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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노벨평화상을 보는 몇 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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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노벨평화상을 보는 몇 가지 시선

'실패에 대한 보상'인가 '미국 견제 메시지'인가

2005년 노벨평화상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에게 돌아간 것은 노벨위원회가 핵 비확산과 외교적 해법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환경과 생명, 반핵을 주장하는 그룹 쪽에서는 핵무기 확산을 감시하면서도 민수용 핵이용을 권장해 결과적으로 핵 확산을 가져오고 있는 IAEA의 모순을 지적하며 평화상 선정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실패에 대한 보상"**

세계적인 환경·반핵단체인 그린피스는 "IAEA는 핵 경찰이자 핵 판매원"이라며 IAEA의 모순적인 역할을 지적했다.

마이크 타운슬리 그린피스 대변인은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중동 비핵화에 헌신했다"면서도 "그러나 IAEA 자체의 아이러니에 갇혀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민수용 핵 에너지 이용을 장려하는 동시에 핵무기 제조기술의 사용을 억제하는 것은 IAEA의 이중적인 기능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반핵단체인 '소티르 뒤 누클레르'도 IAEA가 민수용 핵 발전소 건설을 장려해 결국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수단을 제공했다며 평화상 선정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IAEA가 사찰을 통해 NPT 국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는커녕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이 핵 보유국 진영에 불법적으로 끼도록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단체는 이어 "특히 이란과 북한에서 핵사찰단이 추방되고 핵위기가 고조된 사례는 IAEA의 명백한 실패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칼럼니스트이자 진보적 논객인 조지 몬비옷은 "올해 노벨평화상은 무차별적인 핵확산 시대에 이루어진 실패에 대한 보상"이라고 말했다.

몬비옷은 IAEA의 수상은 수많은 논란을 낳았던 1973년 헨리 키신저 당시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평화상 수상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국무장관을 지낸 키신저는 베트남 전쟁을 종식시키기는커녕 라오스와 캄보디아로 확산시켰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는 "노벨평화상의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폄하했다.

***미국의 '눈엣가시' 엘바라데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노벨평화상 선정은 핵 비확산 문제를 힘으로 해결하려는 미국의 태도에 일침을 가하고 외교적 해법을 지지한다는 노벨위원회의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엘바라데이 총장은 '사찰과 검증', '외교적 해결' 원칙을 고수한 인물로, 이라크·이란·북한 등 부시 미국 행정부가 '악의 축'으로 지칭한 국가들의 핵무기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미국과 갈등해 왔기 때문이다.

이라크 전쟁 이전에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사찰을 지휘한 엘바라데이 총장은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내지 못했다며 미국과 유엔이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말것을 요청했다.

엘바라데이 총장은 지난해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날은 "내 인생에서 가장 슬펐던 날"이라고 말해 미국의 선택이 잘못됐음을 비난했다. WP는 엘바라데이 총장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그가 후세인의 추종자기 때문이 아니라 대량살상무기와 비밀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주장이 틀리다는 것이 입증될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라크에 핵무기가 없다는 엘바라데이의 총장의 입장은 결국 사실로 확인됐다.

이란 핵문제에 있어서도 IAEA와 엘바라데이 총장은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IAEA는 이란이 핵안전조치를 위반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그러나 엘바라데이 총장은 아직도 외교적 해결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보고 이란과 핵 의혹 시설에 대한 사찰 및 검증 문제를 논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역시 부시 행정부를 참을 수 없게 하고 있다.

엘바라데이는 또 북한 핵문제가 어느 곳에서보다 심각하다면서도 사찰과 검증을 통한 평화적 해결 원칙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표명해 왔다. 1999년 이래 매년 북핵 문제에 대한 결의안을 채택했던 IAEA는 지난달 말 총회에서도 북핵 문제에 대해 우려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번 성명에서는 특히 북한이 핵개발 포기 의사를 밝힌 9.19 공동성명에 대해 환영한다는 긍정적인 대목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미국 vs IAEA 대결'에서의 승리라는 평가가 압도적**

부시 미국 행정부는 자신들의 핵 정책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엘바라데이 총장의 3선 반대 로비를 펼친 바 있다. IAEA와 공유했던 핵 관련 정보를 차단하고, 엘바라데이의 대항마를 찾고, 그의 허점을 찾기 위해 뒷조사를 벌이는 등의 방법을 동원했다. WP는 그러나 "워싱턴에서 엘바라데이의 인기가 떨어질수록 다른 곳에서의 인기는 치솟았다"며 IAEA 이사들의 압도적인 지지에 의해 3선이 가능했다고 보도했다. 엘바라데이 총장은 올해 초 WP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이사들이 내가 사무총장직을 떠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부터 미국과 갈등했던 것은 아니다. 1997년 사무총장에 처음 선출될 당시 미국은 그를 적극 지원했다. 그러나 뛰어난 핵 관련 전문지식과 협상력으로 2001년 재선에 성공한 그는 이라크 문제에 이어 이란 핵문제로 미국과 결정적으로 갈라섰다.

그 후 엘바라데이는 이라크 전쟁에 반대했던 사람들, 특히 아랍권 사람들에게 '투사'로까지 추앙받고 있다. 그가 아랍권을 방문할 때면 언제나 사인 공세와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시달린다.

부시 행정부의 관리들조차 IAEA와 엘바라데이의 사찰 활동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들은 3년째 접어들고 있는 IAEA의 이란 사찰이 철저했고 미국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입수하고 있다고 사적인 자리에서 털어놓는다고 WP는 전했다.

올레 단볼트 모에스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엘바라데이 총장의 수상이 그와 사이가 좋지 않은 미국에 대한 암시적인 비난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벨위원회가 미국과 IAEA의 갈등에서 IAEA의 손을 들어줬다는 해석이 압도적이다.

국제사회의 이같은 해석을 의식한 미국도 엘바라데이의 수상을 축하하며 '비교적 따뜻하게' 환영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노벨위원회의 결정에 담긴 정치적 의미를 묻는 질문에 "이란과 민수용 핵발전을 가장해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구하려는 다른 나라들에 대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맥코맥 대변인은 그러나 엘바라데이의 3선에 반대했던 것과 관련해 "우리는 당시 다른 나라들의 만장일치에 동참했다"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1차 연임 원칙이 맞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IAEA와 NPT의 근본적 한계는 못 건드려**

그러나 IAEA 활동의 핵심인 회원국에 대한 핵사찰이 핵의 수평적 확산, 즉 핵 비보유 국가들의 보유만 견제할 뿐 핵 보유국 내에서의 핵무기 증가와 핵실험 등 '수직적 확산'에는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노벨위원회의 이번 결정이 핵에 관한 패권적 국제질서를 근본적으로 부정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IAEA는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의 집행기구적 성격을 띠고 있다. NPT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국의 핵보유만을 인정하는, 기본적으로 차별적이고 불평등한 조약으로 이에 따라 비핵국은 핵무기를 제조하거나 보유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IAEA의 사찰을 받아야 하지만 핵 보유국의 군축 의무는 강제조항이 아닐 뿐더러 IAEA의 사찰 대상도 아니다.

IAEA는 이같은 패권적인 질서를 토대로 움직이는 국제기구로서 미국의 대외적인 핵 정책에 브레이크를 걸고는 있지만 핵 보유국 간에 경쟁적으로 벌어지는 핵실험 등에 대해 적절한 통제력을 발휘하고 있지는 못하다.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발효와 핵무기 제조물질의 생산금지 조약 마련에 반대하는 미국에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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