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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는 이제 '신성한 의무'가 아니에요"

[청년, 정치개혁을 말하다] 비례대표제 청년포럼 좌담

대선이 이제 채 이틀도 남지 않았다. 그토록 기다려왔던 데이트 날짜가 막상 가까이 다가오니 마음이 떨려서 오히려 실감 나지 않는 것처럼, 대선이 내일모레라는 것이 실감나지가 않는다.

지난 3월부터 '청년, 정치개혁을 말하다' 연재를 통해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 다양한 정치개혁안, 그중에서도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함을 이야기해왔던 비례대표제 청년포럼이 안철수 전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정치개혁안에 대한 좌담에 이어 대선 특집 마지막으로 청년들의 투표 참여의 중요성 및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정치개혁안을 놓고 비교 분석하는 자리를 가져보았다.

김경미 한림대 정치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의 진행으로 그동안 정치제도개혁을 주장해온 비례대표제 청년포럼 멤버들(손정욱 국회비서관, 양호경 청년유니온 정책팀장, 이안홍빈 녹색당 청년위원장, 이호준 서울지역 정치학 연합학회 대표, 조성주 경제민주화2030연대 공동대표)이 지난 16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필자 주>


▲ 지난 16일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는 대통령 선거 전 마지막 TV토론을 했다. ⓒ연합뉴스

김경미 : 대선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각자 느낌이 남다를 것 같은데 어떤가?

조성주 : 대선이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관전자 입장에서 보면 재미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초박빙의 흥미진진한 대선이다. 어느 때보다 재미있는 포인트도 많았다. 단일화 과정에서부터 강력한 제3 후보의 존재, 후보들의 캐릭터 등이 생각보다 재미있는 요소였다. 이전 대선과는 다르게 SNS로 언론 환경이 좀 바뀌다 보니까 사람들이 정치를 잘 체감할 수 있다는 면에서 나은 것 같다. 자기 목소리를 내고 소통하는 이런 것들이 2007년 대선과 비교해보면 확실한 차이가 있다. 초박빙이다 보니 모두들 마지막까지 마음을 졸일 것이다. 누가 되느냐에 따라 그 차이는 크겠죠.(일동 웃음) 시민사회 쪽에서 관전 포인트를 꼽는다면 진보정당의 입지가 많이 축소되면서 생각보다 시민사회역할이 없고 캠프로 다 빨려 들어간 듯한 느낌이다. 그나마 투표시간 연장, 투표참여운동이 나름의 유의미한 영역을 만들었다고 본다.

양호경 : 2002년 대통령 선거 이후로 3번째 대선이다. 2002년의 정치적 역동성은 '노무현'이라는 개인으로 상징되었다면 이번 대선은 '새로운 정치'였다. 부동층 40%, 가장 불신하는 기관 국회라는 정치혐오에서 시작된 탈정치의 정치였다고 생각한다.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났던 그 모든 현상들이 지금의 대선을 만들었다. 우리 사회 정치적 역동성과 변화 가능성에 감동받으면서 19일이 끝이 아니었으면 하는 걱정이 있다.

이안홍빈 : 녹색당 청년위원장 입장에서는 대선으로 모든 것이 집중이 된 지금 상황이 좀 그렇다. 얼마 안 남았는데 대선이 끝나서 다른 관심사로 영역을 넓힐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에 김소연, 김순자 후보가 출마하면서 나온 공약들이 상당히 재미있었다.

이호준 : 공부하면서 정치학과 학생들과 같이 대선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재미없다는 평가가 주변에 많다. 아무것도 안 나오고 이게 대체 뭐냐는 반응이다. 솔직히 박근혜 후보나 문재인 후보 모두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 사람들이어서 콘텐츠를 보고 뽑아야 할 것 같은데 콘텐츠가 제공되는 기간이 너무 짧았다. 대선 끝자락에 콘텐츠가 막판에 몰려 나와서 재미가 없었는데 그나마 TV토론을 통해 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 그래도 유권자 입장에서는 아직도 판단이 안 서고 주변에 많은 사람들 역시 누구를 뽑아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다고 한다. 원래 예전에는 대개 선거를 한 일주일 남겨놓고부터는 대충 누구를 찍을지에 대한 결정을 미리 했던 것 같은데, 이번엔 정말로 그렇지 못해서 아쉽다. 저 같은 경우 마지막 TV토론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생각이다.

김경미 : 두 후보 다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이야기하는지?

