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는 당초 지난 8월 14일 시작되어 3회가 발행되었으나 정상회담 연기 발표 후 새롭게 진전된 상황을 반영하고자 정상회담을 2주 남긴 시점에서 다시 출발합니다.
이 연재에서는 △남북경제협력 △인도주의 및 사회문화 교류 △평화체제와 군사적 신뢰구축 △통일논의 △한반도 비핵화 등 정상회담의 의제별 과제와 △국제사회와의 조율 문제 △국민적 합의 기반 조성 문제 등 의제 외적인 과제를 두루 살필 예정입니다.
한반도 문제에 관한 국내 최고 전문가 10여 명이 참여하는 이 기획은 정상회담 발표 후 어지럽게 쏟아져 나온 각종 시나리오와 대북 제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함으로써 정상회담에 관한 독자들의 관심과 이해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또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달리 나오고 있는 과도한 기대와 억측, 무리한 요구를 걸러내고 남북관계의 현실에 맞는 의제와 그 목표는 과연 무엇인지를 따져 볼 계획입니다. 나아가 이 시리즈에서 제시된 과제는 정상회담 후 회담을 평가하고 향후 남북관계를 전망하는 기준이 될 것입니다. <편집자>
남북경협의 모태 '동북아 중심국가론' 복원되나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의 핵심 의제는 경제 문제다. 북한 핵 문제가 이미 6자회담이라는 국제 차원의 틀에서 해결이 모색되고 있고, 북한도 핵 문제의 궁극적 해결은 북미관계 개선에 달려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정상회담에서 정치·군사적 차원에서 북한이 담보할 수 있는 최대치는 핵 문제 해결을 차질 없이 이행할 것임을 약속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더욱 더 공고히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합의하는 정도일 것이다. 물론 그 결과 북한은 정치·군사적인 측면에서 테러지원국 해제 등 국제사회로부터 긍정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경제 문제가 핵심 의제가 될 가능성은 이미 지난 8·15경축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경협을 통한 경제공동체 형성을 강조한 데서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이 언급한 남북경제공동체는 사실 현 정부 초 동북아중심국가론에서부터 비롯된 화두다. 노 대통령은 한국이 동북아 국가들 사이에서 중심적인 역할, 즉 평화와 협력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원했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라는 문제를 반드시 풀어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다. '북한 문제'를 풀어 한반도에서 평화를 창출하고, 협력을 강화해 남북한이 하나의 공동체로서 보다 안전하고 잘 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북한 문제를 푼다는 것은 북한을 평화·번영 건설의 대상으로 삼아, 대화와 협력을 통해 개혁·개방을 유도하고, 북한 스스로도 변화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을 지원하는 것이 당장 북한에 득이 될 수는 있어도 궁극적으로는 남한에게 더 나아가서는 한반도 전체와 동북아에 더 큰 이익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가장 효과적인 협력사업은?
필자는 물론이거니와 많은 통일·북한 전문가들은 대북 경제협력과 지원이 남과 북에 공히 이익이 되고 궁극적으로 북한의 변화와 한반도 통일 및 평화정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물론 경제공동체 형성이 말 한마디로 당장 시현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통일을 이루어 가는데 있어 필수적인 과정으로 장기간 꾸준하게 경제협력이 이루어질 만이 비로소 도달할 수 있다.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의 발판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의제들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되어야 할까?
경제공동체는 경제협력을 통해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경제통합체를 만들어내는 과정 또는 그것이 만들어진 상태를 의미한다. 경제공동체의 궁극적인 목표는 정치·제도적인 통합을 이루는데 있다. 그러면서도 경제공동체는 가능한 한 효율적인 방법을 통해 건설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남북을 경제적으로 통합하는데 최대한 효과적인 협력사업을 통해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어떤 사업이 그와 같은 효과를 창출하는 데 가장 적합할까?
여러 가지 사업을 거론할 수 있지만 남북한간 철도·도로의 연결과 운행만큼 장기적으로 큰 효과를 달성하는 사업은 없다고 본다. 한 국가의 사회간접시설로서 경제와 산업이 발전하는데 철도와 도로 만큼 절대적인 기여를 하는 것은 없다. 철도와 도로가 발전해 있지 않는 나라치고 경제적으로 못사는 나라를 찾아보기 힘들다.
대북 철도·도로 사업을 위해서는 대규모 대북 경제지원이 필요하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남한에도 큰 이익을 가져온다. 철도·도로가 개·보수되는 동안은 물론, 철도·도로의 운행을 위해서도 남북은 정기적으로 이마를 마주대고 협력해야 한다. 남한으로부터는 수많은 원자재와 시설재가 제공된다. 원자재와 시설재가 남한으로부터 구입되어한다면 그만큼 남한 경제에 도움을 주게 된다.
철도 연결이 가져올 경제외적 효과들
그 외에도 남북간의 철도·도로연결·운행은 다음과 같은 정치·경제적 효과를 발생시킨다. 무엇보다도 남북간의 정치·군사적인 긴장을 완화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효과를 가져 온다. 경의선·동해선 비무장지대 42만평은 '평화회랑'으로 남북 군사당국간 신뢰형성의 보루가 될 것이다.
철도와 도로를 이용해 물자가 오가면 사람도 따라 오가게 된다. 남과 북의 많은 주민이 항공기보다 저렴하고 대량 수송이 가능한 철도·도로를 이용하게 되고, 이를 통해 사회, 문화, 예술, 체육 등 제 분야에서의 교류협력이 크게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남북간의 교류 확대는 분단으로 심화된 이질화를 극복하게 하는 데 크게 도움을 줄 것이다.
두 번째로 남북간의 물류비 절감을 통한 경제협력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인천-남포간 해상 수송시 컨테이너 한 개(TEU)당 운임은 현재 720달러 수준. 경의선 철도를 통해 수송하면, 우리나라 수도권과 평양권간의 물류비는 520달러를 줄인 약 200달러 수준으로 절감될 수 있다. 물류비가 40%까지 차지하는 대북 교역이 엄청난 경쟁력을 얻을 수 있음은 자명하다.
세 번째로 남북철도·도로 연결을 통한 한반도 차원의 물류망이 형성될 경우 남북한 경제가 연결됨은 물론,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형성에도 이바지할 것이다. 석탄, 철강을 원활히 수송하기 위해 유럽 국가간 제도적 장벽을 없앤 것이 오늘의 유럽연합(EU}을 있게 했다. 경의선 철도·도로가 개통되고 대륙철도 및 아시안 하이웨이와 연계될 경우, 그리고 중국, 러시아, 몽골, 유럽간 화물이 한반도 종단철도(TKR)를 이용해 수송될 경우, 남북한은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운임 및 통과료 수입 등)을 얻게 될 것이다.
우리 제품은 대륙철도망(TSR, TCR)을 통해 중국, 러시아, 유럽으로까지 빠르고 저렴하게 수송될 수 있고, 북한의 인력과 남한의 자본·기술이 결합된 동북아 지역의 자원개발도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동북아 지역의 협력을 통한 경제공동체 형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개보수와 복선화·현대화가 마무리된 북한의 철도·도로는 향후 통일한반도의 중요한 사회간접시설로서 한반도가 중심이 된 '동북아 국가 결속'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제2차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도로·철도가 개·보수, 현대화·복선화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면 북한을 겨냥한 해외 직접 투자를 촉발시키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해외직접 투자는 북한 산업의 발전은 물론 북한의 대외 경협을 활성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북한의 철도·도로가 남한의 지원에 의해 현대화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면, 남한과의 연결·개통과 함께 남북한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을 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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