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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금융위기, '재앙 자본주의'의 또다른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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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금융위기, '재앙 자본주의'의 또다른 기회?

[해외시각]"쇼크 독트린을 신봉하는 자들을 경계하라"

올해 6월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직에서 물러난 빌 게이츠는 지금은 '창조적 자본주의' 전도사로 찬사를 받고 있다. 그가 말하는 창조적 자본주의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제품을 보다 값싸게 만드는 창조적 역량을 발휘하면 새로운 시장도 개척된다는 '윈윈 자본주의'다.

하지만 현실의 자본주의는 정반대의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자본주의의 실제 모습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에 수식어도 많지만, 가장 고약한 형태가 있다. 바로 '재앙 자본주의(Disaster Capitalism)'이다.

이 용어는 반세계화 운동에 앞장서 온 저널리스트 나오미 클라인이 지난해 말 출간한 <쇼크 독트린>이라는 책에서 처음 선을 보였다. 최근 그녀는 미국의 금융위기로 전세계가 휘청거리자 새삼 이 책이 '미국 자본주의의 본질'을 파헤쳤다는 찬사를 받으면서 각종 언론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아 자신의 주장을 역설하고 있다.

'재앙 자본주의'는 전쟁이나 천재지변, 쿠데타 등 각종 재앙 등으로 국민이 충격에 휩싸여 있을 때 부자와 기업을 위한 체제를 구축해 나간다는 '쇼크 독트린'에 기초한다.

이때문에 일각에서는 그녀가 이번 금융위기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부자와 기업을 위해 조작했다는 '음모설'을 주장하는 것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 미국의 대선에서 패색이 짙어져가는 매케인 공화당 후보. ⓒ로이터=뉴시스

특히 올해 대선(11월4일)은 이라크 전쟁과 금융위기라는 양대 실정(失政)으로 인해 공화당의 대선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 크게 뒤지고 있다는 점에서, 클라인의 주장은 '음모론'으로서도 그럴듯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무리 큰 불황, 어떤 대통령이 집권해도 그들은 건재"

하지만 클라인이 말하는 '재앙 자본주의'는 소수의 전지전능한 집단이 세상을 조종하고 있다는 '음모론'이 아니다. 자본주의가 부에 대한 탐욕과 권력에 눈이 먼 월스트리트의 기업과 정권이 정경유착에 의해 움직일 경우 재앙을 부르는 국정운영과 기업경영이 자행될 수 밖에 없고, 이러한 재앙이 발생해 국민이 충격을 받으면 반성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기회를 더욱 그들이 원하는 체제를 구축할 기회로 활용한다는 이론이다.

이런 자본주의는 기득권 정당들의 경쟁으로 정권이 바뀐다고 본질적으로 달라지기 힘들다. 미국의 진보진영에서 민주당은 공화당보다 세금 정책이나 사회보장정책 등에서 덜 극단적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는 점도 이를 반영한다.

이 책이 처음 나온 지난해 9월(최근 페이퍼북 형태로도 출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국제경제학계의 거목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콜럼비아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서평에서 "일부 독자들은 이 책에서 클라인이 거대한 음모의 증거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이는 저자가 명시적으로 부인하는 결론"이라고 지적한 것도 이때문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세상을 망가뜨리는 것은 음모가 아니라 잘못된 행태와 정책실패, 크고 작은 불공정 행위 등의 누적된 결과"라면서 "시장 근본주의자들은 경제가 원활하게 움직이기 위해 요구되는 체제를 진정으로 원한 적이 없다"고 질타했다.

또한 그는 "클라인은 학자가 아니라서 이 책에는 지나친 단순화의 오류가 곳곳에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시장 근본주의자들 역시 완전한 정보, 완전한 경쟁 등의 가정 위에 서있는 완전한 시장경제라는 믿음도 어떠한 실증적 근거나 지나친 단순화의 오류라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면서 클라인을 옹호했다.

미국의 경제전문사이트 <CBS마켓워치>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폴 배럴은 지난해 10월 <쇼크 독트린>에 대한 서평에서 "21세기 최고의 경제서적 중 하나"라며 극찬을 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이 책은 천연자원을 둘러싼 분쟁과 미국이 대의민주주의에서 특수 이해관계집단에 의해 통제되는 정부로 변해가고 있는 시점에서 세계 경제가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배럴은 'The shocking evolution of disaster capitalism'이라는 장문의 '풍자적'인 글을 통해 '재앙 자본주의' 관점에서 '매케이노믹스'(매케인의 경제정책)를 분석하면서 "매케인은 이번 대선을 위한 '비밀 전략'을 갖고 있어 그의 패배를 속단하기에는 이르다"며 그가 당선될 경우에 닥칠 '재앙'을 경고해 주목된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내용(원문보기)이다.

