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미국 방문이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김 부상은 미국의 대북 금융 제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내주 미국을 방문해 핵문제와 관련한 북미간 직접 협상을 벌일 가능성까지 점쳐졌었다.
숀 매코맥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내주 예정됐던 북미 접촉에 북한이 불참키로 했다고 확인했다.
이에 앞서 〈워싱턴포스트〉는 금융 제재와 관련해 내주로 예상됐던 북한 측과 미 재무부간 회담이 지난달 제5차 6자회담에서 거론된 '양자간 첩촉'이라는 용어의 해석을 둘러싼 이견 때문에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위조달러 제작은 협상대상 아니다"**
매코맥 대변인은 미국이 북한의 위조 달러 지폐 제작·유통과 관련해 북한에 협상을 제안한 적이 없다면서 미국의 제안은 단지 이에 대한 북한 측의 '설명(briefing)'을 듣자는 것으로서 "우리의 제안은 아직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정부는 이 브리핑 제안 수용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미국이 이 브리핑을 제안할 때 북한과의 협상을 제안한 것은 아니다"고 다시 한번 못박았다.
그는 또 위폐를 포함해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 문제가 '협상'의 대상은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고 "우리는 처음부터 인권 문제든 위폐 유통이든 우리의 우려 사안에 대해 침묵하지 않고 행동하겠다고 말해 왔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협상', 미국은 '설명'**
〈워싱턴포스트〉가 말한 '용어 해석상의 이견'은 북한의 '설명(briefing)'에 관한 것이다.
지난 6자회담에서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금융 제재는 6자회담과 무관한 것이라며 북한 관리들이 미국을 방문해 이 문제를 설명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부상은 회담 직후 금융 제재 문제를 위한 '양자간 접촉'을 갖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고 언론들도 이를 두고 '북미 양자 협의 성사, 핵문제까지도 논의 가능'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일부 미국 관리들은 김 부상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재무부 하위급 관리가 참여했다 해도 6자회담이 해결되기 전에 북미간 관계 정상화가 이뤄지는 것처럼 오해될 소지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무부 관리들은 김 부상 등 북측 대표단의 뉴욕 방문을 환영했겠지만 힐 차관보와 미 대표단이 회담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고, 북한인 이를 힐 차관이 자신들에 대한 초청을 거둬들인 것으로 해석한 것 같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금융 제재 명분으로 미국 내 대북 강경파 기지개?**
이 신문은 따라서 "북한 관리들이 미국 관리들에게 뉴욕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는 입장을 공식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신문은 이를 두고 부시 행정부가 지난 9.19공동성명 후 북한을 상대하는 데 있어 외교적 유연성을 조금씩 줄여나갈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미 국무부 관리들은 〈워싱턴포스트〉의 이같은 분석을 부인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북 금융 제재 문제가 북미간의 화해와 6자회담의 진전을 가로막는 돌발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9.19공동선언 직후 활발한 후속 활동에 비해 제5차 6자회담 이후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힐 차관보의 최근 태도로 미뤄볼 때, 금융 제재 문제를 명분으로 부시 행정부내의 대북 강경파들이 다시 목소리를 높이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대북 외교젹 유연성 축소'라는 〈워싱턴포스트〉의 해석에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한편 제5차 6자회담 2차 회의를 협의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하는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2일 출국에 앞서 "(북미가 금융제재 문제와 관련) 접촉 또는 회담 등 형식에 집착해서는 안된다"며 "사실 관계를 먼저 확립하고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 국제법규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한국과 중국이 같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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