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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북 식량지원 발표…北 "신뢰 증진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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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북 식량지원 발표…北 "신뢰 증진 기여"

강화된 분배 감시 수용…핵 협상 상황 반영된 듯

미국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 계획이 16일 공식 발표됐다. 다음달부터 12개월에 걸쳐 50만 톤을 보낸다. 이 규모는 한국이 대북 쌀 차관을 가장 많이 보냈던 2005년과 같은 양이다. 당시에 비해 곡물가가 3배 이상 오른 것을 감안한다면 상당한 규모로 평가된다.

최근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를 둘러싼 교착이 해소되면서 북핵 상황이 급진전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대규모 대북 식량지원에 나섬으로써 북미간의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북한의 각종 매체들은 17일 미국의 발표 내용을 신속 보도하며 "조(북)미 두 나라 인민들 사이의 이해와 신뢰증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미국에 대한 북한의 간접적인 사의 표명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러나 북한의 심각한 기근과 북미관계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북이 먼저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한국 정부로서는 또 다시 '통미봉남(通美封南)' 혹은 '외톨이 외교'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게 됐다.

"강력한 분배 감시 체제 마련"

미 국제개발처(USAID)는 16일 성명을 통해 북한이 심각한 식량부족에 직면했음을 미국에 설명했다며 "미국과 북한은 대북 식량지원 재개 프로그램의 기준들에 대한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USAID는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약 40만 톤, 미국 비정부단체(NGO)들을 통해 10만 톤 등 총 50만 톤의 식량을 2008년 6월부터 12개월간 북한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공개했다.

성명은 북미 양국이 "WFP와 NGO 직원들이 기근 주민들에게 폭넓은 지리적 접근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지원 식량의 배포를 효과적으로 모니터할 수 있는 틀에 합의했다"며 대북 식량지원의 세부 집행을 위해 조만간 평양에서 전문가 회의가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명은 또 대북 식량지원은 한국 정부 내 전문가들과의 긴밀한 조정과 집중 협의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대북 식량지원에 필요한 모니터링 체제가 갖춰지고, 아마도 이제까지 중 북한 내에서 가장 강력한 식량 분배 모니터링이 마련된데 대해 USAID가 흡족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코맥 대변인은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은 지난해 가을부터 수 개월간에 걸친 협의 끝에 성사된 것으로 북핵 6자회담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북 식량지원이 WFP와 NGO인 에머슨 트러스트를 통해 이뤄지며 이들 기관 관계자들이 식량지원이 필요한 북한 내 지역들을 순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미 행정부의 관리들이 북한에 사무소를 내고 현지에 상주하길 원했으나 북측의 반대 때문에 기존처럼 WFP를 통한 간접 지원 방식을 택했다.

미국은 클린턴 행정부 당시였던 1999년 WFP 등을 통해 68만 5000톤의 식량을 지원하며 최고치를 기록한 뒤 부시 행정부 들어 지원량을 축소했다. 특히 2005년 북한이 WFP 요원들의 철수를 요구하자 현재까지 3년 정도 지원을 중단했다. 북한은 올해 130만 톤 가량의 식량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北, 이례적 감사 표시…주민들에게도 알려

이같은 발표가 난지 12시간만에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미국 정부의 식량제공은 부족되는 식량 해결에 일정하게 도움이 될 것이며, 조(북)미 두 나라 인민들 사이의 이해와 신뢰증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앙통신>은 특히 북한 당국이 "(미국의) 식량제공 실현에서 나서는 실무적 조건들을 보장해 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요구하는 분배 모니터링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이어 북한은 이같은 소식을 대남방송인 <평양방송>을 포함해 대내 라디오 방송인 <중앙방송>과 <중앙TV방송>을 통해 알림으로서 주민들에게도 공개했다.

한국어 구사 감시요원 첫 허용

한편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북한이 한국어 구사능력을 갖춘 식량분배 감시요원 배치를 처음으로 허용했다고 보도, 미국의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수용했음 시사했다.

신문에 따르면 USAID 관계자는 북한이 분배 감시요원 수를 종전 50명에서 65명으로 늘리는데 동의할 것으로 기대되는 한편, 식량 저장 창고 등에 대한 불시 모니터링도 가능하도록 합의했다고 말했다.

2005년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이 중단되기 전까지는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요원의 배치는 불가능했고, 모니터링 계획을 6~10일 전에 북측에 알리도록 돼 있어 임의 모니터링도 원천 봉쇄됐다. 또 북한에 식량이 일단 도착하면 식량에 대한 접근은 금지됐었다.

미 행정부는 북핵과 식량지원은 별개라고 말하고 있지만 북한 전문가인 마커스 놀랜드는 "국무부는 현재 북한에 대해 핵 프로그램 포기를 설득하기 위해 모든 정책수단을 찾고 있다"며 두 문제가 연계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놀랜드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클린턴 행정부 당시 고위 당국자가 식량지원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유예 때문이라고 인정하는 등 대북 식량지원과 미국의 외교가 연계된 것은 과거에도 12번의 기록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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