매케인은 경제에 대해 스스로 모른다고 말하면서 이상한 언행을 거듭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모든 사람에게 쇼크를 주면서 대통령직을 거머쥐게 해줄, 오래되고 자부심을 가질만한 역사에 기반을 둔 일련의 계획이라고 생각해보자.

그 계획이란 어떤 것인가? 그 답은 매케이노믹스의 DNA와 초기 보수주의 경제이론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 매케인은 현대경제사에서 서로 연관이 깊은 4명의 거물들에게서 비전을 수혈받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 미국의 '위대한 보수주의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프리드먼과 레이거노믹스의 제자인 조지 W.부시 대통령, 그리고 매케이노믹스의 설계자 필 그램 전 상원의원이 그들이다.

매케이노믹스의 연원은 나오미 클라인의 <쇼크 독트린>에서 명확히 알 수 있다. 클라인이 주장하듯,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적인 신용 붕괴는 지난 50년에 걸친 전면적인 기업해방운동이 지난 8년 동안 거듭된 '독특한 무능력과 정경유착'으로 맞게 된 결과물이다.

1962년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책을 쓴 프리드먼이 제시한 경제원칙의 핵심은 간단하다. "위기만이 진정한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클라인은 "쇼크 독트린을 신봉하는 자들은 홍수, 전쟁, 테러리즘 등이 일어날 때 세상을 바꾸고 그들을 엄청난 부자로 만들기 위해 그들이 원하는 깨끗한 그림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불행하게도 프리드먼의 경제원칙은 국가 전체의 경제와 정치적 미래에 극도로 해로울 뿐 아니라, 사람들의 도덕적 양심을 무감각하게 만든다"고 경고했다.

클라인은 "현대 자유시장의 역사는 충격 속에서 쓰여졌다"면서 "이런 충격은 민영화, 규제완화, 사회적 지출의 대폭 삭감 등 프리드먼의 핵심 원칙을 관철할 길을 열어준다"고 주장했다.

"규제받지 않은 탐욕은 필연적으로 과도하게 흐른다"

현재의 신용붕괴는 프리드먼 경제학의 어두운 종말이며, 프리드먼의 자유시장은 미국과 전세계에 재앙을 안기는 '재앙 자본주의'였다. 이 경제학은 이론적으로는 매혹적이지만, 현실의 정치와 경제 정책에 적용될 때는 자기파괴적이다. 탐욕은 규제받지 않은 자유시장에서는 필연적으로 과도하게 흐르기 때문이다.

프리드먼의 경제학을 본딴 레이건의 정책은 "정부는 문제이지 해결책이 아니다"는 유명한 레이건의 발언으로 잘 요약된다. 이론적으로 이 정치적 이념은 감세와 작은 정부를 뜻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클라인은 "레이건의 자유시장 이데올로기는 언제나 자본의 이익에 봉사하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 이데올로기는 상황에 따라 진퇴를 거듭한다. 거품경제가 형성될 때는 자유방임을 설교하는 것이 이익이다. 그래야 투기적 거품이 팽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거품이 꺼질 때는 큰 정부가 구해주는 동안 이 이데올로기는 숨을 죽인다.

하지만 구제의 시기가 끝나면 이 이데올로기는 질풍처럼 되돌아온다. 아무리 큰 불황이든, 어떤 대통령이 집권하든 상관이 없다.

부시 대통령은 레이건보다 더욱 실행가 타입이다. 그는 이라크 침공 등 '쇼크 독트린'을 일관되게 적용해 왔다. 프리드먼은 자신의 이론이 정부 정책에 적용돼 특히 전쟁용병으로 군부를 민영화한 것을 기뻐해야 할 것이다.(이라크에는 미 정규군과 맞먹은 10여 만명의 전쟁대행주식회사 요원들이 파견돼 있다.편집자)

하지만 되돌아보면, '쇼크 독트린'은 경제, 시장,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서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융위기로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 12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주택산업을 국유화한 조치 등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부시노믹스는 산업적 보수주의"

하지만 정말 실패하고 있는 것일까? 토머스 프랭크는 "부시노믹스는 모든 것을 민영화함으로써 국정의 혁신을 이룬 정책으로 기억될 것"이라면서 "그것은 산업적 보수주의'라고 일컬었다.

그는 이 새로운 '보수주의'가 정치적 운동이나 이념일 뿐 아니라 "세계에서 앞서나가는 길이며 많은 돈을 버는 길"이라고 규정했다.

마지막으로, 필 그램은 철저한 자유시장주의자이며 규제철폐주의자다. 그는 상원의원 시절 현재의 금융위기를 초래한 각종 규제철폐를 주도한 인물이다. 한때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된 그는 매케인이 당선되면 어떤 요직을 맡을지 모른다.

그러니 매케인의 행태를 가볍게 보지 말고 '쇼크 독트린 경제와 재앙 자본주의의 오래되고 찬란한 역사의 일환이 아닌지 지켜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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