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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한국 외교관 시야 너무 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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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한국 외교관 시야 너무 좁아"

"ODA 등 국제공헌 늘려야"

반기문(潘基文) 유엔 사무총장은 23일 "한국 외교관들은 개별적으로는 다 우수하지만, 외교를 보는 범위, 다루는 범위, 전력투구하는 범위가 너무 한정돼 있다"고 말했다.
  
  카타르를 방문 중인 반 총장은 이날 오후 도하 리츠 칼튼 호텔 내 숙소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그 같이 말하고 미국을 비롯한 동북아에 편중된 시야를 넓히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한국 외교통상부 장관 직에 있을 당시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 전세계 구석 구석의 모든 일을 다해야 하는 만큼 무엇보다 다루는 범위가 확대됐다. 또 발언의 무게나 의미, 민감성이 훨씬 더 높아졌다.
  
  그러나 장관 때 하지 못한 일을 할 때는 보람을 느낀다. 지역분쟁이나 특정 국가의 내분이 심각할 때 국제 평화와 안정이라는 위임을 받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호소하고 개입해 관련 사태들이 나은 방향으로 나가도록 기여할 때 무한한 보람을 느낀다. 일례로 지난 번 영국 선원들의 이란 억류 사태 당시, 이란 정부와 조용한 협의를 통해 풀어줄 것을 강하게 권고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풀려났다. 나중에 이란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더니 이란 정부가 유엔 총장의 입장을 많이 반영했다고 하더라.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기여의 폭이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 더욱 부담스러워진 측면은.
  
  ▲ 반면에, 모두가 기대를 하기 때문에 중압감, 심적 부담이 적지 않다. 시간도 많이 부족하다. 예를 들어 한일관계나 남북관계를 보더라도 당장 눈에 보이는 문제 이면에 역사적 연원이랄까 더 깊은 문제들이 있지 않은가. 유엔 총장으로서 어떤 사태와 관련해 직접 중재하거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경우 그것의 현상만 봐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그런 것들을 알기 위해 좀 더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제에 한 마디 언급하자면, (나 자신을 포함해) 한국 외교관들은 개별적으로는 다 우수하지만, 외교를 보는 범위, 다루는 범위, 전력투구하는 범위가 너무 한정돼 있다. 한국 외교관들이 전력투구하는 것에 비해서는, 국제적인 시각이 넓지 못하고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위상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는데.
  
  ▲ 저녁에는 물론이고 아침에도 상당히 많은 자료를 읽고 있다. 당장 알기 힘든 것은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잠자는 시간을 서울에 있을 때보다 1시간 줄였다.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자고 있다. 상당한 격무인데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중압감을 느끼기도 하고, 경호를 포함해 다른 사람들이 일거수 일투족을 보고 있기 때문에 행동거지의 불편이랄까 생활의 부담도 많이 느끼고 있다.
  
  - 그렇다면, 체력 관리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 아직까지는 다행히 남들보다 많은 일정을 소화하고, 업무에 집중하는 능력도 잃지 않고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너무 바쁜 생활이어서 건강에 신경을 쓰려고 한다. 내가 상당히 부지런한 사람이지만, 운동이랄까 체력관리랄까 하는 데서는 '작심삼일'일 만큼 게으른 측면도 있다. 결심해야 할 것으로 본다.
  
  - 유엔 등 국제기구에 대한 '자발적 분담금' 납부액이 미미해 우리의 발언권이 약화된다고 한다.
  
  ▲ 우리나라 예산 당국이 '자발적 분담금'에 대해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자발적'이라고 하니까, 무엇 때문에 내느냐는 얘기들도 있지만, 그 것은 그 나라의 경제규모 수준에 따라 거의 '의무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으로서 우리의 ODA(대외 공적개발원조) 액수도 그렇고 자발적 분담금 액수도 적고 미미하다. 이것은 우리의 위상에 맞지 않는다고 본다.
  
  총장이 되고 난 후 밀린 (의무) 분담금을 전액 납부해 체면이 섰다. 한국 정부에 고맙게 생각한다.
  
  올해가 '새천년개발목표'의 중간 연도로서 과연 2015년까지 그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많고, 선진국 또는 공여국에게 주된 책임이 있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한국도 이런 것에 좀 더 정책적인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 OECD의 경우 2006년도 ODA 평균이 GDP(국내총생산) 대비 0.36%였다.
  
  ▲ 북유럽 나라들의 경우 1%를 달성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0.08%에 불과하다. 한국 정부는 2030년 청사진에 따르면 ODA를 0.35%로 늘린다고 한다. 한국 정부가 2030년께 '7대 경제국'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면서도 이미 작년에 OECD의 평균 ODA가 0.36%를 넘었는데, 2030년에 0.35%를 목표로 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정책기준이 잘못 설정된 것이 아니겠는가. 정치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다시 봐야 한다.
  
  유엔 총장이 된 후 지도자의 비전, 정책 우선순위가 아주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방향의 설정,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정책 방향들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
  
  -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타결이 DDA(도하개발어젠더)에게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비판이 있다.
  
  ▲ 당장은 그렇지 않더라도 좋은 방향으로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선택적으로 볼 것이 아니다. 많은 정치적 어려움에도 불구, 한미 FTA를 타결한 것은 평가받아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의지와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집권 여당에서마저 반대하는 상황에서 보통 정치인 같으면 중도에 그만 두지 않았겠는가. 협상팀의 세심한 준비와 끈질긴 협상력도 평가받을 만하다. 제네바에서 파스칼 라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으로부터 DDA 협상의 경과를 보고받고 유엔 총장으로서 DDA 진행을 도울 방법을 협의했고, 그래서 내가 각국 지도자들과의 면담 기회에 DDA 협상의 조속한 타결을 강조하겠다고 했다. DDA 협상이 실패하면 국제 다자협상체제 전체의 실패를 의미한다.
  
  -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서방 선진국 그룹과 아프리카 및 이슬람 국가 그룹이 늘 대립하고 있다.
  
  ▲ 인권위원회를 이사회로 승격시켜 놓고서도 과거에 비해 달라진 것이 없다는 비판적 평가가 있다는 사실을 유념하고 있다. 3월초 인권이사회 개막 때 메시지를 통해 올 6월말까지 제도를 확정하라고 주문했다. 전세계 모든 회원국의 인권 실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UPR(보편적 정례 검토)의 도입을 통해 특정한 나라를 선별해 정치문제화 한다는 비판을 극복하는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난 주 제네바 방문 때 인권에 대해 강조했다. 모든 유엔 직원은 인권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과거에 인권이 우선이냐 경제개발이 우선이냐를 놓고 논란이 있었듯이, 유엔이 개도국에 대한 많은 개발 지원을 하는 과정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조화가 필요하지만, 인권과 개발협력이 상충할 경우 인류의 보편타당한 가치와 관련된 인권이 우선한다고 분명히 했다.
  
  - 북핵 6자회담의 향후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 보다 원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본다.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는 해결됐고 다만 몇 가지 기술적, 절차적 문제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안다. 북핵 문제가 조속히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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