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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과감한 대북정책으로 남북관계의 새틀 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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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과감한 대북정책으로 남북관계의 새틀 짜라

[기고] 국민 68.9% '남북관계 개선해야" 무겁게 받아들여야

18대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활동을 개시했다. 당은 같아도 이명박 정부와는 차별화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 하에서는 국정의 여러 분야에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특히 대북정책 분야에서는 큰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지난 5년 동안 방향을 잘 못 잡은 대북정책 때문에 남북간 소통은 단절되고 관계가 파탄나면서 국민들의 안보불안은 극에 달했었다.

박근혜 당선인은 '국민행복시대'를 열어나가겠다고 했다. 국민행복시대는 경제나 복지 분야에서만 구현되는 것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마저 대북정책을 잘 못 설정한다면 우리의 안보는 불안해지고 국민은 행복해지지 않는다. 외교‧안보‧통일 분야, 특히 남북관계에서도 국민행복시대가 열려야 한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정부는 대북정책에 관한 한 이명박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남북관계가 꼬이면서 안보차원에서 대미의존도가 높아졌다. 대미일변도 외교를 하는 바람에 한ㆍ중 경제관계에서는 손해를 보기도 했다. 굳이 수치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는 그 피해를 피부로 체감했을 것이다. 이는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대북정책이 대외정책보다 실질적으로 상위 변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정권 초 대미정책이나 대중, 대일정책 못지않게 대북정책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 대북정책 방향을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정책의 대상인 북한의 사정을 잘 읽어내야 한다. 이건 우리가 북한의 눈치를 보거나 그들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가 북한을 관리하기 위해서, 즉 맞춤형 전략(Tailored Strategy)을 세우기 위해서는 그들의 형편과 정책방향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마침 2013년 초, 북한에서 의미 있는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바꿔 말하면 우리의 선택 여하에 따라 앞으로의 남북관계와 동북아 안보상황을 우리가 주도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2013년 1월 1일,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방송을 통해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신년사 육성 방송이 김일성 사후 19년만이라느니, 김정은이 할아버지 스타일을 흉내 내어 북한 주민의 지지를 끌어내려 한다는 분석을 내 놓았다. 그런데 신년사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스타일이 아니라 내용이다. 매년 1월 1일 어김없이 발표되어온 북한의 신년사는 그 해 북한의 대내외 정책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다. 신년사 내용분석(Content Analysis) 으로 북한관련 논문을 쓴 학자들도 제법 있다. 그런 만큼 북한의 신년사를 선전문건만으로 치부해버리는 것은 옳지 않다.

2013년 신년사는 2012년 신년사와 다른 점이 있다. 작년에는 선군정치를 17회나 언급했는데 금년에는 6회만 언급했다. 그 대신 인민생활과 경제강국에 대한 언급이 많아졌다. 인민생활개선은 작년 3회에서 금년 6회로, 경제강국은 2회에서 7회로, 강성국가는 5회에서 12회로 늘어났다. 북한이 앞으로도 계속 인민생활 개선과 경제강국 건설을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작년 8월초 필자가 북·중 접경지역을 답사하면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김정은은 그동안 김정일 시대의 '선군정치'로 필요 이상으로 비대해진 군부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대신 인민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선경정치'를 하려고 한다.

대내적으로 이런 움직임을 보이면서, 북한은 대남차원에서도 작년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6.15선언과 10.4선언 등 기존 남북간 합의 이행을 강조했다. "북남 관계개선의 길을 열어 나가야 한다"거나 "대화와 협력사업을 적극 추진시켜나가야 한다"고 남쪽에 손을 내밀었다. 동시에 남북 간 '대결상태 해소'를 명분으로 당국 간 대화를 재개할 뜻도 밝혔다. 경제난 해소와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서는 남북관계가 안정되어야 하고, 남쪽의 지원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당연한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건 아마도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을 의식하고 내놓은 주문이자 기대감의 표시가 아닌가 싶다. 박근혜 당선인은 후보시절 남북관계와 관련하여 "기존 합의에 담긴 평화와 상호존중의 정신을 실천하며, 세부사항은 현실에 맞게 조정해 나갈 것"이라는 공약을 발표했다. 또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조속히 가동할 것도 공약했다.

