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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식량지원, '하긴 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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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식량지원, '하긴 해야 할 텐데'

'북한이 먼저 요청해야' 전제조건에 발 묶여 고심

정부와 여당이 대북 식량지원을 재개하기 위해 고심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북한이 미국에 영변 원자로 가동기록을 제공하며 핵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국면에서 한국만 외톨이가 되고 있다는 추궁을 면키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초반 '북이 먼저 지원요청을 해야 한다'는 등 운신의 폭을 스스로 좁히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천명해온 터라 묘수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통미봉남 논란 속 여론 떠보기
  
  정부는 일단 식량지원에 대한 여론을 떠보고 분위기를 만들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5일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방침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계속 갖고 있던 원칙으로, 지금도 변함이 없다"면서 "여건이 되면 언제라도 대북 인도적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이날 "관계국 및 국제기구 등과 북한의 식량사정에 대한 평가를 청취하고 협의하고 있다"면서 "북한하고 기회가 되면 직접 협의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유 장관은 또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기근이 발생하면 안 되므로 면밀히 보고 있다"고 말해 정부 차원의 검토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는 인도적 견지에서 북한에 대한 식량제공 문제를 조속히 검토해 식량을 제공하고, 그렇게 해서 동포가 굶어 죽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는 "어떤 이유에서든 여러 조건을 따지지 말고 동포를 위한 인도적 견지에서 식량을 제공할 수 있도록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은 14일 "북한에서는 이번 5∼6월 확실한 재난이 닥쳐오고 있다"면서 정부의 인도적 지원을 촉구했다.
  
  정 최고위원은 "우리가 비상한 관심을 갖고 도와주는 것이 국제사회에서도 우리가 균형 감각을 갖고 있구나 할 것"이라며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도 보면서 통합민주당과 얘기를 해서 북한에 대한 지원을 효과적으로 적절히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제기구 통한 지원안은 접은 듯
  
  일부 언론들은 정부가 직접 지원보다는 미국이 검토하고 있는 방식대로 민간기구(NGO)나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식량 지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소위 국제기구를 통한 원조나 미국의 대북 식량원조에 참여하는 방식은 검토되고 있지 않다"고 말해 지원을 한다면 직접 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음을 내비쳤다.
  
  이는 국제기구를 통해 지원을 할 경우 정치적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전제조건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도적 지원의 '여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아직까지 북측으로부터 지원요청은 없었다"고만 말했다. '북한 우선 요청 원칙'이 여전히 유효함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대북 소식통들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를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 등 기존의 남북 정상간 합의에서 시작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당국간 대화는 물론 식량지원도 요청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북한이 국제사회를 향해 식량난을 호소할 경우 남측에 대한 요청이 포함됐다고 간주하고 식량지원을 할 수 있다는 묘안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은 그같은 경우에 대한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북 지원단체의 한 관계자는 "통미봉남 시비를 피하기 위해 식량지원 카드를 꺼내려는 모양인데 그 자체가 인도적 지원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면서도 "설령 그런 의도가 있다 하더라도 정부 스스로 불필요한 전제조건을 내놓아서 발목을 잡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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