이호준 : 다들 아시겠지만 박근혜 후보는 민주적인 리더십이 너무 결여되었고 문재인 후보는 사람은 너무 좋은데, 그 뒤에 일 못하고 구태를 반복하는 세력이 버티고 있어서 맡기기에는 불안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손정욱 : 양 후보의 정치개혁안뿐만 아니라 경제개혁안을 포괄한 일련의 중요한 공약들이 어떤 부분이 다르고 왜 다른지, 그 다름으로 인해서 실제로 어떤 개혁효과의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결국 그것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국민들 피부에 어느 정도는 와 닿은 상태에서 투표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3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박근혜, 문재인 후보 모두 여전히 공약의 나열만 있을 뿐 각 공약들에 관한 친절한 설명이 부족하다. 각 진영의 개혁 세력이 만들어지는 데 필요한 시민의 의견을 모으고 청취하는 과정들이 철저하게 생략되어 있다. 국민들은 당장의 먹고사는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는데 정치권은 이런 국민들의 목소리와는 별도로 움직이다 보니 서로 분리된 상황에서 결국 대선 후보들의 이미지만 보고 선택할 수밖에 없는 강압적 흐름이 있는 게 아닌가 한다. 양자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지 않은 것이 가장 문제다. 미국 같은 경우 대선을 가리켜 '성능 뛰어난 엠알아이(great MRI)'라고 하는데 이는 2년 정도의 선거운동을 통해 충분한 후보검증기간을 거치면서 정책들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충분히 논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보다시피 우리나라는 거의 그런 과정이 없다. 뭘 보고 찍으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

김경미 : 13일~14일에 끝난 부재자 투표가 사상 최고로 92.3%를 기록했다. 특히, 노량진 고시촌에 있는 친구들이 줄 서서 투표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청년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양호경 : 청년들의 투표율에 대한 과도한 낙관은 금물이라 생각한다. 투표와 정치가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가장 큰 행위 중에 하나이지만 그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사회적 토대가 필요하다. 투표 당일에도 아침 7시에 출근해서 저녁까지 일해야 하는 청년들에게 투표를 강요할 순 없다. 먹고 사는 문제 자체가 삶의 무게인 사람들에게 투표가 개인의 이야기라고 말하는 것은 오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총선에서 20대의 투표율은 전체 투표율 54%보다 9% 낮았다. 박원순 효과라고 불리는 서울시 청년 투표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긴 했지만 49%에 불과했다. 청년층이 사회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 만한 안정적 생활 보장이 필요하고, 그 변화가 정치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아직 적다. 하지만 분명 추세는 청년들의 투표참여와 정치적 열망이 올라가고 있다고 본다.

청년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정치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고, 정치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본인과 관련된 이야기라는 것을 지난 5년간 많이 느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교사 준비하던 청년들은 신규 교원 채용이 증원되지 않는 건국 이래 최초의 경험을 했다. 정부부처에서 일을 하는데 10개월짜리 인턴으로 일할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경험했을 것이다. 그리고 대학 등록금 인하에 대한 요구가 정치권에서 반영되는 과정 등을 보며 참여를 통해서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전시성 정책들에 돈이 쓰였던 수많은 현장들 속에서 청년들은 투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손정욱 : 청년이라는 정체성 자체도 있지만, 외환위기 시기를 지난 이후부터 사실 졸업 후 사회진출을 하는 시기의 청년들 삶이 굉장히 불안해졌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나 혼자공부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누구보다 체감하고 있는 계층이 청년들이다. 결국 지금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불안감과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은 결국 정치를 통해서 밖에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지난 10~15년간 학습된 게 아닌가 한다. 기존에는 개인주의적으로 나라도 열심히 공부해서 취직 잘해야지 했다면 이제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라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우리들의 열망을 담을 수 있는 정치세력에게 투표해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본다.

▲ 지난 15일 문재인 후보의 광화훈 유세 중 젊은층들이 투표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김경미 : 청년들이 자신들이 겪고 있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풀 실마리를 정치에서 찾게 된 것 같다고 얘기했는데, 경제민주화2030연대에서 청년들의 사회경제적 문제들에 대해서 주력해왔는데 조성주 대표는 어떻게 생각하나?

조성주 : 몇 가지 측면을 봐야 할 것 같다. 하나는 손정욱 비서관 얘기대로 젊은 층의 투표참여 열기를 보면 분명 정치참여 욕구가 느껴진다. 본인들의 생활의 문제를 사회구조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제가 볼 때는 이제 희망고문은 끝났다, 그렇게 말할 수 있겠다.

2002년 대선이나 2007년 대선을 놓고 보면 전체 경제는 호황기고 그 안에서 청년들이 하층 분해되고 있었기 때문에 희망고문이 가능했다. 2:8 사회라는 말, 20% 안에는 들 수 있겠다는 희망고문이 있었던 거다. 그런데 2008년 이후 2:8 사회라는 말 안 쓰잖아요, 1:99인거잖아요. 신자유주의 호황이 끝나고 양극화의 생생하고 현실적인 모습들을 청년들이 인식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구조적인 문제로 다가오면 정치의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 같다. 자연스럽게 정치에 대한 관심, 투표 참여 열기가 분출되고 있다. 또 하나는 젊은 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려는 논리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옛날에는 '투표해야지, 왜 투표 안 합니까, 투표도 당신의 신성한 권리고 의무입니다' 그런 식이었다면 지금은 '투표권 보장, 그에 따른 투표시간 보장, 부재자 투표 원활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재외국민투표 역시 마찬가지로 왜 저 사람들에게 투표할 권리가 없는가'라고 한다. 즉 단순히 헌법적 권리를 요구하는 수준이 아니라 당신이 투표할 수 있는 조건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이전과는 다른 열기가 생긴 것 같은 느낌이다.