지난 1월 2일 KBS 뉴스에 국민여론조사 결과가 보도되었다. 그 중 남북관계 관련해서 주목할 만한 내용이 있었다. 새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부터 해야 한다"는 여론이 68.9%, "북한의 사과부터 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28%였다. 박근혜 후보가 51.6% 지지를 받아서 당선되었는데 68.9%의 국민들이 "남북관계 개선부터 하라"는 주문을 했다. 이는 70%의 국민이 새 정부가 임기 초 남북관계 개선의 시동을 걸어 주기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신뢰'가 키워드이자 브랜드인 정치인 박근혜 당선인만큼은 다른 어떤 전임자들보다 공약을 철저히 지킬 것이고, 남북관계에서도 예외는 없을 것으로 본다. 뿐만 아니라 70% 가까운 국민들이 남북관계 개선부터 하라는 주문을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박 당선인과 인수위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좀 더 과감하게 새판을 짜야 할 것이다. 임기 중에 안보ㆍ평화 분야에서도 '국민행복시대'를 열고, 남북관계에서 '무업적(無業績)'의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부터 하라는 국민 다수의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새판을 짜는데 조건 같은 것은 달지 말아야 한다. 상대가 있는 '관계'에서는 일단 대화를 해야 신뢰도 쌓아 갈 수 있다. 인간관계에서도 '소통'이 기본적인 요소인데, 일단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는 것이 순서다. 신뢰를 확인하고 대화를 시작하는 법은 없다.

새 정부는 현 정부처럼 남북간의 신뢰관계 구축을 위해서 '북한의 선 조치가 필요하다, 또는 북한의 자세가 바뀌어야 한다'는 식의 순서가 뒤바뀐 컨셉으로 대북정책 방향을 설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면 박근혜 정부도 5년 내내 남북관계에서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남북관계가 정체되면 대미관계 대중관계도 꼬이게 된다는 건 이미 충분히 체험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이렇게 신뢰를 쌓기 위해 새 판을 짜려고 해도, 북한은 지금까지 해 왔던 대로 당국대화와 통일전선의 양면전략을 당분간은 쓸 것이다. '대화'와 '대결'의 이분법적 구도를 활용하여 북한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할 것이다. 남한의 여론을 분열시키고 남남갈등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북한의 대남전략의 양면성을 우리가 모르는 것도 아닌 바에야, 북한의 태도를 보아가면서 대책을 세우려 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안보상황 관리의 책임과 주도권은 우리 쪽에 있기 때문이다.

남북간 기존 합의 정신을 실천하되 필요한 부분은 조정한다는 박근혜 당선인과, 6.15, 10.4선언의 철저한 이행을 주장하는 북한이 과연 어떻게 관계의 첫 단추를 끼울지는 좀 지켜 볼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 쪽의 정책방향이고 컨셉이라는 점에서 아무쪼록 박근혜 당선인과 인수위가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풀어 나간다는 책임의식을 갖고 상황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정책을 짜주기 바란다. 제발 북한의 태도와 자세를 보아 가면서 우리 정책도 내놓겠다는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지 말아야 한다.

마침 미국 오바마 정부 2기 내각 국무장관과 국방장관 후보들의 면면도 드러났다. 대북정책과 관련하여 압박보다는 대화를 선호하는 성향의 인사들이라 한다. 일단 대북정책을 우리가 주도해 나갈 때 한미 협조에 애로를 겪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북한의 대남정책 변화 가능성,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 가능성을 잘 판독해서 대북정책을 설계하고, 한번 정해진 정책은 일관성있게 추진해나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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