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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건축가와 삼청동 문화지대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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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주말에 건축가와 삼청동 문화지대를 걷는다

〈알림〉 문화우리, 새봄 맞아 서울도심 산책 행사

문화도시 만들기 모임인 문화우리(이사장 임옥상 www.culturec.org)가 새봄을 맞아 주말 서울도심산책 행사를 갖는다. 오는 8일(토요일), 코스는 삼청동 문화지대. 인솔자는 건축가 황두진씨(http://www.doojinhwang.pe.kr).

이날 오후 2시 창덕궁 돈화문 앞에서 모이며 산책길은 다음과 같다.

1)앞선 산책길 : 북촌의 지형도 읽기_마을과 마을이 이어 붙은, 그 경계를 밟아가다.

창덕궁 돈화문 앞(처음 모임) -〉 원서동 -〉 중앙고 -〉 가회동 1번지 골목 -〉 계동 산길 중턱 (가회동 31번지 골목 -〉 돌계단길)

2)뒤이은 산책길 : 신경숙의 바이올렛, 그리고 삼청동의 오늘과 내일

삼청공원(중간모임) -〉 삼청동 상업지구 -〉 동십자각

3)식사와 남은 대화 : 적선동 먹자골목(마지막 모임)

산책의 화두들은 다음과 같다.

화두1) 북촌산책, 어디서 출발하고 어디서 쉬고 어디서 끝낼 것인가?

북촌산책의 딜레마는 북촌이라는 영역이 철저하게 사유지라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골목 이외의 마땅한 공공영역이 절대적으로 부재함. 그 이유는 무엇일까?

화두2) 도심 공동화의 알을 낳는 개구리, 삼청동에 뛰어들다.

상업화가 가져온 인구변화 추이, 상주인구 감소와 유동인구 증가의 통계치를 어떤 맥락에서 이해해야 하는가. 그리고 건축이 제시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은?

화두3) 북촌 발달사

도시(마을)의 역사적 변화, 그 통시적 이해를 통해 감성적, 복합적 관찰력을 키우다.

(미리 읽어 오면 좋은 책 : 신경숙의 소설 〈바이올렛〉)

이날 삼청동을 안내할 황두진씨의 '삼청동 이야기'를 참고로 보여드린다.

***변화하는 북촌...삼청동 이야기**

잘 알려져 있다시피 북촌은 경복궁의 동쪽, 창덕궁의 서쪽 지역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조선을 대표하는 두 개의 궁궐 사이에 자리 잡은 동네인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경복궁과 인접한 동쪽 지역은 현재 북촌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곳이기도 하다. 행정구역상 사간동과 삼청동, 그리고 팔판동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지역을 사람들은 종종 '경복궁 동편제'라고 부른다. 경복궁을 중심으로 그 반대쪽, 즉 적선동, 통의동, 창성동, 효자동, 그리고 궁정동 일대를 가리키는 '경복궁 서편제'와 대비되는 표현이다. 현재 상황을 간단히 정리하면 동편제에서 그간 이루어졌던 도시적 변화가 점차로 서편제로 옮겨가고 있다. 점차로 동편제가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변화를 선도하는 곳이 바로 삼청동이다. 그 실상은 이렇다.