김경미 : 청년들이 투표 자체를 수동적인 의무로 느끼는 게 아니라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실현할 수 있는 환경까지 요구하는 적극적인 유권자로 변화됐다는 것인가?

조성주 : 그렇다. 언제부터인가 투표 인증샷을 찍는 문화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신성한 의무를 행사했다는 차원은 아니지 않나. 투표는 '나의 것이다'라는 느낌이 강하다.

이안홍빈 : 마찬가지로 정치를 통해서 구조적인 변환이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같다. 올해 총선을 포함해 그 이전에는 청년 참여율이 낮다는 비판을 넘어서는 비난이 있었고 야권 혹은 진보 쪽이 실패한 이유도 청년들의 투표율이 낮은 탓으로 돌리게 되니까 청년들이 짜증이 난 게 아닌가. 총선과 대선이 겹치면서 정치가 바뀌어야 일상도 바뀐다는 생각이 사람들한테 상당히 자리 잡았다.

이호준 : 첫 번째는 이명박 대통령의 공이라는 생각이다. 대통령과 국회에게 정치적으로 무시당하는 일이 얼마나 짜증나는 일인지 지난 5년간 체감한 것 같다. 두 번째는 정치나 경제영역에서 벌어지는 불평등이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진짜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 때문에 관심이 늘어난 게 아닌가 한다. 재미있었던 게 '결혼불능세대'라는 책이 주변 청년들에게 꽤 인기를 끌었다. 저조차도 결혼이란 문제가 당장 닥친 일은 아닌데도 그 책을 보면서 정말 결혼 못 하는 게 아닌가라는 불안감이 들기도 했다. 예전에는 정치적 또는 경제적 불평등이 정치나 경제의 영역에서만 머무르는 수준이어서 생각하기에 따라 굳이 경제적으로 '성공 안 해도 돼. 정치적으로 참여 안 해도 돼'라는 수준에서 끝났다면, 요즘은 참여를 안 하면 결혼을 못하는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일동 웃음) 이렇게 정치나 경제의 문제가 우리의 일상생활까지도 잠식할 수 있다는 위기위식이 저를 포함한 청년들에게 공감대를 형성돼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아닐까 한다.

조성주 : 중요한 지적이다. 과거에는 민주주의, 남북관계 등 거대담론 위주였다면 사회경제적 담론으로 옮겨오면서 구체적으로 정치와 삶의 문제가 맞닿을 수 있는 여건이 확대된 게 아닌가 싶다. 사회경제적 담론을 다룰수록 사람들의 정치 참여를 끌어내는 동인이 된다는 점이 굉장히 설득력 있게 들린다.

김경미 : 사람들이 경제민주화라는 추상적 단어를 결혼문제, 주택문제, 골목상권이라는 구체적인 문제로 느끼게 되면서 '아, 경제민주화라는 것이 경제적 평등에 관한 문제구나'라고 인식하게 된 것 같다. 이것과 연관 지어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시장 한 명 바뀌었을 뿐인데, 우리 삶에 정말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보며 정치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실질적으로 끼칠 수 있는지 알게 된 것도 사람들이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조성주 : 그렇다. 엄청난 변화까지 아니더라도 정치 효능감 자체를 느끼게 해주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박원순 시장의 사례가 정치 효능감을 줬다고 할 수 있다.

김경미 : 서울시립대의 경우 반값등록금 실현되고부터 아르바이트 안 해도 되니까 동아리, 학회에 적극 가입하는 대학생들이 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특히 가입한 학생들이 3학년이었다. 그동안은 아르바이트 하느라 못하다가 반값등록금 덕분에 뒤늦게 가입한 거라는 이야기에 마음이 찡했다. 반값 등록금 고지서를 받아보는 부모님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만큼 행복하지 않으셨을까. 정치가 시민들에게 실제 변화를 보여줘야 시민들도 함께 변할 수 있다.

손정욱 : 참 감동이 있다. 동아리 가입 얘기가 울컥한다.

김경미 : 그동안 비례대표제 청년포럼에서 줄기차게 새로운 시대를 담을 그릇, 새 정치를 위해 비례대표제 확대, 정치제도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해왔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번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의 정치개혁안에 대해서 각각 분석을 해봤는데, 박근혜 후보의 정치개혁안에 대해선 살펴보지 못했다. 문재인, 안철수 단일화 과정에서 정치개혁이 핵심 이슈가 되면서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함께 새정치공동선언을 발표하고, 그 안에 비례대표제 확대 안이 들어가는 등 정치개혁안이 예전에 비해 진일보한 면이 있다. 하지만 박근혜의 정치개혁안에 대해선 거의 이야기 된 바가 없는 것 같다. 박근혜의 정치 개혁안에 대해서 평가를 해본다면 어떤가?

