서 난공불락의 지배체제를 바꾼 이번 선거의 여파는 그동안 또 다른 의미의 오야붕 꼬붕의 관계였던 일본 우익세력과 한국의 일부 기득권 신친일 세력들의 함수관계는 어떤 변화를 일으킬 것인가.

일본의 자민당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등하면서도 철저하게 자민당 흉내를 내고 심지어 자민당 식으로 장기 집권까지 획책하는 한국의 한나라당과 조,중,동과 재벌, 뉴라이트 등이 대표하는 기득권 세력들, 조,중,동과 일부 재벌기업에 지상파방송과 종합편성 채널권을 주어 여론을 독과점 조작할 것을 획책하고, 어지럽게 이리저리 얽은 혼맥으로 금권을 사수하면서, 자기네들만의 사익추구집단 왕국을 영원히 건설하겠다는 이명박이 대표하는 집단의 미몽(迷夢)은 한낱 몽상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점을 이번 일본 총선은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총선 과정을 제대로 살펴보자

이 점에서 일본 자민당의 붕괴는 일본 기득권 세력의 퇴각의 조짐이자 일본 민주주의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면서 이런 변화를 이끈 일본 시민들의 그간의 분노를 정치선거의 결과로 집결시킨 정치적인 노력들을 세세하게 제대로 살펴보면서 어떻게 해서 변화를 맞이하게 됐는지를 우리도 알아차릴 수 있어야함을 재차 강조한다. 어떻게 무엇으로 시민들의 분노를 결집시켜 자민당의 방해와 흑색선전과 유권자들을 회유하는 갖은 시도들을 뿌리치고 선거혁명을 일으킬 수 있었는가를 말이다.

시민의 연대에 기초하는 '우애'의 정신

이제 곧 새롭게 출발할 일본의 하토야마 정권은 틀림없이 일본 관료들의 저항, 기득권의 반발, 우익세력들의 준동 등을 제압해 나가면서 동시에 민주주의를 위한 개혁을 하나하나 전개해 나가는 일이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하토야마 차기 일본 총리가 말하고 있는 '우애'의 정신이란 바로 시민과의 강한 연대에 기초한 것이라면, 그 어떤 어려움도 극복의 대상이지 절망의 빌미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다시 민주주의를 찾아야하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문제는 정작 한국이다. 관계로서의 일본, 역사로서의 일본, 어쩔 수없이 닥쳐오는 미래를 향한 이웃국과의 상호적인 국가로의 일본과 마주해야 하는 숙명,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번 일본의 총선이 일본의 민주주의를 새롭게 했듯이, 우리 한국인들도 지난 2년간 지옥 같은 나락(奈落)에 깊이 빠져드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다시 구출해야만 하는 난제의 현실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이 충돌에서 한국인들은 지금 한 치도 비켜설 수가 도저히 없다.

(☞바로 가기 : 필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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