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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 "南시민사회도 북핵폐기 끝까지 주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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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백낙청 "南시민사회도 북핵폐기 끝까지 주장해야"

"남한 시민은 한반도 문제 해결서 '제7의 당사자'"

6.15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의 백낙청 상임대표는 23일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남한의 시민사회도 '핵무기 반대'를 대원칙으로 북핵 폐기를 끝까지 주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백낙청 대표는 이날 오후 <프레시안> 창간 5주년 기념 특별강연에서 이같이 말하며 "동시에 '원칙적인 반대'는 미국 등 기존의 핵보유국도 겨냥하는 철저함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대표는 "현실적으로는 한국의 시민사회나 심지어 정부 당국도 북한의 핵보유를 방지하거나 철회시킬 수 있는 처지가 못 됨을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며 "미국도 못 막은 핵실험을 우리가 못한 것을 두고 포용정책의 실패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허장성세"라고 강조했다.
▲ <프레시안> 창간 5주년 기념 특별강연에서 연설하고 있는 백낙청 6.15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프레시안

'한반도식 통일과 북의 핵실험'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백 대표는 북한 핵실험을 '가볍게' 보는 시민사회 일각의 인식을 교정하는 데에 주안점을 뒀다. 그간 한국의 시민운동이나 민중운동을 가능케 했던 원칙의 문제가 걸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백 대표는 "세계적으로 평화운동은 '핵무기 반대'를 최대의 과제로 삼아 왔기 때문에 반전운동에서 반핵운동을 빼내어서 이를 '반김(정일) 반핵' 진영에 넘겨주는 것은 평화운동의 자기부정이자 통일운동의 패배를 자초하는 길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운동의 경우도 핵발전소 건설마저 반대해 온 입장에서 핵무기 개발과 국토 내에서의 핵폭발을 용인하면서까지 대북협력을 추진하기는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백 대표는 '핵실험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은 냉전세력과 수구보수언론에 오도된 탓일 뿐이므로 민간통일운동은 이를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시민사회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간과한 6.15공동선언 이전 시대의 타성"이라며 "자주평화통일 원칙과 민간통일운동 공간 확보를 위해 투쟁하던 단계를 그대로 답습한 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남한 시민사회도 쇄신을 감내해야"

백 대표는 이어 남한 내 시민사회가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제7의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핵과 관련한 당국 차원의 해결 구조인 6자회담에 이은 새로운 당사자를 일컫는 말로 북한에는 남한의 시민사회에 견줄만한 주체가 안 보인다는 진단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이었다.

백 대표는 "이 (제7의) 당사자에는 기존의 통일운동가들뿐만 아니라 한반도식 통일의 독특한 성격에 따라 '어깨에 힘 빼고' 참여하는 수많은 일반시민과 기업이 포함돼야 한다"며 "시민참여형 통일의 비전을 얼마나 공유하며 그 실현을 위한 창의적인 행동을 얼마나 개발하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백 대표가 말하는 '한반도식 통일'이란 '남측의 연합제와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가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기로 한 6.15공동선언 2항에 따라 베트남과 독일, 예멘의 통일 과정에서는 없는 '중간단계'가 있다는 뜻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이를 '과정으로의 평화와 통일'이라고도 표현하며, 시민사회가 이 공간에 참여할 수 있다는 뜻으로 '시민참여형 통일'을 주창한다.

'제7의 당사자론'을 주장한 백 대표는 "관성적인 통일운동이나 교류협력을 통해 분단이 극복되리라거나, 아니면 분단을 그대로 둔 채 대한민국만이 평화와 번영을 누리고 '선진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환상이 핵실험으로 인해 쇄신될 것"이라며 "접근을 통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재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접근을 통한 변화는 서독이 내걸었던 구호로 결과적으로 동독만 변화시켰다"면서 "적어도 한반도 문제 해결의 '준국가급 당사자'가 되려는 시민들이라면 남북의 접근을 통해 분단체제 속에서 일그러진 자신들의 사고와 감정을 쇄신하는 등 총체적인 변화를 감내할 태세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분단체제가 괴물이라면 그 속에서 오랫동안 살아 온 우리 모두가 마음속에 괴물 하나씩을 지니고 있음을 성찰하고 내 마음의 괴물을 퇴치하기 위해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백낙청 대표는 "통일을 위해 '제7의 당사자'로 남측의 시민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프레시안

"北주장, 일리 있지만 최선이었는지는 의문"


그러면서도 백 대표는 "군사적으로 볼 때 그동안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이 계속돼 왔고 선제공격의 위협마저 없지 않았던 상황에서 '군사적 억지력 확보'를 위한 핵무장이라는 북측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며 "이런 사태가 온 데 대한 미국의 책임을 빼놓은 채 북측만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공정한 태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단순한 군사적 억지력을 위해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한 외교적 협상력 강화수단으로 핵무기를 보유한다는 것이 다른 핵보유국의 명분과 구별되는 특징"이라면서도 "핵실험이 '협상카드'로서 얼마나 유효할지, 그런 선택이 최선이었는지는 논란의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민참여형 통일운동의 관점에서 핵실험은 매우 불행한 사태"라며 "핵실험으로 인해 많은 남쪽 국민이 6.15공동선언의 정당성과 유효성에 의문을 갖게 된 상황은 비록 일시적일지언정 중대한 타격"이라고 말했다.

6자회담과 관련해 그는 "최악의 사태는 6자회담이 결렬돼 북측이 추가 핵실험을 하고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는 등 악순환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반대로 6자회담이 비교적 순항하여 9.19공동성명의 이행과정으로 들어간다면 한반도식 통일과 분단체제 극복이 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 밖에 "한국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동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극히 위험할 뿐더러 핵물질 확산방지를 위해 필수적이지도 않다", "개성·금강산 등 경제협력사업을 중단하는 것은 특정 외국과 국내 수구세력의 압력에 굴복해 유엔조차 요구하지 않은 자해행위를 범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인도적 지원사업이 일시적으로 부진해지는 것은 불가피할지라도 이를 '제재수단'으로 명시해서 중단하는 것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는 행위"라면서도 "유엔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1718호 결의안은 우리 정부가 엄격히 해석해서 준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특별강연에 250여 명의 청중들이 몰려 백낙청 대표의 강연을 경청했다.ⓒ프레시안

"핵실험 긍정적 측면 있다" VS "핵무기의 윤리성 제기해야"


한편 토론자로 나온 박경순 한국진보운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핵실험으로 미국의 완강한 태도가 선회하면서 6자회담을 재개하기로 하고 그 틀 내에서 금융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하기로 한 사태 진전 과정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이는 6.15공동선언을 이행하는 데에 있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사태의 진행 방향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핵실험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토론자인 이대훈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실행위원장은 "북한 핵실험이 가져온 민주지향적인 시민사회 안에서의 파급효과는 심각하다"며 "핵무기가 자위적이었다는 점은 수긍하지만 군사무기 영역에서 윤리적인 측면을 제기하는 건 평화운동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국제법적으로도 국가존망이 위태로운 상태에서도 핵무기가 불법인지 판단이 유보된 상태"라며 "세계적인 평화운동에서 보면 핵무기가 불법적이고 반인도적이라는 점은 대단히 높은 합의수준이 형성됐다. 윤리적 정당성 문제를 제기하고 답을 못 내도 토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논의가 개방되지 않으면 민주화운동과 평화운동의 윤리적 기반이 공격당하는 불행한 사태가 온다"며 "자위적인 수단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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