조성주 : 뭐가 있죠, 그런데? (일동 웃음) 상당히 고민스러워요. 이런 걸 정치개혁안이라 얘기해야 되나 싶다.

양호경 : 박근혜 후보가 안철수 후보에 구애하기 위해서 국회의원 정원 축소를 던졌던 순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공식적인 공약집에는 이 내용도 들어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국회 예결위 상설화 등 예산결산감사 기능 강화나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을 외부인사로 구성하겠다는 내용들이 혁신안 정도라고 본다. 정당 공천의 투명화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이 없고, 국회의원 특권 폐지에 대해 불체포 특권을 내 건 것은 논쟁지점이 있다고 본다. 결과적으로는 정치쇄신이라는 새 옷이 필요했지만 그 내용은 수년 동안 이야기되던 내용들에 그치고, 실제 기득권을 내려놓거나 대단한 변화를 가져오긴 힘든 내용들이다. 오히려 정치 불신에 편승하려는 방안들이 더 많다.

이안홍빈 : 홈페이지 들어가서 문재인 후보와 공약을 비교해봤다. 비례대표 100석으로 늘린다는 부분 말고는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거의 비슷해서 충격을 받았다. 왜 이렇게 다르지 않은가. 고위공무원이나 선출직의 부정행위에 대한 엄벌이라든지 많이 비슷했고 어떤 면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내건 공약들 가운데 더 괜찮은 부분도 보였다. 아까 얘기 나왔던 콘텐츠를 파악하는 기간이 짧았다던가, 후보 검증기간 짧았다던가 하는 문제가 있는데,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 후보 등록을 최소 4개월 전에 마치고 그 이후부터 사람들에게 공약을 알리는 기간을 늘리겠다는 공약이나 국회 상시 운영 공약 등을 내놓은 것만 봐도 그렇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 상시 운영까지는 아니지만 국정감사를 상시화 한다는 것만 있다. 공공기간의 정보 공개가 중요한데 문재인 후보는 언급이 없었고 박근혜 후보는 일단 통합시스템 만들어 공공기관에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해서 정말 충격적이었다. 박 후보 캠프에 있는 분들이 진짜 똑똑하다는 생각을 했다.

▲ 지난 11일 서울시 영등포 유세에 나선 박근혜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조성주
: 정치개혁에 화두를 던질만한 킬러콘텐츠가 없다. 세부적으로 콘텐츠 차원에서 현실감 있게 설명된 부분이 있긴 한데 정치개혁 차원에서 개인적인 느낌은 공적주체로서의 정부를 믿게 하겠다는 것이 전부다. 철학적으로는 맞을지 모르나 그것이 지금 국민적으로 형성된 요구와 꼭 맞아떨어진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참여, 이런 것들이 여전히 유효한 측면이지 않나. 저도 조금 고민스럽긴 한데 부분적으로 잘 짜인 부분은 있다.

이호준 : 부분 부분만 떼놓고 보면 괜찮을 수 있는데 전체적인 맥락에서 정치개혁안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대선 기간 동안 나온 불만들을 종합한 대선용 정치개혁안으로 보인다. 상당히 혹할 수는 있겠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핵심부분은 빠져 있지 않나. 그리고 또 한 가지 허황된 공약이 책임총리제다. 아무 개헌 조치 없이 책임총리제를 한다면 대통령이 마음 바꾸기에 따라, 혹은 다음 대통령 된 사람이 자의로 바꾸면 바로 없어질 수 있다. 다만 대통령으로서의 행태, 행실을 좀 올바르게 하겠다는 것인데 진정한 개혁안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문재인 후보도 자유롭지 못하다. 아무튼, 박근혜 후보는 참 현 체제에 있어서는 적합한 리더십을 가진 후보이고 그 개혁안 역시도 현 체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정치개혁이라는 의제 자체가 지금 정치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렇게 대선에서 이슈가 된 것 아닌가? 그런 측면에서 보면 박근혜 후보의 정치개혁안은 결국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를 거부한 게 아닌가 싶다.

이안홍빈 : 그런 부분에서는 문재인 후보도 비슷하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 정보 공개 같은 경우에도 주민소환제와 연동되지 않는다면 실효성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문재인 후보 역시 비례대표제 확대는 제안했지만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언급이 없어 무척 아쉬웠다. 박과 문이 굉장히 비슷한 부분이 많아 문재인 후보에 좀 더 마음이 있었던 저로서는 실망스러웠다.

