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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실패로 깨진 대통령과 총리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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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실패로 깨진 대통령과 총리의 꿈

부시ㆍ올메르트, '닮은 꼴' 사면초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일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수를 조건으로 전쟁비용을 추가로 승인하는 전비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민주당 주도 의회와의 일전이 예상된다. 만 4년 전인 2003년 5월 1일, 미 항모 에이브러험 링컨호 선상에서 자랑스럽게 '이라크전 승전(Mission Accomplished)'을 외쳤던 부시로서는 영 체면을 구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의회 구도 상 부시 대통령이 거부한 법안을 의회에서 재의결할 도리는 없어 보이나 부시 대통령은 미국 일반 여론의 70% 이상이 원하는 철군을 수용할 마지막 기회를 외면함으로써 '외톨이의 길'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이라크 전쟁이 실패 판정을 받은 지난 2년간 꾸준히 하락세를 보여 온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7개월 동안 30%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 이하로 떨어진 것은 미국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미국의 최대 우방, 이스라엘의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도 실패한 전쟁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작년 7월 일으킨 레바논 전쟁에 대해 완패 판정을 받은 그는전 방위 사임압박에 시달리며 올 여름을 기약할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

"부시, '절름발이' 정도가 아니라 '식물'"
▲ 부시 대통령은 의회가 송부한 철군 조건 전비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로이터=뉴시스

아직 임기가 2년 가까이 남은 부시 대통령이 '레임덕(정권말기 권력 누수현상)'에 빠진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식물 대통령'이 됐다는 야박한 평가는 다름 아닌 전직 '부시 맨'들의 입에서 비롯됐다.

영국의 <텔레그라프>는 얼마 전 "부시 대통령은 의회 지배권을 민주당에 넘겨주면서 국내정치에서는 더 이상 어떤 일도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에 대외정책이나 외교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는 이들의 판단을 전했다.

지난 11월 중간선거 결과에서 공화당이 12년간의 독주를 끝내고 의사봉을 민주당에 넘겨주게 된 데에는 '이라크 전쟁이 실패했고 그 책임이 공화당 정권에 있다'는 여론의 판단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이라크 침공의 최대 명분이었던 사담 후세인의 대량살상무기 보유설은 이미 오래 전에 허위로 드러났고 '후세인의 알카에다 지원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던 조지 테닛 전 CIA 국장마저 지난달 30일 발간된 회고록을 통해 발뺌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테닛 전 국장은 오히려 "딕 체니 부통령이 9·11 이전부터 이라크 공격을 계획했었다"고 폭로함으로써 부시 대통령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테러를 불식시켜 '더 안전한 세계를 만들기 위한' 전쟁이라는 차순위 명분도 빛을 잃어가고 있다.

역시 지난달 30일 미 국무부가 발표한 '연례 테러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한 해 동안 발생한 테러 건수가 전년 대비 3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45%가 미국이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어난 테러라는 보고서의 내용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이기고 있다"는 부시 정부 관료들의 발언을 '뜬 구름 잡는 소리'로 만들었다.

리크게이트를 통해 전쟁 반대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백악관의 '공작'까지 드러난 마당에 "전략은 실패했지만 의도는 순수했다"는 감성적 호소도 설 곳을 잃었다. 이라크 개전 정보가 조작됐을 뿐 아니라 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체니 부통령과 칼 로브 백악관 부비서실장 등 부시 행정부 실세들이 저질 폭로전에 가담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공화당에서조차 이쯤에서 이라크 전략 수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부시 대통령은 이날 전비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남은 2년이 만신창이가 될망정 한번 정한 발길을 돌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전 세계에 천명했다.

당장 민주당에서는 탄핵안 발의까지 거론하며 부시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얼마간 의회와 백악관 간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계속되겠지만 내전 국면에 빠진 이라크 전황을 돌이킬 묘책이 강구되지 않는 한 승패는 민심의 지지를 업은 민주당의 승리로 결론 날 것으로 예상된다.

올메르트 내각, 이탈 시작

▲ 정부조사위원회가 레바논 전쟁에 사실상 완패 판정으로 내림으로써 전쟁을 주도했던 올메르트 총리는 책임론에 휩싸이게 됐다. ⓒ로이터=뉴시스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의 입지는 한결 더 위태로워 보인다.

정부조사위원회(일명 위노그라드 위원회)에서 작년 레바논 전쟁과 관련해 올메르트 총리 주도의 내각과 군의 대응과정을 점검한 결과 "총리는 레바논 상황이나 이스라엘군의 준비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대안을 찾지도 않고 무모하고 성급하게 전쟁을 결정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유엔 안보리가 개입해 휴전이 성사될 때까지 34일 간 이어진 이 전쟁으로 이스라엘에서는 군인 117명과 민간인 41명 등 158명이 사망했다. 레바논에서는 약 270명의 헤즈볼라 요원을 포함해 1200여 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 군은 많은 전사자를 내고도 레바논 침공 작전의 주요 목표였던 헤즈볼라가 납치해 간 이스라엘 병사 2명을 구출하는 데 실패했고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력도 약화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패전 논란에 휩싸여 왔다.

그리고 정부조사위원회는 레바논 전쟁을 "무모한 결정"으로 규정함으로써 이스라엘에 완패 판정을 내린 것이다.

이에 올메르트 총리는 위원회의 보고서가 공개된 뒤 TV로 중계된 연설을 통해 "사퇴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총리직을 고수하겠다는 강력한 의사를 밝혔지만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올메르트 퇴진 필요성을 거론하고 나선 데 이어 내각에서도 이탈 조짐이 보이고 있다.

노동당 출신 무임소 각료인 에이탄 카벨 장관은 1일 이 보고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어 올메르트 총리에게 책임을 인정하고 사퇴할 것을 촉구하면서 올메르트 총리가 이끄는 현 내각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노동당 소속인 카벨 장관의 사임은 올메르트 총리의 지도력에 불신을 갖고 있는 다른 각료들의 연쇄 사임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각료들의 연쇄 사퇴 파동이 일어날 경우 작년 5월 초 출범한 카디마당 중심의 연립내각이 자동붕괴하게 돼 조기 총선이 불가피해진다.

이날 발행된 이스라엘 신문들도 올메르트 총리의 사퇴를 촉구하는 사설을 일제히 게재했고 3일에는 텔아비브에서 올메르트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까지 벌어질 예정이다.

보고서가 공개된 직후 이스라엘 <채널 2 TV>가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65%가 올메트르 총리가 물러나야 한다고 답했고 14%만 유임을 지지해 사퇴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의 군사대국이다. 핵무기를 비롯한 최첨단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다른 모든 나라의 국방비를 합친 것보다도 많은 돈을 국방비로 쓰고 있다. 이스라엘 역시 중동지역에서는 적수를 찾아볼 수 없는 군사강국이다. 핵무기도 200기 가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로지 군사력만으로 자신들의 목표를 관철하려 했던 이라크전쟁과 레바논전쟁의 비참한 결과는 부시와 올메르트의 '군사력 맹신'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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