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에 옥수수 5만 톤을 지원하겠다는 카드를 빼들었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지난 달 지난 달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 결정 직후 북한에 옥수수 5만 톤 지원을 위한 접촉을 제안했으며 현재 북측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고 4일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 중앙청사 별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지난해 합의된 옥수수 5만 톤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면서 "약 3주전 판문점 대한적십자사 연락채널을 통해 옥수수 지원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접촉을 하자고 북측에 제의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북한에 지원을 위한 접촉을 타진했지만 북측에서 명확한 답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북한이 우리의 제의에 대해 조속히 호응해 오길 바라고 당분간은 북한으로부터의 입장을 기다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해 남북정상회담과 총리회담 등을 계기로 북측으로부터 수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한 옥수수 지원을 요청받은 뒤 그해 12월 옥수수 5만 톤 지원을 결정했지만 국제곡물가 상승 등의 요인으로 집행이 늦춰졌다.
김 장관은 "작년 지원을 결정할 당시 옥수수 가격은 톤당 350달러였지만 현재는 420달러 정도에 달해 당초 측정한 금액으로는 5만 톤을 다 줄 수 없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금액에 상관없이 합의한 5만 톤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앞으로도 계속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경우 부득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 방안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향 전환 신호탄인가
정부는 그간 △순수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은 북핵 등 정치적 문제와 관계없이 보편적 인도주의 차원에서 추진하며 △북한이 지원을 요청할 경우 이를 검토해서 직접 지원하고 △북한 주민의 식량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확인되거나 심각한 재해가 발생할 경우 대북 식량지원을 추진할 수 있다는 원칙을 밝혀 왔다.
그에 더해 △대남 비방 정도 등 북한의 태도 △국내 여론 △북한의 정확한 식량사정 등 3가지도 중요한 변수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북한은 지원요청을 해오지 않고 있고, 대남 비방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 또한 정부도 북한의 식량사정이 아사 사태가 발생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을 바꾸지 않고 있다.
그처럼 변화된 상황이 없는 데에도 옥수수 지원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김 장관은 "그(북한이 먼저 요청해야 한다는) 원칙은 그대로 가지고 있다"라면서도 "이것(옥수수 지원)은 북한이 우리에게 요청을 해서 남북간에 주기로 합의가 됐던 사항이라서 우리가 접촉을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최근 춘궁기를 맞아 식량 사정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 북한이 우리에 대한 비난을 계속하고 있지만 합의됐던 옥수수 추진 문제를 다시 추진키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요청이 먼저다'라는 기존의 입장에서 방향 전환을 시도하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체면치레? 명분쌓기?
그러나 정부의 이번 지원 결정이 북한 주민들의 비극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을 비켜가기 위한 체면치레용이 아니냐는 눈초리도 존재한다. 식량이 120만 톤 정도 부족하다는 정부의 평가나 식량 50만 톤을 지원하는 미국에 비해 지원 규모가 너무나 초라하기 때문이다.
또한 주곡인 쌀이 아니라 옥수수를 지원하는 점을 봐서도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북측의 통미봉남적 태도가 나왔다는 비난을 모면키 위해 마지못해 모양새만 내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 전문가는 "옥수수 지원이 남북 합의 사항이라고 하는데 남북 합의를 그렇게 금과옥조처럼 여긴다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해서도 같은 태도를 보여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북한이 접촉 제안을 받고 3주 동안 반응이 없는 걸 보면 앞으로도 답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라며 "'지원 용의를 밝혔는데도 북측이 아무런 반응이 없더라'라며 책임을 북한에 떠넘기려는 명분쌓기용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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