손정욱 : 두 후보의 정치개혁안을 보면 특권을 내려놓고 공천 과정에서 부정부패 척결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박근혜 후보의 경우 그 외에도 공천 비리가 있을 때 50% 과태료 부과, 고위공직자나 대기업 총수비리의 경우 국민 참여재판을 의무화하겠다는 안들이 있다. 현실성과 상관없이 높이 평가할만하다. 그런데 정치쇄신의 범위가 지나치게 정치부패 청산에 한정돼 있고 방법론에 대한 논의 역시 매우 부족하다. 종합적인 큰 틀의 목표를 정하고 제도적인 정합성을 고려한 총체적인 개혁안이 나와야 하는데 정치개혁이 정치부패를 최소화하겠다는 굉장히 작은 목표에 갇혀 있다. 기존의 특권 카르텔을 해체하는 가장 핵심은 결국 권력구조, 정당체제, 선거제도 개혁을 건드리지 않을 수 없는데 언급조차 없다. 이런 제도들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한 말로 빠져나간다. 국민들이 원하면, 국민들이 공감해야, 국민이 행복해야, 이런 말만 난무하다. 그래서 어떻게 바꾸겠다는 입장이 핵심인데 이를 유보하려고만 하는 것은 결정적인 한계다.

조성주 : 옳은 말이다. 부패척결이 정치개혁인가?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 검찰 부패를 막는다고 검찰 개혁은 아니지 않나. 부패가 사람들에게는 선정적인 측면들이 있는데 거기에만 맞춰져 있는 것은 매우 아쉽다. 정치개혁은 정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게 하고, 더 많이 대표할 수 있게 하고, 더 많이 책임질 수 있게 만드는 건데 부패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경미 : 특별히 하는 일 없는 특권만 누리고 있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높은 현실에서 이 문제에 대해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공약이 별 차이가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비례대표제 포럼에서 계속 얘기한 것처럼 정치제도 개혁, 특히 그동안 대변되지 못했던 사람들이 목소리를 대변해낼 선거제도 개혁 등 시대정신을 담아낼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는지 그 부분을 검증해야 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제1당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거대 정당인 민주당이 비례대표제를 확대하겠다고 한 것은 자신의 목에 방울을 걸겠다고 한 측면에서 박근혜 후보보다는 훨씬 진일보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

조성주 : 일단 비례대표제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확실한 진일보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후보가 공언한 결선투표제 도입도 어떻게 실행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겠지만, 향후 한국 정치개혁의 큰 두 가지 화두이고 문 후보가 먼저 제시한 건 의미가 있다.

이안홍빈 :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와 확실히 차별화되는 부분은 참정권 확대인 것 같다. 비례대표제 확대와 유권자 연령을 낮춘다든지, 투표시간 연장도 부가적으로 들어가 있는데 박 후보는 참정권 확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인물 기용하는데 감사를 철저히 해서 비리가 없게 하겠다는 식의 약간 사후처방식 접근은 비슷하지만, 문재인 후보에게 더 긍정적인 측면이 보인다.

조성주 : 혹시 박근혜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단점을 보완하는 게 공약의 목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일동 웃음)

양호경 :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걸리지만 총평만 하자만 두 후보 모두 여전히 국민적 정치 불신에 편승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차이라고 본다면 문재인 후보가 기득권을 조금 더 내려놓으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고, 박근혜 후보는 그 정도 차가 적다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 차이는 안철수 후보라는 경쟁자가 문재인 후보에게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나만 말하고 싶은 것은 그 어떤 기득권 정당들의 특권 내려놓기보다 17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10석이 국회에 들어가서 바꾼 것이 더 많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특권은 눈치 볼 사람이 있어야 내려놓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면, 국회에서 눈치 볼 다양한 정당들, 선거시기만이 아니라 항상 국민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손정욱 : 박근혜 후보는 큰 틀의 구조를 바꾸는 개혁은 외면하고 있다. 그렇다고 민주당의 개혁안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민주당은 눈치보기에 그치고 있다. 문재인 후보가 제안한 지역구 200석 중 비례대표 100석의 비율은 사실 전체 50%까지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또 공식적으로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얘기하는 반면 민주당 내 기득권 그룹은 중대선거구제를 계속 언급하고 있다. 일본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중대선거제 같은 경우 소수의 과다대표 등 문제가 많은 데 계속 만지작거린다. 일종의 '기득권 지키기'의 모습이 계속 관측된다는 것이다. 제도개혁은 확고한 의지를 가져도 될까 말까 하다. 개혁안을 제시하는 단계부터 너무 당내 눈치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보다 과감한 정진이 있어야 한다. 또 일반 시민들에게 비례대표제 확대가 왜 필요한지 적극적으로 설명해 줘야 개혁의 진정성이 있는 건데 그런 부분이 빠져 있다. 사실 일반 시민들은 비례대표제 확대가 왜 개혁의 핵심인지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다. 구름 위에 떠 있는 정당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그에 대한 의견청취과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민주당은 현재 정책나열에 그칠 뿐이다. 특히 선거제도 개혁 관련해 설령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어떻게 바꿀 것인지 논의가 없으니 미래가 불투명하다. 민주당은 과반의석도 아닌데 새누리당은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새누리당 내의 개혁적 의원들과 연합할 수 있는지, 시민들의 외부압력을 어떻게 조직할 건지 밝혀야 한다. 이런 논의들이 더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김경미: 이야기를 정리해보면 박근혜 후보의 정치개혁안은 결국 대선용이다. 새로운 정치, 다양한 사회계층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바꾸는 일은 회피하고 있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그 고민은 확실히 받았다. 그건 확실히 진일보했다. 그런데 비례대표제를 어떻게 확대해갈 것인지 구체적인 전략과 실행계획에 대해선 미흡한 부분이 많다로 정리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선거제도뿐 아니라 투표 시간 연장 요구에 대해서도 박근혜 후보는 받지 않은 반면, 문재인 후보는 적극적으로 받았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 비해 청년들의 요구나 정치개혁에 대한 시대적 요구에 대해선 더 적극적이지 않나 싶다.

