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그저 잘살게 해준다는 헛소리에 속아서 부도덕해도 괜찮다, 위장전입도 좋다, BBK 사기사건의 전말도 제대로 알 필요 없다, 뭐 그딴 것들이 밥 먹여 주냐, 까짓 것 무슨 상관이야. 결국 어떻게 됐나, 미쳐 돌아간 지금, 인간으로 최소한의 금도에도 미칠까 말까한 자를 나라의 대통령으로 뽑은 오늘의 한국 사람들은 지금 그 죄 값을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지난 100년간, 한국에는 길고 긴 역병(疫病)이 돌고 돌아 그 절정에서 이명박 집단이 등장했다. 용산 학살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 역병의 징후를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국가의 공권력인 검찰이 직무를 철저하게 유기했음은 수사의 시작에서 기본도 전혀 갖추지 못했음이 속속 나타나는 것에서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엉터리 수사다.
수사가 얼마나 거짓으로 일관됐는지 보도되자마자 검찰은 "현장에 없었기 때문에 수집할 수 있는 증거에 한계가 있었고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고 변명한다. 아니, 파악도 안 된 수사에서 현장의 농성 철거민들부터 서둘러 구속한 것은, 수사가 이미 답을 내린 결론에 짜 맞추기식임은 불문가지 아닌가. 그래서 검찰은 수사를 원점에서 다시 해야만 한다고?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이미 국가 공공의 정당한 권력이기를 일찍 포기한 집단인 검찰에게 이런 주문이 가능이나 하겠는가?
한나라당이나 청와대, 검찰의 발표를 듣자면, 도대체 이네들이 하는 말이 어느 나라 어떤 말인지 난 알아들을 수가 없다. 이네들의 언어는 이미 이성적인 언어가 아니고 자기들의 착란상태를 주절거리면서 함부로 지껄이고 있는 것과 같다. 내용도 억지스럽고 더럽다. 이게 세상 만난 권력집단의 본질인가?
어디 이뿐인가, 지난 1년 동안 이명박과 이 집단의 언어라는 게 차마 들을 수 있는 말들이 전혀 아닌 것이, 반이성적인 실성한 자들이 큰 확성기로 궤변을 떠들고 있음과 같다. 나라의 언어가 시궁창에 뒹굴고 있는데, 이는 정말 고역이고 참을 수 없는 모욕이며 정신 건강에 너무나 해롭다. 그럼에도 새삼 '경제'인가, 도대체 뭔 어떤 '경제'를 이 집단에 계속 주문할 수 있을까.
지난 한 달 이십 여일, 내 몸은 멀리 독일 베를린에 있지만 내 넋은 한국을 배회하고 있다. 이게 고달프다. 작년 내내, 그리고 올해가 막 시작되는 이 시점에까지, 나는 나의 일에 전념할 수가 없다. 나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수많은 시민들이 생업을 방해받으면서 부당한 권력에 빼앗긴 이 눈물겹고 시린 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노심초사하고, 미쳐서 돌아가는 시국에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 지경이 됐다. 이런 내 나라 정황이 너무나 안타깝다.
많은 시민들이 걱정으로 지고 새며 드디어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발표한 시국 선언문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될 때가 됐다. "교만과 탐욕의 노예가 된 어리석은 통치자에게 더 이상 사람의 길, 생명의 길, 사람의 길을 찾아달라고 부탁할 수 없다. 국민의 힘으로 되찾자"는 호소는 당장의 오늘의 나라의 명제임을 똑똑히 알자.
지난 100년의 경과에서 오직 잇속만 찾는 죽은 집단에 이끌려 그저 '떼 지어' 꾸역꾸역 사는 것이 민의 모습만은 결코 아니었다. 역사의 와중(渦中)에서 질곡의 고초를 겪으면서도 민초는 어떻게든 살아내려고 각개전투(各個戰鬪)로 세상을 헤쳐 나왔지만, 오늘의 이런 참담한 결과만은 아닐 것이다.
