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시국회가 수상하다. 설 연휴 이후 활동을 본격화한 주요 상임위에서 '우경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원내 제1당 탈환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리멸렬한 여권에서도 파열음이 새 나오고 있다.
특히 국방위, 교육위, 건교위가 각각 다루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사학법 재개정, 부동산 대책 입법 등 주요 현안을 둘러싸고 이런 기류가 확연해졌다.
#1. 국방위에선 전작권 환수 반대
국방위원회는 21일 전체회의에서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전작권을 이양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국방위원 13명 가운데 한나라당, 민주당, 국민중심당 소속 의원 6명과 열린우리당 조성태 의원이 찬성했다. 표결 결과는 7대6.
결의안은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이 열리는 23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열린우리당 다수와 민주노동당이 반대하고 있기는 하지만 범여권 내에서도 전작권 이양이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가진 의원들이 일부 있어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열린우리당은 "시기적으로나 정치, 외교적으로나 적절치 못한 결의안"이라며 비판했으나 자당 소속인 조성태 의원의 찬성으로 결의안이 통과된 데 대해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이기우 공보부대표는 22일 "개인 의원들의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주요 정책에 대한 표결은 당의 입장을 따라야 할 것"이라며 "당 차원에서 별도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은 "냉전적 시각에 사로잡혀 있는 한나라당도 문제이지만 이에 부화뇌동 하는 여당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맹비난했다.
#2. 교육위에선 사학법 재개정 가능성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둘러싸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간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교육위도 보수화 경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사학법 재개정과 사법개혁관련 법안, 국회 운영위원장 선거 등을 연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기 때문.
김형오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나라당은 사학법 재개정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며 "사학법 재개정에 열린우리당과 3당이 적극 협조한다면 우리도 로스쿨법 등 사법개혁관련 법안과 국회 운영위원장 선거에 대해 충분히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특히 지난 9일 노무현 대통령과 강재섭 대표가 합의한 "사학법이 2월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점을 고리로 걸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사학법 재개정은) 노 대통령과 강재섭 대표와의 회담에 합의됐던 것이고 2년 여 동안 끌어 왔던 문제로 이번 국회의 전체적인 운영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열린우리당이 분명한 입장을 보일 때"라고 압박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한국교회연합은 사학법 재개정을 위한 연합기도회를 여는 한편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와 여,여당이 한국 교회의 목소리를 수용해 사학법 개정을 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3. 건교위에선 '분양원가 공개' 후퇴 우려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및 원가공개 확대 등을 내용으로 한 '주택법 개정안'을 다루는 건설교통위의 분위기는 더욱 심각하다.
열린우리당과 통합신당모임 지도부는 분양원가 공개 및 분양가 상한제 도입 찬성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정작 법안을 다루는 건교위 소속 의원들의 입장은 반대 내지는 신중론이 많기 때문. 이로 인해 건교위 문턱을 넘는 과정에서 법안의 대폭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지난 21일 건교위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민간택지에까지 분양 원가 공개를 확대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고 민간 주택 공급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며 개정안에 반대했다.
여기에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인 홍재형 의원도 "원가공개를 해 봐야 아파트 값을 낮추는 효과가 없다고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통합신당모임 소속인 주승용 의원도 "분양가 상한제와 원가공개는 중복 규제"라고 주장했다.
"대선, 총선 다가오니 후원 세력에 대한 충성도 높아지나"
이에 대해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국회의 보수화는 17대 국회의 시작 때부터 줄곧 진행되어 온 것"이라며 "특히 올해에는 대선과 총선이 가까워 자신의 후원세력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고 봤다.
심 의원은 "국회에 들어와 지켜보면 17대 국회 시작 때에는 개인적인 소신을 건강하게 지키고 있던 의원들도 해가 갈수록 당론에 편입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는 열린우리당이든 한나라당이든 차이가 없었다"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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