이호준 : 나열된 정책을 보면 정치인들이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려는 게 딱 반영돼 있다. 박근혜 후보 측이 투표시간 연장을 바라지 않는 건 자기들이 불리하니까 그럴 테고, 문재인 후보와 민주통합당은 현 체제에서 열세이기 때문에 투표시간 연장을 지지하는 것이지 민주통합당이 특별히 더 국민을 위해서 그런 안을 지지하는 것 같지는 않다. 아까도 말했지만 박근혜 후보는 참 현 체제에서 정치적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 체제를 바꾸려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민주통합당이 비례대표제를 제안한 것도 왜 하필 전국구가 아닌 권역별 비례대표제인지 따지고 보면, 호남에서는 높은 의석수를 유지하면서 영남에서 자신의 득표율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장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저는 두 정당이 철저하게 자기 이익에 기반한 정치개혁안을 제시한 것 같다. 물론, 이게 반드시 잘못됐다는 말은 아니다. 어찌 보면 다른 가치를 대표하는 두 거대정당이 자신의 집단적 이익을 추구하는 게 당연한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각 당의 정치개혁안을 판단할 때는 자신의 이익에 기초한 두 개의 정치개혁안 중 어떤 것이 더 공익에 부합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따져보면 전국구가 아닌 권역별 수준이라도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는 것 자체가 정치의 대표성을 지금보다는 높여준다는 측면에서 정치개혁과 그나마 맞닿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조성주 : 지금은 오히려 과제를 얘기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정치권이 실제 약속한 것을 어떻게 책임 있게 실현할 것인가. 여소야대 상황에서 과연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지역구 50석을 어디서 줄이겠다는 건지, 정개특위를 범국민적으로 어떻게 구성하겠다는 건지 책임성이 문제다. 또 하나 시민사회 차원에서 제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있다. 복지에 대한 요구가 지금 굉장히 크다. 그런데 복지에 필요한 약 55조의 추가예산을 만들기 위해 누구도 증세를 얘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증세를 얘기하는 순간 정치인에게는 정치적 자살이니까. 이전에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의 오건호 운영위원장이 필요한 증세와 관련해 시민사회 운동이 국민적 합의를 이뤄내고 설득을 이뤄내는 과정이 없었다는 지점을 지적한 적이 있다. 요구는 큰데 증세가 해결이 안 되니까 복지논의가 점점 외통수에 몰리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이와 비슷한 게 정치개혁 요구라고 본다. 정치개혁의 방향과 수단을 위한 과정이 부재한 상황에서 선거 때마다 비슷한 목소리가 계속 터져 나올 뿐이다. 운동으로서의 지속성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해야 할 시점이 왔다. 지속적인 증세 운동 없이 복지국가 없는 것처럼, 정치개혁 운동으로 광범위한 국민적 설득을 획득하지 않는 한 정치개혁은 매번 이정도 수준에서 그칠 뿐이지 않겠는가 하는 문제의식이 있다.

