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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자 부담 원칙으로 미국이 낸다더니…"

정부, 미군기지 환경오염 부담 문제도 '대국민 사기극'?

반환 예정인 15개 주한미군 기지 대부분의 토양과 지하수가 기름과 중금속에 심각히 오염됐다는 환경부의 보고서가 폭로돼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반환 또는 이전 예정인 62개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정화 비용 대부분을 우리 정부가 부담해 최대 5000억 원의 돈이 소요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치유 비용이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미국 쪽에서 부담하게 될 것이라던 우리 정부의 그간 입장과는 다른 것이다. 외교통상부는 그간 미국이 환경오염 치유 책임을 100% 진다고 밝혀 왔고 국방부도 유사한 설명을 했었다.

***정부 당국자 "정부 해석상 오류 있었다"**

〈한겨레〉는 9일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협상은 오염 사례별로 보상기준을 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기지 안의 유류탱크 제거 등 일부 사안에 대해선 미국 쪽에서 처리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지만, 미국 쪽이 부담하는 비용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을 것 같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주둔군지위협정'(SOFA, 소파)과 '미군 반환 공여지 환경조사와 오염치유 협의를 위한 절차 합의서'(2003년 5월) 등 미군기지의 환경과 관련한 한-미 합의 내용을 법리적으로 검토한 결과, 환경 치유 비용의 대부분을 한국 쪽이 부담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이 돌려받을 미군기지 환경오염 치유 비용을 미국 쪽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온 그간 정부 설명엔 해석상의 오류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문제와 관련한 한미간의 협상은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2001년 1월 체결)에 따라 소파 합동위원회 산하 '환경분과위원회'를 주요 창구로 이뤄지고 있다.

이 위원회의 우리 정부측 대표인 환경부 정책총괄과장은 〈한겨레〉의 보도가 나간 9일 회의를 이유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정부는 조만간 정화 비용과 관련한 협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미간 협의 전매특허인 '모호한 문구' 또 문제돼**

정화 비용 부담과 관련해 한미 양국은 그간 상당한 이견을 보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미군반환 공여지 환경조사와 오염치유 협의를 위한 절차 합의서'와 토양환경보전법 등 국내법을 들어 미국 쪽의 비용 부담을 요구했고, 미군 쪽은 소파 제4조 1항 등 한-미 사이의 관련 합의 내용과 자국 환경 기준을 들어 한국 쪽의 비용 부담을 주장해 왔다.

소파 4조 '시설과 구역-시설의 반환' 1항에는 "합중국 정부는 본 협정의 종료 시나 그 이전에 대한민국 정부에 시설과 구역을 반환할 때 이들 시설과 구역이 합중국 군대에 제공됐던 당시의 상태로 동 시설과 구역을 원상회복 해야 할 의무를 지지 아니하며 또 이러한 원상회복 대신 대한민국 정부에 보상해야 할 의무도 지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한국이 의지했던 '절차 합의서'에 대한 해석도 달랐다. '반환' 시설과 구역은 미국이, '공여' 시설과 구역은 한국이 각각 치유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지만, 각론에서 "한국의 관련 환경법령 및 기준을 존중하되 환경관리 기준을 미국의 기준 및 정책과 주한미군을 해함이 없도록 개발"하도록 한다는 모호한 문구가 있어 한국은 앞쪽을, 미국은 뒤쪽을 중시하는 아전인수의 해석을 했던 것이다.

미국은 또 소파 합동위원회 산하 환경분과위원회 등에서도 지난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와 소파 4조 1항 등을 이유로 원상회복의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특별양해각서'에는 미국은 'KISE(키세)'의 경우에 환경오염에 대한 보상을 할 뿐 기지 반환에 따른 환경오염 사안들은 소파 제4조 1항 규정에 따라 미국이 원상회복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키세'란 'known, imminent and substantial endangerment'의 약어로, '인간 건강에 대해 널리 알려진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오염'이다. 이는 특별하게 발생한 환경오염 사고나 중대한 오염 등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는데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협'이란 말 자체도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여전히'원만한 해결'만을 강조하고 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8일 정례브리핑에서 "환경부, 국가안전보장회의, 국방부, 외교부, 주한미군 당국간에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원만한 방향으로 해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도 같은날 "미군이 환경문제에 깊은 관심과 성의를 보여주고 있다"며 "독일과 일본에서 있었던 사례보다 나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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