자, 우리는 얼마나 더 많은 고통을 더 받아야만 100년의 이 고통을 끝장낼 수 있는 것일까? 제 동족의 불행과 절망에 빌붙어 먹고사는 이 '양아치들의 세상'을 언제나 끝낼 수 있겠는가 말이다.
기득권 세력들이 보수의 옷으로 참칭(僭稱)하고(필자의 글-보수란 무엇인가? 프레시안) 누대로 금권을 누리고자 획책하는 비루한 욕망 앞에 민은 얼마나 더 주눅이 들어 정처 없이 혼돈으로 내몰려야만 하는가.
나는 지난달 여기에 쓴 글에서 여러 번에 걸쳐 얘기하기를, 지금 문제는 겨우 시작일 뿐이며 앞으로도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을 이들 이명박 집단은 천연덕스럽게 저지를 것이라고 했다. 이는 이들 이명박 집단이 역사에 눈이 어두운 문맹자들이기 때문이다.
한국 역사의 정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자들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바로 어제의 역사적 사건들을 죄다 깡그리 잊을 수가 있단 말인가?
언론을 왜곡하고 민심을 거역하며 살아남을 수 있단 착각이 어떻게나 가능이나 할까, 한 줌의 무리들이 참으로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행태를 지금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감히 권력놀음에 익사한 자들이 시민들을 침묵으로 잠재울 수도 있다는 발상 자체가 얼마나 허망한 짓인가는 알아차릴 수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명박 집단에게서 그런 기대란 난망이다. 평생을 살면서 돈만 밝히고 부정하게 재물을 쌓는 것이 인생살이의 성공이라고 알고 있는 조악하고 졸렬한 처지니, 도대체 이 나라가 무엇으로 어떻게 세워진 역사의 나라인가를 이들 집단은 도대체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역사에 있어서 역사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무지의 집단이니 어떻게 역사의 진리나 역사의 진실을 알 수가 있으며 오늘의 사태에 대한 분별이 있겠는가?
이제 시민들의 분노는 이들을 용서해서는 안 된다는 자각에 이르렀다. 인간의 자존에 비추어 패퇴의 역사로 나라를 끌고 가는 현실을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서서히 끝장을 볼 때가 됐다. 더는 인내하고 넘어가 주기에는 경제위기를 자초하는 이네들로부터 생존의 위기까지, 국가의 국민으로의,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민으로, 또 사람으로의 자존까지 더 이상 한데로 내몰릴 수는 없다는 자각이 비등점에 왔다.
비정상적 권력의 운영이란 반드시 부패하기 마련이고 권력 스스로 망가져 내부로부터 급속하게 내려앉는다는 역사적인 사실도 있다. 그러나 정권의 내려앉음이 걱정이 아니라, 이 정권에 일말에 기대를 건 불안한 무리들이 온갖 졸렬한 수법들을 동원하면서 민의를 왜곡하고 시민을 압살하고자 시도하는 여러 책동들이 더 걱정이다. 하지만 이도 역사의 도도한 물살에는 기실 한 줌이다.
반대의 행동을 준비해야 한다. 이들 집단에게 그냥 물러나라고 해서는 안 되며 퇴출과 함께 책임질 것을 명확하게 요구해야 한다.
얼치기 신자유주의 갈 짓자 걸음으로 국민들에게 돈만의 추구와 무차별 경쟁을 너무나 당연하게 부추기는 '체제 강제'의 악폐를 일일이 열거하고 그 집단의 일원들을 민주주의 역사의 심판대에 똑바로 줄 세워야 한다.
내 거듭 얘기하지만 이명박 집단이 권력을 연장하면 할수록 비례하여 나라는 결단난다. 이들이 우여곡절로 남은 임기를 다 채운다면 그 결과는 너무나 참담하다. 이젠 민주주의를 지키고자하는 사람들이 총집결을 준비할 때다. 이제 정당의 정파성이나 시민운동의 개별성을 벗어나 국가의 위난을 걱정할 때다. 이제는 정말 일어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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