또 정치개혁의 열망을 정치권의 제도개혁 논의로만 내버려두면 자연스레 식어갈 것 같다. 왜냐하면 제도개혁 논의가 상당히 지난한 과정이고, 그 결과를 체감할 때까지 또 시간이 한참 걸릴 것이기 때문에 식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시민사회가 계속해서 논의를 끌어가 주고 참여해주고 토론하게 만들고 더 요구해서 이 열망을 유지시켜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이번 대선의 경우 정치개혁 논의와 함께 투표시간 연장 등 참정권 확대라든지 새로운 운동의 영역이 열렸기 때문에 여러 가지 논의를 시민운동으로 연결시켜 나가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 지난 15일 문재인 후보 광화문 유세 현장에 깜짝 등장한 안철수 전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손정욱
: 새 정치, 정치개혁 논의가 촉발된 것이 안철수 현상의 의미다. 후보는 사퇴했지만, 안철수 현상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 당분간 흐름은 유지될 것으로 본다. 현상의 저변에는 양극화와 같은 사회경제적인 문제해결 요구가 깔려 있고, 정치가 바뀌어야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다는 필요가 존재한다. 정확히 규명할 수는 없었어도 뭔가 바꿔야 한다는 국민적 에너지를 어떻게 정치 영역에서 조직하고 결집할 것인가가 핵심 포인트였다. 안철수 전 후보는 정치개혁 열망을 모으는데 까지는 성공했지만 제대로 된 방향 제시를 하는데 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기존 정당이 됐건, 새롭게 등장하는 외생정당이 됐건 이런 국민적 열망을 구체적인 안으로 연결시키는 제안들이 나와 줘야 한다. 정당정치사의 초창기와 같은 귀족정당, 명사정당의 모습에 국한된다면 한계가 있다. 여야 일각에서 나오는 원내정당화 얘기 역시 마찬가지다. 능력 있는 소수의 정치엘리트 중심으로 정치가 돌아간다면 대중의 열망과 맞물려 있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성공이 어렵다. 이런 대중적 에너지와의 결합 없이 기존의 기득권 세력의 격렬한 반대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정치를 개혁하는 사람들은 대중정당 안에서 큰 틀의 비전을 갖고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양호경 : '비례대표제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에 대한 실천계획, 로드맵에 대해선 문재인 후보도 구체적인 안을 아직 못 내고 있다. 대부분의 정치학자들이 비례성이 높은 제도에 대해 요구하고 있고,(그 내용이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냐에 대한 논의는 따로 하더라도) 현재의 제도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국회의원 지역구 정수를 어떻게 줄이느냐, 국민에게 국회의원 정수를 어떻게 늘린다고 말하느냐 등의 이유로 비례 대표제 확대를 받지 않고 있다. 우리의 정치제도는 직접 민주주의가 아니라 '대의'제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제도가 국민들을 잘 대의 할 수 있을지 논의해야 한다. 양당제도가 고착화된다면 우리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국민들의 정치적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양당제에서 라면 다시 부동층 40% 시대가 온다고 생각한다. 청년당도 다시 나오고, 노인당도 나오고, 해적당도 나오고, 녹생당도 커지고, 다양한 사회적 요구들이 사회적인 공론장에 논의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인지, 진짜 모르는 것인지 다시 묻고 싶다.

조성주 : 과제가 되는 거겠죠. 박근혜 후보가 이기더라도 마찬가지고 문재인 후보가 당선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안철수 현상을 새 정치 운동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닌가 한다.

이호준 : 되게 아쉬운 게 안철수 후보 같이 큰 정치적 지지를 얻고 있고 기존 정치권과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이 대선 후보로 부각됐을 때, 새로운 정치를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비례대표제 확대도입이 바로 새로운 정치다"라고 얘기해줬다면 지금보다는 정치개혁에 대한 논의가 풍부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정치개혁의 핵심인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이슈가 대선 이후에도 지속적인 이슈로 자리 잡기가 훨씬 쉬웠을 것 같다. 대선 국면에서 경제민주화나 복지가 큰 이슈가 되어 사람들이 이런 이슈들에 대해서 알게 되고 나름의 입장을 취하게 될 수 있었던 것처럼 비례대표제 확대도입의 이슈도 대선 차원에서 제기되었다면 사람들이 비례대표제에 관심을 갖고 자신들의 방향과 입장을 정리할 수 있었을 텐데 이슈가 되지 않은 게 정말 아쉽다. 만약 그랬다면 대선 이후 시민운동의 큰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이안홍빈 : 김소연 후보나 김순자 후보 같은 경우 사실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많이 희박하다. 그분들은 대선 이후를 생각해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안철수 후보 같은 유력 후보들이 정치개혁의 큰 틀을 설정하려는 방향 제시를 빠뜨렸기 때문에 진보정당 같은 소수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분들이 계속 전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보인다. 김소연 후보의 공약을 봤는데 기초의회를 폐지하고 직접민주주의를 하자는 부분에서 굉장히 혁명적인 주장이구나 (일동 웃음) 일상에 와 닿지 않았지만 이상적일지라도 이상의 필요성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유력 후보들에게 아쉬움이 많다.

김경미 : 이제 대선이 채 52시간도 남지 않았다. 그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청년의 목소리가 대변되는 정치 제도 개혁을 위해 열심히 뛰어왔는데 동시대 친구들과 같이 나누고픈 이야기가 있다면?

