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메뚜기'라는 이름의 두바이, 다시 뛰어 오르는 까닭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메뚜기'라는 이름의 두바이, 다시 뛰어 오르는 까닭

[서정민의 '인샬라 중동'] 세계 최고층, 부르즈 두바이 곧 개장

끝없이 펼쳐지는 황량한 사막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둘로 나뉜다. "너무 뜨겁고, 물도 없는 이곳에 어떻게 살아. 빨리 벗어나야지." 많은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이런 생각은 수천 년 사막을 배경으로 살아온 중동의 유목민 정신에 남아있다. 지난 40여 년간 석유를 팔아 수십 조 달러의 오일 머니를 가지고도 큰 발전을 이루지 못한 대부분 중동 국가가 그렇다. 전용 비행기를 타고 사막을 벗어나 유럽 등지에서 돈을 펑펑 써온 중동 산유국의 대부분 왕족이 이 부류에 속한다.

그러나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다. "정말 넓네. 여건이 좋지 않으니 땅값도 싸겠지. 내가 원하는 계획을 수행할 있는 곳이야. 이곳을 어떻게 개발해 볼까." 사막이라는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리듯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는 두바이와 그 지도자가 이 부류에 속한다. 사고전환이다.

두바이는 석유로 크지 않았다

두바이 창조경영의 시발점은 여기에 있다. 아랍에미리트의 7개 토후국 중 하나인 도시국가 두바이. 제주도의 두 배에 불과한 작은 면적. 낙타도 헉헉거리는 열사의 땅. 약간의 석유 외에는 자원도 거의 없는 작은 사막국가.

이런 악조건 속에서 두바이는 모래 바람이 날리는 하늘로 향해 치솟는 세계 최고층 빌딩을 짓고, 바다에는 세계 최대의 인공섬과 수중호텔을 건설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놀이동산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슬로프 길이만 400m가 넘는 사막 속 스키장과 세계 최초의 7성급 초호화 호텔 부르즈 알-아랍은 이미 건설돼 두바이의 명물로 세계인의 뇌리에 깊게 인식되었다. 또 몰려드는 관광객과 사업가를 위해 연간 1억 명을 소화하는 세계 최대 공항, 쇼핑몰 등도 한창 공사 중이다.

두바이는 사막 국가다. 그러나 두바이가 이렇게 세계적인 성공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창조적인 '글로벌 경영전략' 때문이다. 다른 나라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거창한 전략 같지만 어떻게 보면 단순한 것이다.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적확히 파악하고 21세기에 맞는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시작이다. 최상의 품질로 공급을 제공하고, 21세기의 발달한 정보통신을 이용한 홍보 전략을 통해 마케팅을 해나가고 있다. 두바이의 전략은 한 마디로 최초, 최대, 그리고 최고의 것을 만들어 사람과 돈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두바이가 추진하는 글로벌 전략은 단순히 돈이 남아서 행하는 사치성 개발이 아니다. 두바이의 전체 GDP 중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3%도 되지 않는다. 현재 두바이에서 진행 중인 300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외국의 투자를 유치해 추진되고 있다. 고유가로 인해 축적한 오일 머니로 무모한 사업을 펼치는 것이 아니다.

두바이에는 석유가 많지 않다. 겨우 국민이 먹고살 수 있을 정도다. 그것도 30∼40년 후면 고갈된다. 이를 대비해 두바이는 다른 중동 산유국과는 달리 미래를 철저히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 두바이 지도자 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부통령·총리인 셰이크 모하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지난 2007년 방한 당시 사진 ⓒ연합뉴스
"도망치기와 사냥, 최고 되어야"

상상의 나라와 비즈니스 천국을 꿈꾸는 그곳에는 '두바이 주식회사 CEO'로 불리는 셰이크 무함마드 국왕이 있다. 창조경영을 통해 국가를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회사'로 변신시킨 인물이다. 그는 "역사가 쓰이길 기다려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이 우리에 대해 쓰기 전에 우리가 먼저 우리의 역사를 써야 한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한다.

그의 행보는 어지간한 기업가보다 더 도전적이고, 혁신적이며, 창조적이다. 외국 관광객과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물과 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그의 철학이 두바이를 10여 년 만에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그는 무역과 금융허브의 토대가 된 '노 택스(no tax)' 정책, 항공운항 편수를 무제한 허용해 물류 및 관광 허브를 가능케 한 '오픈 스카이 정책'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실행에 옮겼다.

이런 개혁을 통해 작은 나라 두바이는 중동의 무역, 금융, 관광, 그리고 교통의 허브를 이미 달성하고 세계의 허브로 향해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자발 알리 자유무역지대다. 5000여개의 다국적 기업이 입주해 있다. 2003년에 문을 연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에는 이미 1000개가 넘는 세계적인 금융, 보험, 그리고 투자회사들이 입주했다.

'우물 안의 개구리(井中之蛙)'라는 말이 있다. 세상물정을 너무 모르고 자기만족에 사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전후를 달성한 현 시점에서 우리가 되새겨볼만한 속담이다.

두바이는 아랍어로 '작은 메뚜기'라는 의미다. 그런데 정말 높이 뛰고 있다. 개구리는 장마철에 우물의 물이 불면 뛰어나올 수는 있다. 하지만 최근 많은 사람들이 변화를 싫어하고 돌 밑으로 파고들려는 가재처럼 살기를 원한다.

그러나 21세기는 무한경쟁의 시대다. 사고전환을 하고 창의력을 동원해 최고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남이 따라하지 못하는 최고의 그것을 창조해내야 한다. 기업과 그 조직원도 마찬가지다. 사치나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최고가 되기 위한 노력을 아껴서는 안 된다. 세계의 흐름을 파악하고 개인과 기업 그리고 국가가 그 물결을 타는 글로벌 전략은 생존의 전략이다.

셰이크 무함마드는 초원에 사는 사슴과 사자가 모두 살아남기 위해서는 도망치기와 사냥에 최고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적당히 살아남을 정도만 노력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그는 설명한다. 반면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면 먹히고 굶는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훌쩍 뛰어넘어 긴 세월 동안 여유롭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두바이 지도자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말을 타려면 기수가 되라'다. 여러 이유로 말을 탈 수 있겠지만 이왕 탈 것이면 결승점까지 전속력으로 달리는 기수가 되라는 것이다.

세계 최고 높이의 건물 부르즈 두바이가 오는 12월 문을 열 예정이다. 삼성물산이 짓고 있는 자랑스러운 건축물이다. 타이베이101빌딩 높이 508m를 300m이상 뛰어넘는 인류가 세운 가장 높은 건축물이다. 두바이는 이 건물의 완공을 계기로 다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 부르즈두바이 야경 ⓒ연합뉴스
최근 금융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이 두바이다. 오일 머니가 아니라 투자를 유치해 개발을 해나가다 보니 금융위기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많은 언론과 학자들은 '두바이가 무너졌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두바이가 다시 일어설 것이라고 전망한다. 중동 27개 국가 중 인프라를 가장 잘 갖춰놓은 곳이기 때문이다. 두바이는 이미 여러 분야에서 허브국가로 부상했다. 외모만 바꾼 것이 아니라 시스템과 제도도 개선해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했다.

다른 중동국가가 이를 따라오려면 10년 이상 노력해도 쉽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 21세기의 급변하는 세계의 요구에 대응하고 변신하려는 최고의 정치 리더십이 존재한다. 헌법이 제정된 날에도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는 우리의 정치권하고는 크게 다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