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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에서도 강력했던 아리엘 샤론의 '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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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에서도 강력했던 아리엘 샤론의 '후광'

이스라엘 총선서 카디마당 승리…강경 리쿠드당 참패

이스라엘 국민들이 3개월 가까이 혼수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아리엘 샤론 총리의 손을 들어줬다. 28일 치러진 이스라엘 총선에서 샤론 총리가 지난해 11월 강경 리쿠드당과 결별하고 나와 급조한 카디마당을 제1당으로 만들어 준 것이다.

이스라엘 선관위는 29일 개표를 99.7%완료한 결과 샤론의 뒤를 이어 총리대행을 맡고 있는 에후드 올메르트가 이끄는 카디마당이 전체 의석 120석 중 28석을 얻어 제1당이 됐다고 발표했다.

중도 좌파 계열인 노동당이 20석을 차지하는 '선전'으로 제2당이 되었고, 해외에서 이주해 온 유대인이 주축인 샤스당(13석)과 극우 정당인 이스라엘 베이티누당(12석)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샤론 총리의 이탈로 분당 사태를 겪은 벤야민 네타냐후 전 총리의 강경 리쿠드당은 11석을 확보하는데 그쳐 몰락에 가까운 결과를 보였다. 지난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노동당과 번갈아가며 정권을 잡아 왔던 리쿠드당의 이같은 몰락은 대(對) 팔레스타인 강경 일변도 정책에 대한 민심의 이반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선관위는 또 극우 정당연합인 국민연합-민족종교당이 9석, 연금생활자들의 당(GIL)이 7석, 토라유대주의당(UTJ)이 6석, 메레츠당이 4석, 아랍계 3개 정당이 10석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들은 이 같은 개표결과가 거의 그대로 확정돼 오는 31일 공식발표될 것으로 예상했다.

***올메르트 총리대행 "정착촌 일방적인 철수도 가능하다"**

총선 결과가 드러나자 올메르트 총리대행은 이번 총선이 이스라엘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승리를 선언하고 선거 공약대로 이스라엘의 국경을 확정하기 위해 팔레스타인과 협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올메르트 총리대행은 팔레스타인인들이 "평화로운 생활이라는 희망을 성취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소중한 땅을 포기하는 고통스러운 타협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생각을 바꿔야 할 때"라며 "빠른 시일 안에 협상에 임하지 않으면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겠다"고 말해 팔레스타인의 응답이 없다면 분리 정책을 일방적으로라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마스 "올메르트 철수안은 선전포고"**

일방적인 분리 정책이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동의 여부에 상관없이 1967년 전쟁 당시 강제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 지역에 건설한 121개 정착촌 가운데 대부분을 철수해 2010년까지 이스라엘 영토와 팔레스타인을 완전히 분리한다는 계획이다.

샤론 총리는 이에 앞서 국내 극우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자지구의 정착촌과 군대 철수를 지난해 완료했고 총선을 통해 정권을 이어 갈 경우 서안 지역에 대한 철수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었다.

올메르트 총리대행의 이같은 발언은 샤론 총리의 정책을 그대로 계승할 뜻임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강경 이슬람 세력인 하마스가 주도하는 팔레스타인 내각의 결단을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메르트 총리대행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샤론조차 제시하기를 꺼렸을 정착촌 철수의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음으로써 이스라엘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향후 정국에 있어서도 샤론의 그늘에서 벗어나 연정 협상을 주도하고 철수 계획을 더욱 뚜렷이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샤론 총리가 애초 입안했던 철수 후보지에는 수자원 확보 등을 위해 전략적으로 중요한 정착촌 블록과 팔레스타인인들이 미래 독립국가의 수도로 삼으려는 동예루살렘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지난 1월 총선에서 1당으로 급부상하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장악한 하마스는 1967년 전쟁 이전의 국경선으로 이스라엘이 철수하는 것이 이스라엘과의 공존을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못박고 있다.

따라서 올메르트가 말하는 '일방적 철수'는 이 지역 평화 정착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갈등의 불씨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는 이미 올메르트가 지난 9일 공개한 국경획정 구상에 대해 '선전포고'라고 규정한 바 있다.

팔레스타인의 차기 총리로 지명된 이스마일 하니야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정부와 국민들은 (올메르트의) 철수 계획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착촌 철수 수용하는 당과만 연정 구성" 못박아**

한편 올메르트 총리대행은 집권을 위한 과반수인 61석 확보를 위해 제1당이 연정 협상을 이끌어 왔던 전통에 따라 노동당 등과 연립내각 구성 협상을 벌일 계획이다.

그는 연정 협상과 관련해 정착촌 철수라는 자신의 핵심 정책을 받아들이는 정당들과만 손을 잡을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해 리쿠드당 및 일부 극우파 정당과는 협상의 가능성 자체를 배제했다.

현지 언론들은 올메르트 총리가 노동당 외에 샤스당, 연금생활자들의 당(7석), 토라유대주의당(6석), 메레츠당(4석) 등과 협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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