이 지역에 불어 온 변화는 사간동 일대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큰길가를 제외하고는 원래 주거지역이었던 이 지역에 조금씩 창작인들이 모여들어 작업장이나 전시장을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건축가 김원의 설계 사무실인 광장이 여기에 있었고,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도 한 때 이곳에 부티크를 갖고 있었다. 게다가 사간동, 그 한복판에는 프랑스 문화원이 있었다. 비록 지금은 이사 가고 그 자리에 폴란드 대사관이 들어왔지만, 한 때 이 프랑스 문화원 지하의 영화관은 프랑스 예술 영화를 가위질 없이 볼 수 있었던 유일한 장소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프랑스 문화원은 사간동과 뗄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러다보니 엉뚱한 오해도 생겨났다. 사간동을 불어로 읽으면 '사강-동'이 되어 프랑스 여류 소설가인 프랑소와즈 사강의 이름을 연상케 한다. 그래서 아무리 프랑스 문화원이 있는 곳이라 해도 그 나라 소설가의 이름을 따서 동네 이름을 짓는 것은 좀 심하지 않은가라는 코믹한 반발도 있었던 것이다. 사실 사간동은 사강과는 전혀 관계가 없고, 오늘날 감사원에 해당하는 조선 시대의 사간원, 즉 국왕을 감찰하는 기관에서 그 이름을 따 온 것이다. 이렇게 엄숙한 이름을 가진 장소가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문화지역이 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그러다가 이 지역에 미술관과 화랑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인근의 인사동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생겨난 현상이었다. 현대 갤러리, 금호 미술관, 국제 갤러리 등 굵직굵직한 시설들이 들어섰고 사간동 거리는 점차로 미술관 거리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점차로 북촌 내부로 전개되어 이 일대에 거대한 전시장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있다. 마침 그 한복판의 기무사가 이전할 예정으로 있어 그 자리에 어떤 시설이 들어오느냐가 문화계 초미의 관심사다.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이 설치되어 미술관 거리의 면모를 완벽하게 갖출 것이라는 논의가 그간의 대세였으나, 다른 문화시설들 또한 이 자리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자못 주목되는 상황이다. 사간동은 서울에서 가장 문화 시설이 밀집된 지역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 뒤를 이어 상업 시설이 급속히 이 지역에 침투하기 시작했다. 이제 그 중심지는 사간동에서 조금 북쪽으로 올라간 삼청동으로 이동했다. 최근 신문기사를 통해 강남의 청담동과 강북의 삼청동이 서울에서 가장 트렌디한 장소로 선정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청담동이야 워낙 명품거리로 유명한 곳이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른 곳을 제쳐두고 서울의 가장 오래된 동네의 하나인 삼청동이 유행의 첨단을 걷는 장소로 인정받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춘향전의 이 도령이 살던 곳, 그러니까 전형적인 세도가의 터전이었던 이 지역에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각종 카페와 레스토랑, 한옥을 개조한 와인 바 등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한편으로 유행에 대한 우리 사회의 생각이 바뀌고 있음을 의미하지만, 그 이전에 삼청동의 무엇이 이러한 변화를 가능케 했을까 하는 문제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삼청동의 가장 큰 특징은 역사가 오래되었다는 것이다. 고도 성장기를 지나 우리 사회가 성숙의 단계로 접어들면서 사람들은 그 무엇으로도 대치될 수 없는 역사의 가치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답사길에 오르고 자기 나름의 전문 분야를 갖는 소위 인디 학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의 기호를 완벽하게 충족시켜 주는 곳이 바로 삼청동을 포함한 북촌 일대다. 마침 이 일대에 많이 남아 있는 한옥과 골목길들은 이러한 호기심을 위한 좋은 무대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다음으로 중요한 삼청동의 특징은 그 지형이다. 주변이 비교적 평지인 사간동 일대에 비해 삼청동은 지형의 굴곡이 심하여 상당히 드라마틱한 경관을 자랑한다. 특히 삼청동 고지대에서 바라보는 경복궁 일대의 모습은 자연 속의 역사 도시 서울의 성격을 매우 잘 보여주는 것으로도 이름 높다. 가회동 일대의 한옥 골목길을 누비다가 삼청동으로 접어들자마자 갑자기 시야가 넓어지면서 북악산, 인왕산 들이 눈에 뛰어드는 경험을 하는 것은 서울이 제공하는 즐거움의 하나다. 좁은 골목길과 급한 경사로 주차가 쉽지 않기 때문에 삼청동 일대는 문자 그대로 보행자의 천국이다. 그러니까 적당히 답사도 하고 적당히 기호에 맞는 밥집, 술집을 찾아다니는 여러 가지 즐거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곳이 바로 삼청동인 것이다.

삼청동을 매력 있게 하는 또 다른 성격은 그 자분자분한 스케일이다. 이 일대의 수많은 시설들은 도무지 큰 것이 없다. 좌석 수가 채 10명도 안되는 프랑스 음식점, 반 지하로 겨우 비집고 들어가서 자리에 앉는 중국 음식점, 몇 사람이 둘러앉으면 더 이상 손님 받을 자리가 없는 와인 바 등이 이 지역의 정서를 대변한다. 이 지역에 오랜 전부터 자리 잡은 한국 음식점들의 규모가 더 큰 것이 오히려 재미있을 정도다. 그러니까 삼청동 일대는 도시에 사는 아기자기한 재미를 최대한 맛 볼 수 있는 그런 지역인 셈이다. 소설가 신경숙의 작품 '바이올렛'이 삼청동 지역을 무대로 삼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여주인공 오산이는 삼청동 총리 공관 인근 건물 2층에 세 들어 살며 직장인 광화문의 화원까지 걸어 다닌다. 신경숙은 그 특유의 쓸쓸하고 아름다운 필치로 주인공이 오고 가는 길가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이를 따라 읽으며 거리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이 소설의 묘미이며, 동시에 현실 속에서 삼청동 일대가 주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이처럼 삼청동은 수많은 이야기들은 담은 역사적 공간이면서, 먹거리와 마실거리가 풍부한 상업적 공간이기도 하고, 보행 문화를 실천하는 장소이자, 나아가 문학적 공간이기도 한 것이다. 이러한 복합적 성격이야말로 도시에서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시간의 누적이 필요하고, 개성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이것이 가장 오래 되었으면서 동시에 가장 새로운 동네, 삼청동만의 매력인 것이다.

참가 문의와 신청은 다음을 이용하면 된다.
전화 02-732-1877
http://www.culturec.org/survey/02_plan_01.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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