이안홍빈 : 청년이라는 말이 명사이긴 한데 그게 결과는 아니지 않나. 청년과 청년 정치가 주목받으면서 제목으로 많이 소모가 됐던 것 같다. 어디에 이름 붙여지는 게 아니라 과정 그 자체라는 생각을 오래 했다. 어쨌든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다. 정치라는 말과 청년이라는 말이 이제는 단순히 어떤 수식어로서가 아니고 주체와 과정이라는 인식이 늘어나고 그만큼 정치 참여도가 늘어난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는 소모적으로 쓰이지 않으리라는 희망이 있다.

이호준 : 청년들이 지속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광화문 광장에 5만 명, 10만 명 모일 열망을 대선 이후에도 이어갔으면 한다. 대선이 끝나면 끝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하는데 사실 그때부터 시작이다. 본인의 위치에서 지속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갖고 얘기하고 공부하고 고민하고 정치를 일상으로 여겨주셨으면 한다.

조성주 : 저의 경우 동세대들이니까 고맙다 이런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 가장 힘들었던 일련의 시간을 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세대들이 새정치 열망을 불러일으키고 이제 실제 변화가 일어난다면, 그 세대들의 참여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동세대로서 고맙고 그 힘으로 새로운 희망을 같이 만들어갈 때인 것 같다.

손정욱 : 지금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정치불신, 정치혐오였다. 안철수 현상의 희망은 젊은 친구들이 새로운 정치를 요구하고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부분이고 이는 높게 평가할만하다. 정치 불신을 조장하는 그룹들은 정치가 힘이 없어지면서 이득을 보는, 기존의 기득권자들이니까. 청년들이 그런 기득권을 타파하는데 앞장섰으면 좋겠다. 정치에 꿈이 있는 사람은 적극적으로 정치 영역으로 들어오고, 정치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에 관한 공론의 장이 많이 열리길 바란다.

양호경 : 대선 이후에도 새 정치, 정치제도 개혁을 기대했던 사람들이 계속 지켜봐야 한다. 특히 두 유력 후보 중 정치제도 개혁이 조금 더 진일보했던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다면 여대야소의 정국이다. 많은 정치제도들이 국회의 입법이 필요한 것이니 공약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 공약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제도로 안착 되는 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비례성을 강화하는 정치제도 개혁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거와 투표는 우리 사회의 리더십을 교체하는 과정일 뿐이지 우리 사회 자체를 바꾸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거는 폭풍처럼 사회적 갈등과 요구가 분출되는 과정이다. 19일 선거는 종결점이 아니라 시작점이고, 선거에 열광했던 이유 또한 '무엇인가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선거에서의 많은 이야기들이 우리의 삶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 다만 그 시작점일 뿐이다. 그래도 2013년에는 그 변화의 가능성들을 볼 수 있는 올해 대선이 되었으면 한다.

김경미 : 오늘 논의를 정리해보자면 87년 체제는 청년들이 말 그대로 짱돌을 던져 직선제라는 정치개혁을 이루었다면 2012년을 살아가는 우리 청년들에게 짱돌은 투표가 아닌가 싶다. 20대, 30대들이 투표라는 짱돌을 얼마만큼 던지느냐에 따라 우리 앞에 높여진 커다란 벽을 무너뜨릴 수도 그러지 못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면에서 12월 19일 투표는 각자 누구를 뽑든 간에 2030의 목소리, 요구를 알릴 수 있다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할 것 같다. 그리고 바라기는 우리가 투표에는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가입해 직접 민주주의를 체감하고 자신의 원하는 민주주의 모델을 만들어 가는데 참여해보면 좋을 것 같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도 책임정치를 해야겠지만 그들이 책임정치를 구현할 수밖엔 없도록 유권자들도 유권자 나름의 책임정치를 할 수 있는 차원에서 말이다. 녹색당 같은 진보정당도 좋고 민주당이나 새누리당도 좋다. 적극적인 유권자와 적극적인 시민운동과 적극적인 정치권이 함께 결합한다면 우리가 바라는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바라기는 비례대표제 확대가 이를 위한 첫 단추가 되어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12월 19일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떨린다. 투표하고 다시 만나자.

(정리 : 정치경영연구소 김경미, 윤예지)

[취지문]

비례대표제 청년포럼은 비례대표제 포럼의 청년그룹으로서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 개혁이 필수적이라는데 동의하는 개인, 청년단체, 시민사회단체, 언론사, 정당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비례대표제 포럼에서는 청년들이 다양성이 인정되는 속에 합의의 정치가 이루어지는 한국 사회를 만들기 위해 비례성, 다양성, 공정함이 보장될 수 있는 선거제도를 얼마나 열망하는지, 이를 위해 비례대표제 확대를 얼마나 고대하는지, 조금은 거칠지만 생생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열망을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기로 하였습니다. 정치의 해인 2012년에 비례대표제 확대가 우리 사회 주요한 사회적 아젠다로 자리매김하는데 청년들의 이 작은 몸짓들이 마중물이 되어주길 간절히 소망하며 '청년, 정치개혁을 말하다' 연재를 시작해봅니다.

비례대표 청년포럼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prfor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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