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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바그다드 철수에 이라크인 환호?

[서정민의 '인샬라 중동'] 완전철군은 절대 없다

지난 달 30일로 이라크 주둔 미군이 '주요 도시'에서 철수했다. 이라크를 점령한지 6년여 만이다. <CNN>을 포함한 미국의 주요 언론은 환호하는 이라크인들의 반응을 "축제 분위기"라고 전했다.

우리 언론에도 국기와 꽃을 흔들며 좋아하는 이라크인들의 사진이 실렸다. 미국이 지지하는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정부는 이날을 '주권의 날'로 명명하고 국경일로 지정했다. 이라크 정부는 또 "이라크가 독자적인 치안유지 능력을 입증했다"고 치켜세웠다.

지난 6년 동안 매일 외국군과 마주쳐야 했던 도시 거주민들에게 미군이 교외로 철수한 것은 물론 기쁜 일일 것이다. 이라크 철군을 약속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에게도 '첫 단계'를 시행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일이다.

지난 해 말 체결된 미-이라크 안보협정에 따라 교육 및 자문 인력 소수만 남기고 도시지역의 전체 병력을 지방으로 옮기는 작업이 마무리된 것이다. 앞으로 미군은 이라크 당국의 요청이 있을 때에만 도시에 진입할 수 있다.

▲ 지난 30일 이라크 북부 모술 지역에서 한 소년이 미군 철수에 환호하고 있다. 그러나 모술에서는 전날인 29일에도 차량 폭탄 공격이 있었다. ⓒ로이터=뉴시스

치안유지 능력 못 키웠나 안 키웠나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이라크 정부가 실질적인 치안유지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다. 미군의 바그다드 철수 기념식이 열린 29일에도 이라크 북부 모술 지역에서 차량 폭탄공격으로 경찰관 6명을 포함, 10명이 숨졌다.

미군 철수 이후 주요 도시에서 각종 반정부 공격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난 20일 이후 불과 1주일 사이에 바그다드 등 이라크 주요 도시에서 잇따라 발생한 자살폭탄 공격으로 25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군 철수를 즈음해 반정부 세력이 다시 준동하고 있다. 6월 한 달 폭력사태로 인한 사망자는 민간인 272명, 경찰관 45명, 군인 20명 등 모두 437명에 달했다. 이는 46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치다.

이라크 군경의 나약한 치안능력은 미국의 정책 실패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미국이 의도적으로 이라크 군경의 재건에 미온적이었다는 설명이다.

2003년 바그다드 함락 직후 폴 브레머 미군정 최고행정관이 내놓은 이라크 재건계획에는 2004년까지 이라크 군경을 70만 전후로 양성한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이라크 군경의 총수는 40만도 되지 않는다.

아울러 이라크 군경에게는 탱크, 헬리콥터 등의 장비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주요 전투는 미군에게 맡기라는 얘기다. 또한 치안상황 때문에 이라크 경제 및 사회재건이 어렵다고 주장해온 미국이 정작 치안을 담당할 이라크 군경 양성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라크 군경의 치안유지 능력은 이라크인들이 더 잘 안다. 시아파 의원 카심 다우드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우리는 미군주둔협정을 2020년, 2025년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이라크 치안유지 능력이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는 것을 누리 알-말리키 총리가 깨닫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수정' 이뤄진 오바마의 이라크 전략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번 주요도시 철수가 미군의 이라크 철군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군 당국은 철수라는 용어 대신 '재배치'라는 말로 이번 병력 이동을 규정하고 있다. 도시에 있던 일부 병력을 지방의 주요 기지로 옮긴 것일 뿐이다. 작전권이 아니라 치안권만 이라크 당국에 인계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병력 13만 1000명의 숫자는 줄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이라크에서 철수할 것만 같았던 오바마의 선거 공약은 아직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오바마의 이라크 전략은 크게 3단계에 거쳐 조금씩 수정되어 왔다.

제1단계는 대선 출마 이전으로, 강경한 어조로 이라크 전쟁을 비판하고 신속한 철수를 강조한 시기다. 제2단계는 대선 전 이라크 방문을 전후로 '치안상황과 미군의 안전을 고려하겠다'며 약간 말을 바꾸었다.

제3단계는 대통령 취임 이후 밝힌 세부적인 철군 계획이다. 보다 현실적인 차원에서 철수전략을 다시 수정했다. 오바마는 2월 27일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위치한 레전 기지에서 미군의 이라크 철군에 대한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골자는 2010년 8월까지 전투 임무를 종료하고, 2011년 말까지 '병력'을 모두 철수한다는 것이다.

내년 8월까지는 8만여 명의 전투 병력을 철수시키고, 2011년 12월까지는 나머지 지원 병력 5만 명도 완전 철수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 공식 철수 일정은 대선 캠페인 당시 오바마가 주장해온 '취임 후 16개월 내 철군' 공약과는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여러 요인이 오바마의 실질적인 이라크 전략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오바마 행정부의 국제 전략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우선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라고 할 수 있다.

대선 이전에는 자신감을 가지고 이라크 문제를 신속하게 정리하려는 복안을 가지고 있던 오바마는 예상외로 길어지는 금융위기에 경제문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미국 내 주요 산업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이라크 전비를 줄여 국내 투자로 돌리는 것보다 현재도 그나마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군수산업을 유지하는 것이 더 적절한 정책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에서 병력 철수를 최대한 늦추고, 또 다른 이슬람권의 문제인 아프가니스탄 안정화에 많은 병력과 노력을 투입한다는 정책으로 전환한 것이다.


▲ 미군의 이라크 내 '재배치'에 따라 바그다드에 주둔했던 한 미군 병사가 짐을 싸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수많은 미군 기지와 세계 최대의 미국 대사관

이 때문에 오바마의 약속처럼 이라크에서 미군이 완전철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11년 말 이후에도 상당 규모의 병력이 이라크에 남아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소한 주한미군 규모의 병력은 남을 것"이라고 이집트의 알-아흐람 전략연구소 무함마드 술탄 부소장은 말했다.

실제로 이라크 내 미군의 움직임을 보면 '완전철군'과는 거리가 멀다. 현재 미군은 이라크 내 17개의 육군기지, 5곳의 해병대 거점, 그리고 4개의 대규모 공군기지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서희·제마가 주둔하고 있던 남부 나시리야 지역, 자이툰 부대가 주둔했던 북부의 아르빌과 키르쿠크, 바그다드 인근과 서부 사막지역에는 거대한 공군기지가 위치해 있다.

바그다드 인근의 발라드 공군기지는 미 공군이 해외에 건설한 최대 기지 중의 하나로 부상했다. 2011년까지 철수한다는 미군이 아직도 공군기지를 확장하고 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미국은 또 바그다드에 6억 달러를 들여 세계 최대의 대사관을 건설했다. 이곳에 근무하는 외교관의 수만 700명이고, 정보기관 요원 및 석유산업 관계자의 수만 수천 명이다. 전체 직원 수가 2만에 달하는 이러한 대규모 대사관을 건설한데는 이유가 있다. 이라크에 대한 장기적 전략이 있음을 의미한다. 군사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분명한 이해가 걸려있다는 얘기다.

적지 않은 이라크인들은 미국의 이런 의도를 간파하고 있다. 미군이 바그다드에서 철수했다고 이를 축하하는 친미 이라크 정부와는 달리, 이라크의 시아파 지도자인 무크타다 알-사드르는 "우리는 완전한 철군과 함께 이라크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인 내정 간섭의 중단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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